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락] 협력업체가 작성한 금형도면의 권리를 두고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와 세라젬의 판단이 엇갈렸다.
공정위는 세라젬이 협력업체의 기술자료에 대한 권리를 자사에 귀속시키는 부당특약을 설정하고 일부 도면을 중국 계열사에 제공했다고 판단해 제재에 나섰다.
반면 세라젬은 해당 계약이 협력업체와 상호 합의로 체결됐으며 금형 제작 관련 비용도 정상적으로 지급했다는 입장이다. 다만 공정위 판단을 존중해 관련 계약조항은 이미 정비했으며 향후 대응 여부는 의결서를 검토한 뒤 결정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세라젬의 부당특약과 기술자료 부당 요구·제3자 제공 등 하도급법 위반 행위에 대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4억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결정했다고 6일 밝혔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세라젬이 의료기기와 안마의자 등에 사용되는 부품과 금형 제작을 협력업체에 위탁하는 과정에서 총 4개 유형의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한 것으로 봤다.
쟁점은 협력업체가 작성한 금형도면의 권리를 세라젬에 귀속시킨 계약조항이다.
공정위의 조사에 따르면 세라젬은 2019년 8월부터 2024년 1월까지 12개 수급사업자와 17건의 금형제작 위탁계약을 체결하면서 금형 제작과 관련한 지식재산권을 자사에 귀속시키는 특약을 설정했다.
공정위는 이를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부당하게 제한하는 '부당특약'이라고 판단했다.
중국 계열사로 넘어간 금형도면도 문제가 됐다.
세라젬은 2021년 12월부터 2023년 8월까지 중국 계열사인 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의 현지 제품 개발을 목적으로 3개 수급사업자에게 금형도면 33건을 요구해 제공받았다.
천진세라젬의료기계유한공사는 세라젬이 지분 70%를 보유한 계열사다.
공정위에 따르면 세라젬은 이후 2023년 10월 두 차례에 걸쳐 수급사업자와 별도 합의 없이 제공받은 금형도면 중 7건을 중국 법인에 제공했다.
기술자료 요구 과정에서 필요한 서면을 발급하지 않은 행위도 적발됐다.
세라젬은 2021년 1월부터 2022년 3월까지 한 수급사업자에게 모터 부품 외형도 1건과 사양서 1건을 요구하면서 요구 목적과 권리귀속 관계, 대가 등을 담은 기술자료 요구 서면을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세라젬은 공정위 심의 과정에서 다른 해석을 제시했다.
금형제작 위탁계약서에 '금형제작과 관련된 지적재산권은 갑의 소유'라고 명시돼 있고 설계비를 지급한 만큼 금형도면의 소유권 역시 자사에 있다는 취지다.
금형도면과 외형도·사양서가 하도급법에서 보호하는 수급사업자의 기술자료인지 여부에 대해서도 이견을 보였다. 협력업체가 세라젬이 제공한 자료를 바탕으로 도면 등을 작성한 만큼 수급사업자 고유의 기술이나 노하우가 담긴 자료로 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공정위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공정위는 세라젬과 협력업체 사이에 금형도면 소유권 이전에 관한 별도의 구체적인 계약이 없다는 점을 판단 근거로 들었다.
세라젬이 지급한 설계비 역시 금형 제작에 드는 비용의 세부 항목일 뿐 도면 소유권을 이전받기 위한 정당한 대가는 아니라고 봤다.
또 협력업체가 세라젬의 자료를 일부 활용했더라도 수급사업자 고유의 기술과 노하우가 투영돼 금형도면 등이 작성됐다면 하도급법상 보호받는 기술자료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다만, 세라젬은 해당 계약이 협력업체와의 상호 합의로 체결됐다며 금형도면의 법적 성격과 하도급법 적용 범위를 둘러싼 공정위와의 해석 차이가 있다는 입장이다.
세라젬 관계자는 <뉴스락>뉴스락>과의 인터뷰에서 "해당 계약은 상호 합의에 따라 체결됐으며 금형 제작과 관련한 비용도 정상적으로 지급했다"며 "심의 과정에서 회사의 입장을 충분히 소명하려 했으나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세라젬 관계자는 "내부에서는 공정위의 판단을 존중하며 이를 고려해 관련 계약조항에 대한 정비를 완료했다"고 설명했다.
세라젬은 이번 사안이 실제 협력사나 소비자 피해로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점도 강조했다.
세라젬 관계자는 "이번 사안으로 피해를 입은 협력사나 소비자는 없으며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 고객 서비스와도 전혀 관련이 없는 사안"이라며 "금형도면의 법적 성격과 하도급법 적용 범위에 대한 공정위와 세라젬 간 법률적 해석의 차이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향후 대응에 대해서는 "공정위 의결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뒤 신중하게 결정할 예정"이라며 "이와 별개로 협력사와의 신뢰를 바탕으로 상생협력과 윤리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한편, 공정위는 세라젬에 재발방지명령과 중지명령, 관련 계약조항 수정·삭제명령, 교육명령 등 시정조치와 함께 과징금 4억3200만원을 부과하기로 의결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합의에 바탕한 구체적인 계약 체결 없이 부당특약을 설정하거나 단순 설계비를 지급한 것만으로 기술자료에 대한 수급사업자의 권리를 일방적으로 제한할 수 없음을 명확히 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부당특약을 통한 소유권 귀속과 정당한 사유 없는 기술자료 요구 및 유용 행위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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