낮 최고기온이 40도에 육박하는 폭염이 이어지면서 경기도민이라면 별도 신청 없이도 최대 30만원의 보험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주목받고 있다. 지자체가 주민의 보험료를 대신 내주고 자동으로 가입시키는 '공공형 기후보험'이다.
더위 피해 실내로 몰린 시민들 자료 사진 / 뉴스1
경기도가 운영하는 '경기 기후보험'이 대표적이다. 경기도에 주소를 둔 도민은 물론 도내 등록외국인과 외국국적 동포까지 포함해 약 1440만명이 별도 절차 없이 자동으로 보험 적용을 받는다. 올해 보험 기간은 지난 4월 11일부터 내년 4월 10일까지이며, 사고나 진단을 받은 날로부터 3년 안에는 언제든 보험금을 청구할 수 있다.
경기 기후보험 / 경기도 제공
경기 기후보험, 보장 항목부터 확인해야
가장 기본이 되는 항목은 온열질환 진단비다. 열사병, 일사병, 열탈진, 열실신 등 폭염으로 인한 질환을 진단받으면 연 1회에 한해 15만원이 지급된다. 반대로 겨울철 동상이나 저체온증 같은 한랭질환을 진단받아도 마찬가지로 15만원을 받을 수 있다.
병원 응급실을 이용했다면 별도로 10만원이 추가된다. 온열·한랭질환이나 기후재해로 인한 사고로 응급실 진료를 받은 경우가 해당한다. 폭염이나 폭우, 폭설 등 기상특보가 내려진 날 자연재해와 관련된 사고를 당해 4주 이상의 진단을 받으면 위로금 성격으로 30만원이 나온다. 다만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자나 임산부 등 기후취약계층에게는 이 기준이 2주 이상 진단으로 완화된다.
말라리아, 쯔쯔가무시병, 일본뇌염, 뎅기열 등 기후와 관련된 감염병을 진단받았을 때도 사고당 20만원이 지급된다. 올해부터는 온열·한랭질환이나 기후재해 사고로 사망한 경우 만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300만원의 사망위로금도 새로 생겼다.
무엇보다 기존에 다른 민간 보험에 가입돼 있더라도 관계없이 중복으로 보상받을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보험료는 경기도가 전액 부담하며, 메리츠화재를 대표 보험사로 NH농협손해보험, KB손해보험, 한화손해보험, 현대해상 등 5개 손해보험사가 함께 운영을 맡고 있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진 20일 서울 동작구 기상청 모니터에 전국 기온(왼쪽)과 체감기온이 표시된 모습 / 뉴스1
자동 가입이지, 자동 지급은 아니다
다만 주의할 점이 있다. 보험 가입 자체는 자동으로 이뤄지지만, 보험금은 자동으로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온열질환 진단을 받거나 응급실을 이용했더라도 진단서와 주민등록초본 등 관련 서류를 챙겨 가입자가 직접 청구해야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보험금청구서와 개인정보처리동의서, 통장 사본 등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접수는 카카오톡 '경기 기후보험' 채널이나 이메일, 팩스, 우편 등으로 가능하며, 메리츠화재손해보험에 직접 청구하는 방식이다.
실제로 야외 체험학습 중 온열질환을 진단받은 학생, 체육활동 도중 열탈진을 겪은 시민, 제초작업이나 농작업 중 쓰러진 농업인, 물류창고 근무 중 온열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노동자 등 다양한 사례에서 보험금이 지급됐다. 올해도 수백 건의 지급이 이뤄진 것으로 파악되며, 재원도 아직 여유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대근 경기도 환경보건안전과장은 "폭염이나 집중호우 등 기후재난으로 건강 피해를 입어 병원 진료를 받았다면 경기 기후보험 대상 여부를 꼭 확인해 필요한 지원을 받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여름 폭염에 도심 열기 식혀주는 쿨링포그 자료 사진 / 뉴스1
건설 일용직은 '일당 손실'까지 보전
경기도가 건강 피해를 중심으로 보장한다면, 제주도는 한 발 더 나아가 소득 공백까지 메우는 보험을 도입했다. 건설 일용직 노동자를 대상으로 한 '폭염 휴업보험'이다. 오후 1시 이전에 폭염경보나 폭염중대경보가 내려져 오후 작업이 전면 중단되면, 실제 작업을 하지 못한 시간만큼 일당 손실 일부를 보전해준다. 시간당 지급액은 1만7210원이며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인정돼, 하루에 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은 6만8840원이다.
이 보험은 개별 피해를 일일이 증명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특징이다. 기상특보 발령과 현장 작업 중단이라는 객관적인 조건만 충족하면 보험금이 나오는 '지수형(파라메트릭) 보험' 방식이 적용된다. 다만 제주 내 모든 건설현장이 대상은 아니다. 제주도나 행정시 등 공공부문이 발주하고 공사비가 1억원 이상인 현장에서, 건설근로자 퇴직공제에 가입된 일용직 노동자여야 보장을 받을 수 있다.
농업인을 위한 보험도 있다. NH농협생명의 농업인안전보험은 농작업 중 온열질환으로 입원하거나 사망하면 치료비와 휴업급여금, 유족급여금, 장례비 등을 지급한다. 경기 기후보험과 달리 자동 가입 상품이 아니어서,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만 15세부터 87세까지의 농업인이 전국 농축협을 통해 별도로 가입해야 한다.
민간 보험사들도 관련 상품을 속속 내놓고 있다. 동양생명은 폭염과 한파에 따른 질환을 보장하는 소액 보험 상품을 출시해 열사병이나 동상 등을 진단받으면 10만원의 진단비를 지급한다. KB손해보험은 여행보험에 온열·한랭질환 특약을 추가했고, 전통시장 상인회나 지자체가 계약자가 돼 가입하는 날씨 기반 보상보험도 운영하고 있다. NH농협손해보험은 폭염 피해가 우려되는 축산농가를 위한 특약을 마련해뒀다.
질병관리청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에 따르면 지난 5월 15일부터 이달 5일까지 신고된 온열질환자는 2665명, 추정 사망자는 23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층이 전체 환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추정 사망자 중 절반 이상은 80세 이상 초고령층으로 나타났다.
경기도나 제주도 등 자신이 거주하거나 근무하는 지역에 이 같은 공공형 기후보험이 적용되는지, 보장 항목과 청구 방법은 무엇인지 미리 확인해두면 실제 피해가 생겼을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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