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이 미국 핵심광물 시장 공략을 위한 10조원대 제련소 건설에 나선다. 중국 중심으로 형성된 금속 원료 조달 구조에서 벗어나 북미 생산 거점을 확보하기 위한 대형 프로젝트다. 다만 현지 법인 자금 조달 과정에서 8조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하면서 대규모 투자를 감당할 재무 관리 역량이 새로운 과제로 떠올랐다.
6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미국 테네시주 클락스빌에 통합제련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 크루서블'을 추진하고 있다. 사업비는 74억달러(약 10조5000억원) 규모다. 올해 부지 조성과 기반 시설 구축을 진행한 뒤 2027년 본공사에 돌입해 2029년부터 단계적으로 상업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다.
이번 사업은 미국 내 금속 생산 기반을 확보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려아연은 신규 제련소에서 아연·연·동 등 기초금속과 금·은 등 귀금속을 비롯해 안티모니·인듐·비스무트·갈륨·게르마늄 등 희소금속을 생산할 예정이다.
생산 품목은 총 13개로 이 가운데 11개는 미국 정부가 지정한 핵심광물이다. 반도체와 전기차, 방산 등 첨단 산업에서 안정적인 원료 조달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축적한 복합제련 기술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 내 영향력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다만 대형 프로젝트를 뒷받침하는 자금 조달 구조는 부담 요인으로 꼽힌다.
고려아연은 현지 자회사 크루서블 메탈스가 조달하는 자금에 총 8조3931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을 제공하기로 했다. 이는 결정 당시 연결 자기자본 7조5954억원의 110% 수준이다.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 1조3332억원과 비교하면 약 6.3배에 해당한다.
채무보증 자체가 즉각적인 재무 부담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현지 법인이 차입금을 정상적으로 상환하면 고려아연의 부담은 제한적이다. 하지만 공사비 상승이나 준공 지연, 초기 생산 차질이 발생할 경우 모회사 책임으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제련소는 막대한 초기 투자와 안정적인 운영 역량이 필요한 장치산업이다. 예정된 투자비를 관리하고 생산 효율을 조기에 끌어올리는 것이 장기 경쟁력을 좌우할 전망이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지원과 현지 금융기관 차입 등을 활용해 자금 부담을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북미 현지 생산 기반을 통해 고객 대응력을 높이고 글로벌 금속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재무 여력은 개선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매출 6조3726억원, 영업이익 5871억원을 기록했다. 상반기 누적 영업이익은 1조3332억원으로 역대 최대 수준이다. 다만 시장의 관심은 실적보다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를 계획대로 완수할 수 있는 실행력에 쏠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핵심광물을 둘러싼 국가 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제련 기술을 가진 기업의 가치가 커지고 있다"며 "대형 투자일수록 비용 관리와 초기 생산 안정화가 향후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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