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매거진=황명열 기자] 최첨단 기술과 인공지능(AI)이 인간의 영역과 창작을 대체할 수 있다는 신화가 팽배해진 시대, 도리어 인간만이 가진 완벽하지 않음과 ‘오류’의 가치를 조명하는 뜻깊은 전시가 열린다.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은 연례 대표 기획전인 ‘2026 타이틀 매치’의 열세 번째 주인공으로 오인환, 장서영 작가를 선정, ‘오인환 vs. 장서영: 휴먼 에러’를 오는 13일부터 10월 25일까지 미술관 1, 2층 전시실(1~4전시실)에서 개최한다.
전시 제목 ‘휴먼 에러(Human Error)’는 주로 산업 현장에서 시스템의 결함이나 사고 원인을 가리킬 때 쓰이는 용어로, 인간을 완벽한 기계처럼 교정·통제하려는 사회적 욕망을 반영한다. 이번 전시는 정해진 시스템에 순응하기보다 의도적으로 궤도를 이탈하고 교란을 일으키는 예술가의 태도야말로 인간다운 창작의 근본적인 원천임을 역설한다.
전시는 영상, 사진, 조각, 설치 등 두 작가의 다채로운 매체와 깊이 있는 주제의식을 담은 작품 23점을 2개의 축으로 나누어 다층적으로 펼쳐낸다.
1부 오인환 ‘하나가 아닌 우리, 하나가 아닌 나’는 고착화된 사회 시스템과 집단주의에 의도적으로 균열을 내는 능동적 인간을 탐구한다. 관습과 통념에 질문을 던지며, 단일한 본질로 규정될 수 없는 정체성의 다양성을 가시화한다. 참여자의 반응과 시간의 흐름을 통제하지 않는 참여형 프로젝트 및 변주 기법을 통해 보편성과 정상성의 질서를 기분 좋게 교란한다.
2부 장서영 ‘실리콘 바니타스(Silicon Vanitas)’는 반도체의 핵심 재료인 ‘실리콘’과 삶의 유한함을 가리키는 미술사적 개념 ‘바니타스’를 결합했다. 끝없이 발전하는 현대 기술문명에 대비해, 노화·질병·소진 등 신체 내부에서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불완전함을 모티프로 삼는다. 유머와 언어유희, 미로 같은 조각·영상 설치를 결합해 기술주의에 얽매인 현대인의 조건과 신체의 시간을 다시 묻는다.
세계의 완벽한 통제자가 아닌, 끊임없이 기술과 환경,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주저앉고 변화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무엇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가’에 대한 깊은 성찰의 기회를 제공한다.
전시 기간 중 매일(추석 연휴 제외) 오전 11시와 오후 3시에는 도슨트 전시 해설 프로그램이 운영된다. 자세한 안내는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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