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기마다 일본이든 어디든 해외로 나가자는 아내, 여행 유튜브 영상만 봐도 쓸 돈과 체력이 떠올라 피곤하다는 남편. 월세로 사는 한 맞벌이 부부의 여행을 둘러싼 온도 차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을 불렀다.
글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AI 툴로 만든 사진.
아내가 왜 이렇게 해외여행을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글이 6일 블라인드의 블라블라 채널에 올라왔다.
글쓴이는 아내가 여행 유튜버 영상을 보며 "여기 가면 좋겠다”, “저기 가면 좋겠다"라며 노래를 부른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도 없어 월세로 사는데 정신을 좀 차렸으면 좋겠다"고 적었다. 분기마다 나가자는 아내와 당일치기 속초 여행 정도로 타협을 보지만 그래도 1년에 한 번은 출국하게 된다고 했다.
가장 먼저 불이 붙은 쟁점은 그 돈을 아낀다고 집을 살 수 있느냐였다. 한 이용자는 "일본은 200만~300만원이면 충분한데, 1년에 그만큼 더 모아 봤자 집 사는 데 큰 도움이 안 된다"고 적었다.
그러자 반박이 쏟아졌다. "없을 때 더 아끼는 것이다. 그 생각이면 평생 돈을 못 모은다", "그런 마음가짐이면 원하는 집을 영영 못 산다"는 지적이 나왔다. "여행에만 그 돈을 쓰고 다른 데서는 아끼겠느냐"는 반응도 있었다. 글쓴이는 "해외에 안 나가도 분기마다 국내 여행으로 나가는 돈이 만만찮다"고 맞장구쳤다.
여행 빈도 자체를 두고도 시각이 갈렸다. "아이도 없는데 1년에 한 번이면 잦은 편이 아니다", "저렴하게 가면 일본은 2박 3일에 60만원이면 다녀오니 1년에 한 번은 이해해 줄 만하다"는 옹호론이 있었다. 반면 "월세로 살거나 대출 원리금이 나가면 자연스럽게 해외여행을 줄여야 하는데 계획이 없어 보인다"는 반론도 팽팽했다. 글쓴이는 "1년에 한 번 이상 해외에 나가는 사람은 세계적으로 드물다"며 "한국이 여행에 유독 돈을 많이 쓴다"고 주장했다.
혼자 다녀오게 하라는 조언도 여러 갈래로 이어졌다. "친구나 모임과 다녀오게 하고 경비는 개인 용돈으로 마련하게 하라"는 말이 나왔다. 이에 대해 글쓴이는 "제발 혼자 가라고 하는데도 아득바득 나를 끌고 나간다"며 "여행은 여행대로 가고, 용돈도 늘 초과해 써야 하며, 갖고 싶은 것은 또 가져야 한다. 참는 것이 없다"고 답답해했다.
차라리 대출을 받아 집을 사라는 역발상도 호응을 얻었다. 한 이용자는 "아끼라고 잔소리하는 것보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 버려야 오히려 돈을 안 쓰게 된다"며 "매달 원리금이 나가면 여행 갈 생각이 사라진다"고 했다. 실제로 대출로 집을 산 뒤 소비 습관이 저절로 잡혔다는 경험담도 뒤따랐다.
가장 현실적인 절충안으론 예산에 선을 긋자는 제안이 나왔다. 한 이용자는 "부부 실수령액의 5% 이내에서 여행에 쓰기로 합의하라"며 "국내에 여러 번 갈지 한 번에 해외에서 몰아 쓸지 선택과 집중을 하라"고 조언했다. 글쓴이는 "나쁘지 않은 방법"이라고 반응했다.
이를 부부의 근본적인 가치관 차이로 본 이들도 많았다. "삶의 기준이 다른 것인데 당신만 옳다고 여긴다", "성향 차이라 이해의 영역이 아니다"라는 지적이 이어졌다. "서로 가장 원하는 것은 들어주고 타협할 줄 알아야 같이 산다"는 조언도 비스핫 맥락이었다.
소비 성향이 엇갈리는 부부의 갈등은 대개 수입의 많고 적음보다 서로 다른 경제관념에서 비롯된다. 갈등을 줄이려면 상대의 소비를 허영으로 몰아세우기보다 자라온 환경과 성향의 차이로 받아들이는 태도가 먼저다. 저축을 중시하는 쪽과 경험에 돈을 쓰는 쪽 모두 상대의 기준을 존중하는 데서 대화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여행·여가처럼 갈등이 반복되는 항목에 부부가 합의한 예산 상한을 정해 두는 방법이 꼽힌다. 총소득의 일정 비율을 여행비로 미리 떼어 두면 그 안에서는 자유롭게 쓰되 초과 지출만 함께 조율하는 식이다. 각자 간섭받지 않고 쓸 수 있는 개인 용돈을 따로 두는 것도 소모적인 다툼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큰 지출은 반드시 사전에 상의하고 저축이나 대출 상환 목표처럼 함께 이뤄 가고 싶은 재무 목표를 눈에 보이게 공유하면 왜 아껴야 하는지에 대한 공감대를 넓힐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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