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가 'FMS 2026'에서 공개한 고대역폭 플래시(HBF)가 상용화되면 인공지능(AI) 가속기 가까이에 대용량 읽기 메모리 풀을 붙여, 같은 GPU로 더 많은 질문을 처리하고 전력·총소유비용을 낮추는 구조가 가능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6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의 HBF 전략에 대해 업계에서는 AI 추론 인프라의 병목을 메모리 계층 재배치로 푸는 시도라는 평가가 나온다. HBM 성능을 높이는 경쟁을 넘어 HBM과 SSD 사이에 새 계층을 넣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HBF는 낸드 기반 메모리다. 그러나 일반 SSD와는 다르다. 낸드를 HBM과 비슷한 적층 패키지로 구성하고 병렬 읽기 구조를 강화해 AI 가속기 가까이 붙이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와 샌디스크가 공개한 규격은 최대 512GB 용량과 0.4~3.0TB/s 대역폭을 제시했다.
해외 전문가 집단에선 특히 용량 개선에 주목한다. HBM은 빠르지만 탑재 용량이 제한적이고 가격 부담이 크다. 대규모 언어모델 추론에서는 모델 가중치와 KV 캐시가 계속 커진다. 사용자가 많아질수록 같은 GPU 안에서 저장하고 불러와야 할 데이터도 늘어난다.
IT 전문매체 톰스하드웨어는 HBF를 AI 추론용 새 메모리 계층으로 평가했다. HBM만으로 경제적으로 제공하기 어려운 대용량 메모리 풀을 프로세서 가까이에 둘 수 있다는 점을 장점으로 짚었다. 다만 지연시간에서는 HBM을 넘기 어렵다고 봤다.
이 한계가 HBF의 쓰임새를 가른다는 분석이다. HBM은 가장 빠르게 접근해야 하는 데이터를 맡는다. HBF는 큰 용량이 필요한 읽기 중심 데이터를 받치는 보조 역할을 한다. AI 학습보다 추론용으로 먼저 쓰일 것이란 관측도 이 때문이다.
EE타임스도 HBF를 HBM의 대체재가 아니라 보완재로 봤다. 쓰기 속도와 내구성은 HBM보다 불리하지만 읽기 중심 추론 작업에는 맞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AI 모델을 HBF에 두고 HBM을 고속 캐시처럼 쓰면 메모리 벽을 다른 방식으로 낮출 수 있다는 평가다.
SK하이닉스에는 사업 시너지 효과도 있다. 회사는 HBM 강자이면서 낸드 사업도 갖고 있다. HBF는 두 영역을 하나의 AI 인프라 솔루션으로 묶을 수 있는 제품이다. HBM만 팔 때보다 고객 시스템 안에서 차지하는 메모리 영역을 넓힐 수 있다는 의미다.
김천성 SK하이닉스 부문장은 FMS 2026에서 "AI 활용이 빠르게 확산되면서 데이터 처리 구조 전반의 재설계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HBF가 메모리와 스토리지의 경계를 다시 나누는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다.
Copyright ⓒ 아주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