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텔 투숙객이 가벽 파손 혐의를 받았으나 직접 증거는 없었다. 경찰은 거짓말탐지기 결과만을 토대로 남성을 기소 의견으로 송치했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최근 남자친구 B씨와 모텔에 다녀온 뒤 황당한 일을 겪었다. B씨가 재물손괴 혐의로 검찰에 넘어갔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지난 주말 모텔에서 7시간가량 머물다 나왔다. 다툼이나 소란은 전혀 없었다. 그런데 다음 날 오전, 모텔 업주는 객실 가벽이 파손됐다며 수리비와 영업손실 보상을 요구했다. B씨의 소행이라는 것이었다.
경찰 조사 결과 두 사람이 벽을 부쉈다는 직접적인 증거는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도 경찰은 B씨만 기소해야 한다는 의견으로 사건을 검찰에 넘겼다. 함께 있었던 A씨는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 두 사람의 운명을 가른 것은 '거짓말탐지기' 결과였다.
확실한 물증도 없이 거짓말탐지기 결과 하나만으로 B씨가 처벌받을 수 있는 걸까?
거짓말탐지기 하나로 엇갈린 연인의 운명
사건은 이렇다. A씨와 B씨는 주말 오후 3시부터 밤 10시까지 모텔을 이용했다. 다음 날 오전, 업주는 두 사람에게 가벽 파손을 이유로 고소하겠다고 통보했다. 파손이 발견된 시점은 두 사람이 퇴실한 직후가 아닌, 다음 날 새벽 5시 청소 중이었다.
경찰은 CCTV를 확인했지만 통로에만 설치돼 있어 파손 장면은 없었다. 다만 제3자의 출입은 어려웠을 것으로 판단했다. 지문 등 다른 물리적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결국 두 사람은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받았다. 여기서 결과가 엇갈렸다. A씨는 '진실' 반응이, B씨는 '거짓' 반응이 나왔다.
경찰은 이 결과를 토대로 A씨는 '증거불충분'으로 불송치했지만, B씨는 재물손괴 혐의가 인정된다며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변호사들 "거짓말탐지기, 유죄 증거 못 돼…무혐의 가능성 충분"
결론부터 말하면 변호사들은 물증 없이 거짓말탐지기 결과만으로는 유죄 판결이 어렵다고 봤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방어하면 무혐의 처분을 받을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분석했다.
법률사무소 무제 홍원표 변호사는 "거짓말탐지기 검사 결과는 대법원이 극히 엄격한 요건을 갖춘 예외적 경우가 아닌 한 증거능력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며 "그 자체로는 유죄의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법원 판례상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진술의 신빙성을 가늠하는 정황증거로 쓰일 뿐, 직접적인 유죄의 증거가 될 수 없다.
법무법인 한강 고용준 변호사도 "거짓말탐지기 결과는 수사 참고자료일 뿐 유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아니다"라며 "이를 근거로 단독으로 기소하거나 유죄를 인정하는 것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변호사들은 직접 증거가 없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파고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재물손괴죄는 파손의 고의와 행위가 합리적 의심 없이 입증되어야 한다"며 "퇴실 후 상당 시간이 지나 발견된 점과 객실 관리의 공백은 변호인의 논리적인 의견서로 반박하기 좋은 지점"이라고 짚었다.
함께 있었던 A씨가 불송치된 점 역시 B씨에게 유리한 정황이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동일한 정황에서 한쪽은 불송치되고 남자친구분만 송치되었다면, 그 차이를 만든 근거가 무엇인지가 방어의 출발점이 된다"고 강조했다.
수천만원 합의 요구, 섣불리 응하면 '자백' 될 수도
업주는 수리비 100만 원에 4달 치 영업손실까지 더해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변호사들은 섣불리 합의에 응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법무법인 약속 조범수 변호사는 "현 단계에서 수천만 원의 합의금을 지급하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검찰이 기소하더라도 법원에서 충분히 다툴 수 있다"고 말했다.
오히려 섣부른 합의는 혐의를 인정하는 꼴이 될 수 있다. 법무법인 도모 고준용 변호사는 "범죄 혐의가 입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무리한 합의는 오히려 범행을 자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지금은 검찰 단계에서 무혐의를 목표로 적극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법무법인로웰 김훈희 변호사는 대응 방법으로 "의견서에는 ▲감식이 없었던 점 ▲직접증거가 없는 점 ▲퇴실 다음 날 파손이 발견된 점 ▲거짓말탐지기만으로 범행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점을 중심으로 정리해 제출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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