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6개월 전 나온 작품이 베스트셀러 1위 등극…사랑과 성장 이야기 다뤄
SNS서 입소문 타고 화제…"수족관이란 작은 세계, 독자와 만나 넓어져"
(서울=연합뉴스) 김기훈 기자 = "마라톤의 끝에, 마지막 주자로 들어섰음에도 아직 떠나지 않고 기다려준 누군가와 포옹을 나누는 기분입니다."
장편소설 '수족관'(포스터샵 펴냄)으로 역주행 신화를 쓰고 있는 유래혁(32) 작가는 마라톤 완주 뒤 느끼는 환희에 소감을 빗댔다.
올여름 출판계에서 화제가 되는 책을 꼽자면 '수족관'을 빼놓을 수 없다. 이 책은 교보문고 7월 4주간(22∼28일) 종합 베스트셀러 순위에서 1위에 올랐다.
책이 처음 나온 것은 2024년 1월. 자그마치 2년 6개월 전이다. 출간 당시 존재감조차 없던 책이 뒤늦게 베스트셀러 정상을 차지한 것이다. 양귀자의 '모순'과 정대건의 '급류'를 잇는 역주행 소설이다.
작가 유래혁은 1994년 태어나 홍익대에서 미술을 전공했으며, 사진가로 활동해왔다.
'수족관'은 그가 쓴 첫 장편소설로, 작가는 이에 앞서 사진집과 산문집을 낸 적 있지만 별 반응은 없었다.
책을 펴낸 곳 역시 작가가 운영하는 독립출판사다. 광고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역주행했다는 게 매우 이례적이다. '수족관'은 현재 16쇄를 제작 중이다.
작품은 일본을 배경으로 보육 시설에서 자란 '류이치'가, 먼저 보육 시설에서 도망쳐 나온 '아카리'를 만나 겪는 일을 그렸다.
두 사람은 서로에게 의지하면서도, 상처 때문에 가까워졌다가 멀어지기를 반복하고, 수족관 같은 답답한 현실을 벗어나 언젠가 오키나와의 넓은 바다를 함께 보자는 꿈을 꾸게 된다.
과거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청춘들의 이야기를 통해 인간이 어떻게 아픔을 극복하고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는지를 담담하게 보여주는 성장 소설이기도 하다
'수족관'의 역주행은 1020 세대가 주도하고 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작품을 소개하는 쇼츠 영상과 독자들의 인증 사진 행렬이 이어졌다.
교보문고는 책의 인기에 대해 "SNS를 통한 20대 독자들의 입소문이 흥행을 이끈 가운데, 방학을 맞아 매장을 방문한 학생들이 책을 구매한 것도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인기 마케터인 임숲숲은 이 책에 대해 "무라카미 하루키의 문장을 신카이 마코토의 물감으로 색칠한 기분"이라는 추천평을 남겼다.
역주행의 주인공 유래혁에게 이메일로 질문을 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인기 비결이 뭐라고 보는지.
▲ 실컷 울고 나면 이상하게 개운하다고. 어딘가 다정하면서도 점점 몰아치는 슬픈 이야기가 그런 효용을 가져다준 게 아닐까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책을 읽은 독자분들이 감사하게도 제가 해야 할 홍보를 대신해주고 계시다. 독자분들이 직접 나서서 이 책을 추천하고, 알려주시지 않았다면 오늘날과 같은 일들이 벌어지지 않았으리라 생각한다.
-- '수족관'을 쓰게 된 계기나 배경이 있나.
▲ 이야기를 참 사랑한다. 이야기를 통해 삶의 갈래가 무한하게 나누어지고, 그 나뉜 삶 속에서 또 다른 꿈을 꿀 수 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잠시나마 지금의 삶을 잊게 만드는 것이 이야기를 쓰는 목표라고 말할 수 있다. 바다에서 자유로이 헤엄을 칠 때 우리가 자신을 잊어버리듯, 소설 '수족관'을 읽으며 그런 낯설고도 신선한 감각에 즐거우셨으면 한다.
-- 문단 데뷔 경험이 없어서 책을 내는 데도 어려움이 있었을 것 같은데.
▲ 수년 전, 오랜 시간 전 세계의 길거리를 두 발로 걸어 다니며 사진을 촬영하고, 수많은 인터뷰이를 만나 그들의 삶을 들었다. 그리고 그런 기록들을 한데 엮어 직접 독립출판을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다. 책을 만드는 데는 비교적 작은 용기가 들었다. 다만 책을 알리는 데는 참 부족한 점이 많아, 늦은 걸음마를 뗀 기분이다.
--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는지.
▲ 지금 '수족관'이라는 작은 세계는 여러분을 만나 조금씩 넓어지고, 어느덧 바다와 착각을 할 만큼 외연을 넓혀가고 있다. 자꾸만 파도 소리가 들리는 건 기분 탓일까? 이런 기적에 가까운 착각 속에 제가 가진 가장 귀한 사랑을 보내고 싶다.
-- 후속 작품 계획은.
▲ 새 장편 소설이 곧 퇴고를 마칠 예정이다. 머지않아 새로운 땅에서 새로운 이야기로 다시 찾아뵙겠다.
kih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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