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과 덴마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에 올려놓은 쉬린 에미라(Shirin Emeera)가 위기의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수장을 맡았다.
판매 확대뿐 아니라 고객과 딜러 만족도를 함께 끌어올린 풍부한 경험을 갖춘 만큼, 에미라 사장에 대한 한국 메르세데스 벤츠 패밀리의 기대가 매우 크다.
지난 4월 RoF(리테일 오브 더 퓨처, Retail of the Future) 판매체제로 전환한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유통 구조를 안정시키는 데 경영의 무게가 실릴 것으로 예상된다.
에미라 사장은 지난 7월 1일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대표이사 사장으로 공식 취임했다. 전임 마티아스 바이틀 사장은 독일 본사 밴 부문 마케팅·세일즈 총괄로 이동했다.
에미라 사장은 메르세데스-벤츠에서 20년 넘게 근무했다. 경영관리 부문의 인턴으로 입사한 뒤 커뮤니케이션 업무를 시작으로 E-클래스와 CLS 제품관리, 메르세데스-AMG 제품관리 총괄을 맡았다. 이후 중남미 고객서비스와 중국 제품관리 부문을 거치면서 상품기획부터 판매 이후 고객 대응까지 경험했다.
2023년 7월에는 메르세데스-벤츠 스웨덴과 덴마크 법인의 대표이사 겸 이사회 의장으로 취임했다. 두 법인을 동시에 이끈 첫 여성 최고경영자였다.
전동화 속도가 빠르고 서로 다른 사업문화를 가진 두 시장을 함께 관리했다는 점에서 단일 국가 영업조직을 운영한 경영자와는 경력의 폭이 다르다고 볼 수 있다.
에미라 사장의 가장 뚜렷한 성과는 재임 기간 중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메르세데스-벤츠를 가장 많이 판매된 프리미엄 브랜드로 끌어올린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 덴마크는 재임 기간 동안 양국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판매 1위를 달성했으며, 고객 만족도와 딜러 만족도 역시 개선됐으며, 전기차 중심으로 재편되는 북유럽 시장에서 전동화 전환도 함께 추진했다.
에미라 사장은 단순히 판매량만 늘린 것이 아니라 고객과 딜러의 평가를 동시에 높였다는 점이에서 ROF라는 새로운 체제로 전환한 한국 시장과 맞닿아 있다.
현재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당면한 과제는 본사와 딜러, 영업사원의 역할이 크게 바뀐 새로운 판매 방식 ‘리테일 오브 더 퓨처(Retail of the Future·RoF)’를 현장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년 간 딜러와 협의를 거치며 시스템을 구축해 지난 4월 13일부터 RoF를 도입했다. 과거에는 각 딜러사가 차량을 매입해 자체적으로 재고와 할인 조건을 관리했지만, RoF 시스템에서는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가 판매 주체가 돼 전국 차량의 가격과 재고를 통합 관리한다.
고객은 지역과 딜러사에 관계없이 같은 판매 조건을 적용받아 투명하게 구매할 수 있고 딜러사는 할인 경쟁 구도에서 벗어나 안정적으로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구조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딜러별로 달랐던 재고와 가격을 통합해 전국 어디에서나 동일한 조건과 서비스로 차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RoF의 장점으로 제시하고 있다. 딜러사는 재고를 직접 매입하는 부담을 덜고 전시장 운영과 상담, 시승, 출고 지원 등 고객 접점에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가격 투명성과 재고 운영 효율을 높이는 제도다. 그러나 판매가격을 조정하던 권한이 본사로 넘어가면서 딜러와 영업사원의 수익 구조도 달라졌다. 본사가 정한 가격에 따라 차량을 판매하고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방식이기 때문에 수수료 수준과 성과평가 기준이 현장의 영업 동기를 좌우할 수 있다.
전국 동일 가격이 곧 동일한 구매비용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점도 풀어야 한다. 차량 기본가격이 같더라도 금융금리와 보상판매 가격, 카드 혜택, 부가상품에 따라 고객이 실제 부담하는 금액은 달라질 수 있다. RoF가 가격 흥정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금융과 중고차 보상까지 포함한 최종 구매비용을 투명하게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중앙 재고관리 시스템의 정확성도 중요하다. 본사가 전국 재고를 실시간으로 배분하면 특정 딜러사에 차량이 쌓이는 문제를 줄일 수 있지만, 차량 입항과 배정 정보가 실제 현장과 맞지 않으면 고객의 대기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 인기 모델의 예상 출고일과 배정 순서를 고객이 확인할 수 있어야 통합 재고의 장점이 체감된다.
에미라 사장은 한국 부임 직전 독일 본사에서 글로벌 네트워크 개발과 딜러 모델 시장 관리를 총괄했다. 중국과 미국을 포함해 기존 딜러 체제로 운영되는 주요 시장의 유통망을 담당한 만큼, 본사와 딜러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업무에 익숙하다.
에미라 사장의 강점은 직판제를 직접 설계한 데 있다기보다 판매방식이 변하는 과정에서 조직과 딜러망을 관리하고 시장 성과를 낸 경험에 있다.
RoF 안착이 시급한 이유는 판매 흐름에서도 드러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의 월간 판매는 지난 3월 5,419대에서 5월 3,553대로 감소했지만 6월 5,565대로 판매대수를 회복해 나가고 있다.
업계에서는 직판제 전환기의 시스템 적응과 계약 조건 변화가 일부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다만 신차 출시 주기와 경쟁사 프로모션 등 여러 변수가 있어 판매 감소를 RoF만의 결과로 단정할 수는 없다.
상반기 수입 승용차 시장에서도 벤츠의 점유율은 이전보다 낮아졌다. 국내 수입 승용차 신규등록은 18만4,032대로 전년 동기보다 33.2% 증가했지만, 메르세데스-벤츠의 시장점유율은 23.6%에서 16.2%로 하락했다. 테슬라의 판매가 급증하고 BMW가 선두 경쟁을 이어가면서 벤츠는 판매 회복이 절실한 상황이다.
지난해 연간 실적만 보면 사업 기반이 급격히 약해진 것은 아니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2025년 국내 승용차 시장에서 6만8,467대를 판매해 전년보다 3.1% 성장했다. 다만 BMW그룹 코리아가 같은 기간 8만5,283대를 판매하면서 양사 간 격차는 유지됐다.
전기차 판매와 브랜드 신뢰 회복도 에미라 사장이 해결해야 할 핵심 과제다.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는 하반기에 플래그십 세단 더 뉴 S-클래스를 비롯해 더 뉴 일렉트릭 CLA, 더 뉴 일렉트릭 GLC와 더 뉴 일렉트릭 GLB 등 신형 전기차를 투입할 예정이다.
에미라 사장이 북유럽에서 강조한 경영 원칙도 '고객 중심'이었다. 당시 에미라 사장은 "전기차 충전과 차량 기능, 디자인 등 고객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반영해야 시장을 이끌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덴마크에서 판매된 메르세데스-벤츠 차량 가운데 충전 가능한 전동화 모델 비중은 약 43%에 달했다.
앞으로 한국에서 에미라 사장의 성과를 판단할 기준은 단순히 월간 판매량을 얼마나 빠르게 올리느냐에 머물지 않고 RoF 도입 이후 전국 딜러사의 수익성이 유지되는지, 영업사원 이탈 없이 고객서비스가 개선되는지를 함께 살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차량 계약 주체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로 바뀌어도 고객이 만나는 사람은 여전히 공식 딜러 전시장의 영업사원이고, 차량을 관리하는 곳도 기존 딜러사의 서비스센터다.
벤츠 코리아의 재고·가격 통제와 딜러의 현장 운영이 분리되면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질 수 있다. 계약과 출고, 금융, 사후관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고객이 한 곳에서 해결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
북유럽 판매 1위 경험은 에미라 사장이 한국에 가져온 가장 강한 강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스웨덴과 덴마크에서 통했던 방식이 가격 경쟁과 월별 프로모션이 강한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도 그대로 작동한다고 보장하기는 어렵다.
에미라 사장이 풀어야 할 문제는 벤츠를 다시 몇 위로 올려놓느냐보다 RoF가 고객과 딜러 모두에게 이전보다 나은 판매 방식이며 벤츠라는 브랜드를 제대로 경험하는 방식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데 있다. 북유럽에서 판매 성장과 고객·딜러 만족도를 함께 높였던 경험을 한국에서 재현할 수 있을지가 첫 번째 평가 기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벤츠 코리아 사장 취임 1개월을 맞은 에미라 사장은 취임 초기 벤츠 코리아는 물론 딜러사 내부적으로도 많은 기대와 우려가 있었지만 한국 문화와 조직에 빠르게 적응하는 모습을 보이며 이 과정에서 부드럽고 섬세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에미라 사장은 전국 공식 딜러 전시장을 순회하며 직접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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