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일본인 중 한 명으로서 죄송하다는 마음이 가득합니다."
358만 관객을 동원하며 극장가에 기적을 일으켰던 영화 '귀향'이 개봉 10주년을 맞아 확장판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로 재개봉을 앞둔 가운데, 일본 오사카에서 특별 상영회에서를 먼저 열었다.
'귀향'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고(故) 강일출 할머니가 미술 심리치료 중 그린 '태워지는 처녀들'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10년 만에 새롭게 선보이는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는 기존 상영본에 아시아 여러 나라에서 같은 아픔을 겪어야 했던 여성들의 이야기를 새롭게 더해, 참혹한 절망 속에서도 서로의 이름을 부르며 손을 놓지 않았던 소녀들의 국경을 초월한 연대와 우정을 담았다.
지난달 28일 일본 오사카에서 총 3회에 걸쳐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 상영회를 진행, 매 회차 150여 석이 넘는 객석이 가득 찼다. 영화를 관람한 현지 관객들은 내내 깊은 몰입도를 보였으며, 상영 이후 인터뷰를 통해 벅찬 소감을 드러냈다. 일본인 일부는 고개 숙여 사과의 뜻을 전했다.
한 일본 관객은 "조금이라도 용서받을 수 있도록 많은 사람이 이 영화를 봤으면 좋겠다"며 "과거가 아니라 현재의 문제이기 때문에, 마음의 상처에 조금이라도 힘이 되려면 이 영화를 보고 인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본 사회가 짊어져야 할 책임감에 대한 목소리도 이어졌다. 자신을 시나리오를 공부하는 재일교포 2세라고 소개한 관객은 "실제 피해자의 100분의 1밖에 표현되지 않았다고 해 너무나 고통스러웠다"면서 "해결해 나가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또 다른 중년 남성 관객은 "괴롭고 힘든 일을 모두가 모르면 안 되겠구나"라며 "일본의 한 사람으로서 죄송하다는 마음이 가득하다"며 사과했다. 또한 "감독님의 '이건 반일 영화가 아니다. 똑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만들었다'고 하신 말씀이 정말 소중하다고 생각하고, 돌아가신 분들은 편히 잠드시길 바란다"며 애도의 뜻도 전했다.
"일본에선 이런 일이 전혀 알려지지 않아서 충격이 컸다"는 한 관객은 "눈을 가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진실을 잘 그려내 주신 감독님께 감사하며, 젊은 세대에게 알리고 싶고 넓혀 나가고 싶다"고 역사를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전했다.
본인의 할머니가 고(故) 강일출 할머니와 같은 경북 상주 출신이라 밝힌 재일교포 3세 관객은 "만약 우리 할머니가 그때 끌려가셨더라면 저도 이렇게 태어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고 말했다.다.
이번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가자' 특별상영회는 일본 관객들이 과거의 역사를 부정하거나 축소하지 말고, 피해자들에 대한 사죄와 진실을 직면하고 다음 세대에 알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느꼈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시간이었다.
앞서 조정래 감독은 '귀향' 개봉 이후 10년 동안 매달 국내외 상영회를 열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아픔을 알렸다. 아울러 이러한 비극이 반복되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를 냈다.
그는 "많은 분들이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가 이미 해결된 일이라고 생각한다"라며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후에도 피해자 중심의 해결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계속되어 왔다.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CERD) 역시 일본 정부의 책임 인정과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사죄와 배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고 전했다.
이어 "수많은 피해자들에게 '진정한 해결'은 금전적 보상 자체가 아니라, 일본 정부가 책임을 인정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하며 그 역사를 후세에 올바르게 남기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바람은 피해자들의 오랜 증언뿐 아니라 우리 법률에서도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 역사교육을 국가의 책무로 규정하며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제 생존자는 단 다섯 분만이 살아계신다. 이제 정말 시간이 없다. 절대로 잊어서도 잊을 수도 없는 역사적 사실을 직시하는 것만이 어지러운 국제정세 속에서 더 나은 한일 관계로 나아가는 초석이 될 것이라는 것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라며 "마지막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가 생존해 계신 다섯 분의 피해자들께서 평생 바라오신 '진정한 해결'을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 주시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당부했다.
'귀향: 언니야 이제 집에 가자'는 오는 26일 국내에서 개봉한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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