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도 가까운 극한의 폭염이 연일 지속되고 있다. 6일 서울의 낮 최고기온은 39도까지 오를 것으로 예보됐다. 같은 날 필리핀 마닐라의 31도, 태국 방콕 33도보다 더 높은 수치다.
적도에 가까운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보다 한국 내륙의 기온이 5~10도 이상 높은 이례적인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서울기상관측소에서 근대적인 기상관측을 시작한 1907년 10월 이후 서울의 기온이 39도를 넘은 것은 단 한 차례뿐이다. 앞서 지난 2일 경남 양산에서는 국내 기상관측 사상 가장 높은 42.5도가 기록되기도 했다.
한국이 지금 동남아시아보다 더 더운 이유는 무엇일까. 또 이번 폭염은 언제까지 이어질까.
뜨거워진 바다, 밤에도 열기 가둬
현재 한국과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의 기온 차이를 만든 첫 번째 요인은 구름과 비다.
태국과 필리핀, 홍콩 등 동남아시아 일대에는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는 불안정한 기상 현상인 '열대요란'의 영향으로 넓은 구름대가 형성돼 있다. 구름이 강한 햇빛을 가리고 곳곳에 비를 뿌리면서 주요 도시의 낮 최고기온은 28~33도 수준에 머물고 있다.
동남아시아와 달리 한반도에는 구름이 적고 강한 햇빛이 이어지고 있다. 그 배경에는 한반도 상공에 겹쳐 자리한 두 개의 고기압이 있다. 대기 중·하층에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상층에는 티베트고기압이 자리하고 있다. 이른바 '이중 고기압' 구조다.
고기압 안에서는 공기가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다. 내려오는 공기는 지상에 가까워질수록 압축되면서 온도가 높아진다. 하강기류는 구름이 만들어지는 것도 방해한다. 구름이 줄어든 자리로 강한 햇빛이 들어오면서 지표면은 다시 뜨거워진다.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에서 기후변화 및 예측을 연구하는 국종성 교수는 BBC에 "이번 폭염에는 중·하층의 북태평양고기압과 상층의 티베트고기압이 함께 영향을 주는 이른바 '이중 고기압' 구조가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또 "여기에 맑은 날씨와 강한 일사, 남쪽에서 유입되는 고온다습한 공기, 하강기류에 의한 단열승온(공기가 하강하면서 압축돼 온도가 오르는 현상) 효과가 겹쳤다"고 덧붙였다.
다만 하루 최고기온만으로 한국의 기후가 동남아시아보다 더 덥다고 볼 수는 없다.
동남아시아는 연중 평균기온과 습도가 높고 밤에도 더위가 이어지는 지역이 많다. 현재 나타난 기온 차이는 각 지역에 형성된 구름과 비, 기압계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볼 수 있다.
평년보다 높은 한반도 주변의 해수면 온도도 폭염을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현재 서해와 동해, 남해 먼바다의 수온은 평년보다 2~4도 높은 상태다.
따뜻해진 바다는 대기에 열과 수증기를 계속 공급한다. 수증기는 지표면에서 방출되는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는 온실가스 역할을 한다. 높은 해수면 온도가 낮의 폭염뿐 아니라 밤사이 기온이 충분히 내려가지 않는 열대야에도 영향을 미치는 이유다.
특히 서울 등 대도시에서는 열섬 현상까지 더해진다.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건물은 낮 동안 흡수한 열을 밤까지 내보낸다. 건물이 빽빽하고 녹지가 부족한 지역일수록 열이 빠져나가기 어렵다.
전국적인 폭염의 큰 배경이 두 고기압과 높은 해수면 온도라면, 폭염이 집중되는 지역은 바람의 방향과 산맥의 위치에 따라 달라졌다.
지난달 말까지는 서풍 계열의 바람이 산맥을 넘어 동쪽으로 불면서 양산과 창원, 대구 등 영남 지역의 기온이 크게 올랐다. 8월 들어 하층의 바람이 동풍 계열로 바뀐 뒤에는 태백산맥 서쪽에 있는 수도권과 충청·호남에서 고온이 두드러지고 있다.
동해에서 들어온 공기는 태백산맥 동쪽 사면을 따라 올라가며 식는다. 이 과정에서 공기가 머금고 있던 수증기 일부가 구름이나 비로 빠져나간다. 상대적으로 건조해진 공기는 산맥 서쪽 사면을 따라 내려오며 다시 압축되고 뜨거워진다. 이른바 '푄 현상'이다.
예상욱 이화여자대학교 기후에너지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양산이나 창원, 대구 등이 굉장히 더웠는데, 그건 공기가 소백산맥을 넘어오면서 발생한 푄 현상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서울과 중부지방 등 우리나라 서쪽 지방이 굉장히 더운데, 현재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어오면서 태백산맥 서쪽에 있는 지역들이 더워진 것"이라며 "기온을 높일 수 있는 요소들이 지금 다 같이 작용해 위도가 낮은 지역들보다 훨씬 높은 기온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
40도에 육박하는 극단적인 더위는 이번 주말부터 다소 누그러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낮 최고기온이 36도 안팎으로 내려가는 것이어서, 여전히 폭염 기준을 크게 웃돈다.
8월 중순 이후의 기온이 어떨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북태평양고기압이 잠시 수축해 비가 내리면 더위가 완화될 수 있지만, 고기압이 다시 확장하면 강한 폭염이 재발할 수 있다.
8월 초는 기후학적으로 일 년 중 기온이 가장 높은 시기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번 폭염의 강도가 점차 약해질 가능성은 있지만, 더운 날씨 자체는 8월을 넘어 이어질 수 있다.
5일 기상청이 발표한 3개월 전망(8∼10월)에 따르면 8월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은 60%이며, 평년보다 이상고온 발생일수가 많을 확률도 60%로 내다봤다. 9월과 10월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을 확률도 50%다. 여기에 강한 엘니뇨 발달 가능성까지 겹쳐 올여름이 관측 이래 가장 더운 여름 중 하나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앞으로 폭염의 강도를 좌우할 변수 가운데 하나는 '태풍의 이동 경로'다.
태풍이 몰고 온 수증기가 한반도로 들어오면 구름이 형성되고 비가 내리면서 기온이 일시적으로 내려갈 수 있다. 반대로 태풍의 위치에 따라 한반도로 부는 동풍이 강해지면 수도권 등 서쪽 지역의 기온이 오히려 더 오를 수 있다. 강해진 동풍이 태백산맥을 넘으며 푄 현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태풍이 접근한다는 사실만으로 폭염이 끝날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태풍의 정확한 위치와 진로, 태풍이 밀어 올리는 수증기와 바람의 방향을 함께 살펴봐야 한다.
40도 폭염, 한국의 '뉴노멀' 될까
장기적으로 한국의 여름은 더 길고 뜨거워지고 있다. 과거에는 장마가 끝난 7~8월에 폭염이 집중됐지만, 최근에는 '5월 폭염'이라는 표현이 생길 만큼 시작은 빨라지고 끝은 늦어졌다.
그렇다고 매년 극단적인 더위만 반복되는 것은 아니다. 대기 변동에 따라 상대적으로 덜 더운 해도 찾아올 수 있다. 다만 기후변화로 기본 기온이 높아지면서 과거와 같은 기압 배치에서도 훨씬 강한 폭염이 나타날 가능성이 커졌다.
국 교수는 "모든 여름이 올해처럼 극단적으로 덥다는 의미의 뉴노멀은 아니다"라면서도 "폭염이 더 자주, 더 오래,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는 기후적 배경은 이미 새로운 정상 상태가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기상청 기후전망을 보면 2021~2040년 한국의 평균기온은 2000~2019년보다 약 1.3~1.5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도권의 연평균 폭염일수 역시 현재 7.8일에서 약 18일로 두 배 이상 늘어날 전망이다.
예 교수 역시 "최근 3~4년 동안의 여름이 앞으로 우리가 맞이하게 될 10년 또는 20년의 평균 상태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지금 우리가 경험하는 여름이 새로운 표준을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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