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정보 10차례 요청했지만 모두 무시"…법무부 "피해자 사생활 보호"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경윤 특파원 = 미국 뉴멕시코 주(州)정부가 '억만장자 성범죄자' 제프리 엡스틴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연방 정부의 의도적인 방해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CNN방송과 NBC방송은 5일(현지시간) 라울 토레스 뉴멕시코 법무장관이 연방 법무부와 토드 블랜치 연방 법무장관 직무대행을 엡스틴 수사 방해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뉴멕시코는 엡스틴의 성범죄가 벌어진 장소로 지목된 '조로 목장'의 소재지로, 법무부와 주 수사당국은 해당 농장을 함께 수사 중이다.
소장에 따르면 법무부는 피해자 신원 보호를 이유로 조로 목장 내 성 학대 의혹과 관련한 증거를 뉴멕시코 수사당국과 공유하지 않았다.
토레스 주 법무장관은 연방정부 수사관과의 정보 공유가 지속적인 저항에 맞부딪혀왔다며 핵심 정보에 대해 10차례에 걸쳐 별도 요청했지만 모두 무시당했다고 밝혔다.
이어 "(법무부는) 단 한 번도 우리와 협력한 적이 없다"며 "법무부와 블랜치 장관 직무대행이 엡스틴과 그의 공범에 대한 정보를 숨기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블랜치 직무 대행이 서명 한 번만 하면 우리에게 (정보) 접근 권한을 줄 수 있지만 무슨 이유에서인지 수사를 방해하고 막으며 은폐했다"며 "연방정부의 수수방관(inaction)이 수사를 지연시킬 뿐만 아니라 생존자들의 고통을 키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연방 법무부는 편집되지 않은 파일을 뉴멕시코 정부와 공유할 의무가 없을뿐더러 피해자의 사생활 보호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하지만, 엡스틴 성학대 피해자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뉴멕시코 측의 손을 들어주며 "피해자 신원을 보호하기 위해 파일을 넘기지 않겠다는 법무부의 주장은 그들이 이미 이름과 개인정보를 유출한 것을 고려하면 웃기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엡스틴은 헤지펀드 매니저 출신 억만장자로,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미성년자를 포함한 여성들과 성관계를 맺도록 알선하는 등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차남 앤드루 전 왕자와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등 유명인과 친분이 두터웠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2000년대 초까지 엡스틴과 여러 파티나 행사에 함께 참석하는 등 공공연히 어울린 것으로 알려졌다.
엡스틴은 지난 2019년 감옥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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