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is] 무채색 카드를 깨운 한 글자…현대카드 ‘알파벳’에 더치 디자인을 입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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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is] 무채색 카드를 깨운 한 글자…현대카드 ‘알파벳’에 더치 디자인을 입히다

일간스포츠 2026-08-07 07:30:04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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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현대카드 제공]

“프라다는 나의 가장 진지한 부분, 미우미우는 나의 놀이터.”

이탈리아 패션 하우스 프라다(Prada)를 이끄는 미우치아 프라다는 그룹 산하의 또 다른 명품 패션 브랜드 미우미우(Miu Miu)의 브랜드 철학을 이 같이 설명했다. 자신의 어릴 적 애칭을 딴 미우미우를 통해, 절제되고 세련된 브랜드인 프라다와는 또 다른 결의 시도들을 마음껏 펼쳐보고 싶었다는 것이다. 즉, 미우미우는 그녀 안에 자리한 창의성과 반항성을 자유롭게 풀어놓는 놀이터였다.

현대카드가 카드사 최초로 상품과 서비스, 디자인, 서체 등 전 영역에서 다른 정체성을 담은 독자브랜드 ‘알파벳카드’를 선보인 것은 프라다의 미우미우 론칭과 비견된다. 금융업계에서는 상품이나 브랜드를 론칭할 때 일반적으로 상위 브랜드 이름을 얹어 신뢰를 공유하는 ‘엔도스드 브랜드’(Endorsed Brand) 전략을 사용한다. 그러나 ‘알파벳카드’는 고유의 정체성이 강하고 정제된 ‘현대카드’와 달리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담아 실험적이고 자유로운 정체성을 보여준다.

미우미우의 실험은 프라다의 정체성을 훼손하지 않고, 오히려 프라다 본연의 정체성을 더 뚜렷하게 했다. 나아가 프라다 그룹 전체의 스펙트럼을 개성과 트렌드를 중시하는 2030세대까지 확장시켰다.

‘알파벳카드’는 어떤 성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그 결과의 단초가 될 알파벳카드의 ‘달랐던 상상’을 5회에 걸친 브랜드 스토리로 풀어본다. <편집자 주>

‘지갑 속에 머무는 작은 플레이트도 독자적인 디자인 언어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알파벳카드는 이 질문에 대한 현대카드 식의 답변이다.

신용카드 플레이트의 세계는 오랫동안 조용했다. 블랙과 실버, 그레이 등 무채색이 주로 쓰였고 카드 전면에는 기업 로고와 상품명이 정돈된 방식으로 자리했다. 결제 수단인 카드가 지나치게 존재감을 드러낼 필요는 없다는 인식이 디자인에도 반영된 결과였다.

현대카드는 가로 1, 세로 1.58의 카드 비례를 브랜드 디자인의 기본 단위로 활용해 왔다. 이 비례는 플레이트 안에만 머물지 않았다. 아워툴즈와 아워워터 등 여러 프로젝트로 확장되며 현대카드 특유의 시각적 질서를 형성했다. 카드는 현대카드의 본업이자 디자인 실험의 출발점이었던 셈이다. 현대카드와 다른 카드사 브랜드 정책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현대카드에 따르면 ‘카드는 가로형’이라는 고정관념을 깬 세로형 카드도 같은 맥락에서 나왔다. 카드가 꽂히고 건네지고 결제되는 장면이 달라지면 형태도 변할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사진 현대카드 제공]

알파벳카드는 이 같은 디자인 실험의 연장선에 있다. 각기 다른 라이프스타일을 하나의 브랜드에 담고, 상품을 상징하는 알파벳 한 글자를 플레이트의 주인공으로 세웠다.

현대카드는 알파벳카드 디자인을 위해 네덜란드 디자인 스튜디오 라바(LAVA)와 협업했다. 새 플레이트에는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형태와 구조에 집중하는 미니멀리즘, 강렬한 색채와 실험적인 타이포그래피를 앞세우는 더치 디자인의 특징을 함께 담았다.

카드 전면을 크게 차지하는 알파벳은 상품을 상징한다. 복잡한 그래픽과 설명 대신 한 글자와 색의 대비로 시선을 모은 것이다.

글자의 일부 획과 구조도 조형적으로 변주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알파벳이라는 기본 형태는 유지하면서도 카드마다 다른 리듬과 인상이 드러나도록 했다”며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서로 다른 디테일이 발견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디자인에서 가장 과감한 변화는 카드 전면에서 현대카드 기업이미지(CI)를 제외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카드의 중심에 놓이는 회사 이름 대신 상품을 상징하는 알파벳이 자리를 차지했다. 로고를 반복해서 보여주기보다 글자의 형태와 비례, 색만으로 브랜드를 인식시키겠다는 선택이다.

[사진 현대카드 제공]

카드 후면의 정보에도 알파벳카드 전용 서체를 적용했다. 전면에서는 한 글자의 조형성을 강조하고, 후면에서는 필요한 정보를 전달하면서도 같은 디자인 언어를 유지하도록 구성했다. 기업 로고는 줄었지만 브랜드의 존재감은 오히려 선명해졌다. 이름을 읽게 하기보다 형태를 기억하게 만든 결과다.

알파벳카드 플레이트는 메탈과 브라이트, 소프트 등 세 가지 디자인으로 구성됐다. 메탈 플레이트는 소재 자체의 질감과 물성을 강조한다. 브라이트 플레이트는 생동감 있는 색상 대비를 앞세우고, 소프트 플레이트는 절제된 색조로 차분한 분위기를 표현한다.

현대카드 측은 “같은 브랜드 안에서도 회원의 취향에 따라 서로 다른 질감과 색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한 것”이라며 “혜택이 카드를 고르는 기능적 기준이라면 플레이트는 그 선택에 개인의 취향을 더하는 시각적 기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카드는 알파벳 한 글자를 카드의 이름이자 이미지, 브랜드의 표식으로 세웠다. 무채색 플레이트의 익숙한 문법을 깨운 것은 화려한 장식이 아니었다. 카드 전면을 가득 채운 한 글자와 그 글자를 밀어 올린 강렬한 색이었다.

알파벳카드는 현대카드의 디자인이 카드의 비례에서 출발해 색과 타이포그래피, 소재로 확장된 과정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한 장의 카드가 결제 수단을 넘어 취향을 드러내는 디자인 오브제가 될 수 있다는 제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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