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기에 보유세를 먼저 강화할 것인지, 공급 확대를 우선할 것인지를 둘러싼 논쟁이 다시 부동산 정책의 핵심으로 떠올랐다. 최근 정부의 세제개편안 발표 이후 시장의 관심은 단순히 종합부동산세 인상 여부를 넘어 부동산 정책의 방향성 자체로 옮겨가고 있다.
정부는 자산 불평등 완화와 실거주 중심 과세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장기 실거주 1주택자까지 세 부담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반면 공급 부족이 장기간 누적된 상황에서 세금 강화만으로는 집값을 안정시키기 어렵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결국 이번 논쟁은 '세금을 먼저 손볼 것인가, 공급을 먼저 늘릴 것인가'라는 오래된 정책 논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린 셈이다.
7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가 발표한 세제개편안은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확대하면서도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높이고 일부 세율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책 취지는 다주택자보다 실거주 여부를 중심으로 과세 체계를 재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시장에서는 체감이 다른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올해 공동주택 공시가격이 큰 폭으로 오른 데 이어 서울 아파트값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내년 이후 공시가격 추가 상승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어서다. 기본공제가 확대되더라도 공시가격 상승과 과세표준 증가가 맞물리면 실거주 1주택자 역시 보유세 부담이 점진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특히 강남권뿐 아니라 마포, 성동, 동작, 강동 등 이른바 '준상급지'까지 가격이 상승하면서 과거에는 종부세와 거리가 멀었던 아파트도 과세 대상에 가까워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시장에서는 자산가치 상승과 실제 소득 증가를 동일하게 보기 어렵다는 점을 가장 큰 부담으로 꼽는다. 주택 가격이 올라도 매각하지 않는 이상 현금이 생기는 것은 아닌데 보유세는 매년 현금으로 납부해야 돼서다. 은퇴 이후 소득이 감소한 고령층이나 대출 상환 부담이 남아 있는 실수요자일수록 이러한 부담을 크게 체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대로 정부가 세제개편을 추진하는 배경도 분명하다. 최근 몇 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자산가격이 급등하면서 부동산 보유에 따른 자산 격차가 확대됐고, 이를 일정 부분 조정해야 한다는 정책적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제적으로도 보유세는 거래세보다 시장 왜곡이 적은 세목으로 평가받는다. 거래세를 높이면 매물이 줄어드는 반면 보유세는 자산 보유 비용을 높여 시장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다만 현실에서는 공급 부족이라는 구조적 문제가 여전히 남아 있다. 정부 역시 이를 의식하는 분위기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부동산 정책 점검회의에서 공급 확대 속도를 거듭 강조하며 가용 부지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주문했다. 수도권을 중심으로 이어진 공급 부족이 현재의 가격 상승을 초래한 만큼 공급 회복 없이는 시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최근 수년간 서울의 가구 수 증가 속도를 신규 주택 공급이 따라가지 못했다는 점은 여러 부동산 연구기관이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부분이다. 공급 부족이 지속될 경우 매매뿐 아니라 전월세 시장까지 영향을 받으면서 실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시장에서는 세제 강화가 임대시장으로 전가될 가능성도 주목한다. 보유세 부담이 늘어나면 일부 임대인은 이를 전세금이나 월세 인상으로 상쇄하려 할 수 있고, 실거주 요건 강화와 세제 변화가 맞물리면 임대 물량 자체가 감소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지역을 중심으로 전월세 매물이 감소하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이러한 변화가 세제개편 때문인지, 금리와 공급 부족 등 다른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서울시와 정부의 시각 차이도 정책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소다. 정부는 공급 확대를 위해 규제 완화와 공공 부지 활용을 검토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도시계획과 녹지 보전 원칙을 강조하며 일부 공급 방안에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을 바라보는 시각 역시 차이를 보이고 있어 향후 공급 정책이 어느 정도 속도를 낼 수 있을지가 시장의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세금과 공급을 대립하는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다 정책의 시간차를 고려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보유세는 비교적 단기간에 정책 효과를 낼 수 있지만 공급 확대는 실제 입주까지 수년이 걸린다. 반대로 공급이 충분히 뒷받침되지 않은 상태에서 세금만 강화하면 거래 위축이나 임대료 상승 같은 부작용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
결국 시장 안정의 핵심은 어느 한 정책의 강도가 아니라 정책 간 균형이라는 분석이다. 실거주자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세제 체계와 중장기 공급 확대가 함께 작동해야 시장 참여자들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향후 정부가 발표할 공급 대책은 이번 세제개편의 효과를 평가하는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라며 "시장은 단순히 공급 물량의 규모보다 실제 착공과 입주로 이어질 수 있는 실행력, 그리고 실수요자가 신뢰할 수 있는 장기 정책 로드맵이 제시될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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