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 유행했던 게임들이 숏폼 콘텐츠를 통해 입소문을 타면서 요즘 20·30세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이른바 '레트로 게임'이라 불리는 과거 게임들의 인기는 단순히 즐기는 수준을 넘어 수집, 재테크 수단 등으로 확대될 정도로 상당한 편이다. 패션, 음악 등에서 불고 있는 복구 트렌드와 자신의 개성을 중시하는 요즘 젊은 세대들의 성향이 복잡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분석된다.
아이들은 색다른 재미에, 부모는 추억 때문에…게임시장에 부는 '레트로' 열풍
최근 인스타그램, 틱톡, 유튜브 등 각종 소셜미디어(SNS) 플랫폼에서는 8비트·16비트 도트 그래픽의 고전 게임이나 2000년대 초반 인기를 끌었던 닌텐도DS·3DS 플레이 영상이 인기를 끌고 있다. 한 고전 게임 플레이 영상이 인스타그램에서 조회수 100만회를 넘어서는가 하면 레트로 게임의 현재 가격과 희귀 정도를 설명하는 콘텐츠는 조회수 250만회를 기록했을 정도다. 레트로 게임과 관련된 각종 정보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채널이나 계정도 빠르게 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오프라인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용산전자상가와 국제전자센터, 신도림 테크노마트 등에 위치한 게임 매장에는 평일·주말 구분 없이 레트로 게임 제품을 구매하려는 이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국제전자센터에 위치한 한 게임숍 관계자는 "소셜미디어에서 관련 영상을 보고 어린 아이들이 부모와 손을 잡고 매장을 찾는 경우가 많다"며 "부모들은 과거의 추억을 회상하고 아이들은 레트로 게임의 이색적인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해당 매장에서 만난 이재윤 씨(28·남)는 "초등학교 저학년 때 즐겨 하던 게임 영상을 인스타그램에서 본 후 새삼 예전 추억이 떠올랐다"며 "화면으로만 보던 실물 기기와 게임칩을 직접 보니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이어 "조만간 소장용으로 하나 구매할까 생각 중이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고객 박성호 씨(34·남·가명)는 "어릴 적 즐겼던 추억 때문에 옛날 게임을 다시 사게 되는 것 같다"며 "선호하는 게임은 다르지만 주변에도 레트로 게임에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고 설명했다.
레트로 게임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중고 제품의 시세도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과거 향수를 자극하는 대표작인 '포켓몬스터', '슈퍼마리오', '동물의 숲' 등 인기 타이틀은 당시 발매 정가 대비 최소 3~4배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특히 생산된 지 한참 지나 단종 된 제품 중 희소성이 높은 제품의 경우 소위 '부르는 게 값'일 정도로 높은 가격대를 자랑하고 있다.
일례로 2010년 발매 당시 정가 4만9000원이었던 '포켓몬스터 하트골드' 게임칩은 상태가 깨끗한 박스 상품의 경우 현재 중고 시장에서 무려 450만원 선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포켓몬스터 게임칩 비공식 제작판의 경우도 20만~30만원 수준에 거래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용산전자상가에 위치한 한 게임숍 관계자는 "얼마 전 프랑스에서 온 손님이 관련 제품을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대부분의 게임기기가 과거 판매가 대비 50% 이상 높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30·40세대에게 레트로 게임은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리는 동시에 숏폼이라는 현대적 매체를 통해 타인과 취향을 공유하는 일종의 경험형 놀이문화다"며 "특히 한국을 비롯해 외국에서도 게임기나 게임칩이 희소성을 바탕으로 고가의 자산으로 재평가 받는 현상은 레트로 게임 열풍이 전 세계적인 추세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스스로 콘텐츠 수명을 연장하고 가치를 재창출하는 이런 문화적 흐름은 당분간 레트로 시장 전반의 저변을 넓히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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