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게 별거 중인 전남편에게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A씨가 사기 고소, 세금 체납 등 법적 문제에 처했다. / AI 생성 이미지
10년 넘게 별거 중인 전남편 B씨의 사업 문제로 A씨의 집에 유체동산 압류, 이른바 '빨간 딱지'가 붙었다. 과거 B씨의 부탁으로 사업자 명의를 빌려준 것이 화근이었다.
A씨는 B씨와 헤어진 후 사업 운영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지만, B씨는 A씨 몰래 그 명의로 사업을 계속해왔다. 최근 B씨가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하고, 거액의 세금까지 체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모든 법적 책임이 명의자인 A씨에게 향한 것이다.
B씨는 자신이 실질 사업자였음을 인정하며 모든 법적 절차에 협조하겠다고 나섰다. A씨는 이런 상황에서 형사처벌과 세금 폭탄, 압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10년 넘게 남남처럼 지냈는데…날아든 고소장과 '빨간 딱지'
A씨는 전남편 B씨와 10년 넘게 별거하며 사실상 관계가 단절된 채 살아왔다. 현재 미성년 자녀를 둔 두 사람은 협의이혼을 진행 중이다.
문제는 과거 B씨에게 빌려줬던 사업자 명의에서 터졌다. A씨는 최근 B씨가 자신의 명의로 운영하던 사업에서 공사대금을 미지급해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사실을 알게 됐다. 여기에 국세와 지방세까지 대량으로 체납돼 A씨가 사는 집에 유체동산 압류까지 들어왔다.
뒤늦게 사태를 파악한 A씨는 사업자를 폐업 처리했지만, 이미 법적 문제는 눈덩이처럼 불어난 뒤였다. 다행히 B씨는 자신이 실질 사업자였음을 인정하고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남편의 '자백'만으로 책임 피할 수 있나…형사·세금 책임의 향방
결론부터 말하면, B씨의 자백은 A씨의 책임을 더는 데 결정적 자료가 될 수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변호사들은 형사, 세무, 민사 책임을 각각 나누어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사기 등 형사책임은 A씨가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범행에 대한 고의가 없었다는 점을 입증하면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크다.
법무법인 랜드로 신지수 변호사는 "사기죄는 기망의 고의가 있어야 하는데 의뢰인이 사업에 관여하지 않았고 존재조차 몰랐다면 고의가 없어 처벌을 면할 여지가 크다"고 설명했다.
세금 문제 역시 '실질과세원칙'에 따라 다툴 수 있다. 법적으로 세금은 명의자가 아닌 실제 사업으로 이익을 얻은 사람(실질귀속자)에게 부과돼야 한다.
법무법인(유한) 엘케이비평산 정진열 변호사는 "관할 세무서에 전남편이 실질사업자임을 소명하는 자료를 제출해 납세의무 자체를 전남편에게 전환하도록 다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거래 상대방인 공사 업체에 대한 책임은 남을 수 있다.
상법상 명의를 빌려준 사람은 자신을 사업주로 믿고 거래한 제3자에게 연대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신지수 변호사는 "상대방이 실제 운영자가 전남편임을 알았거나 알 수 있었던 사정이 있으면 책임이 제한될 여지가 있다"고 덧붙였다.
내 살림집 '빨간 딱지', 뗄 수 있을까?
A씨의 집에 붙은 '빨간 딱지'는 압류된 물건의 실제 소유주가 누구인지를 입증하는 데 따라 운명이 갈린다. 변호사들은 압류된 물건이 A씨의 단독 소유라는 점을 증명하면 압류를 풀 수 있다고 봤다.
더신사 법무법인 장휘일 대표변호사는 "지금 집이 전남편의 거주지가 아니고, 압류 물건이 본인 단독 생활용 물건이라면 소유관계를 보여주는 카드전표, 구매내역, 사진 등을 바로 모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법원에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해 압류 집행을 막을 수 있다.
법률사무소 평정 김단 변호사는 "압류된 물건이 의뢰인 소유임을 입증할 수 있다면 제3자 이의의 소를 제기하고 동시에 강제집행정지를 신청함으로써 경매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압류의 종류에 따라 대응법이 달라질 수 있다. 법무법인 한설 조민성 변호사는 "이번 압류가 명의자인 본인의 체납과 채무를 근거로 들어온 것이라면 본인이 채무자가 되어 이 방법이 맞지 않을 수 있다"며 "그때는 압류의 근거가 된 과세처분과 채무 자체를 다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찰·세무서 대응, 우선순위는 '이것'
변호사들은 이처럼 복잡하게 얽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B씨가 협조적일 때 신속하게 서류를 확보하고, 동시다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가장 먼저 확보해야 할 서류는 B씨의 '실질사업자 확인서'다.
법무법인 도모 김강희 변호사는 "전남편의 확인서만으로는 부족하므로 별거, 계좌 흐름, 거래처 연락, 신고 업무를 누가 했는지까지 자료로 맞춰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겨내 법률사무소 전용제 변호사는 ▲전남편의 실질사업자 확인서 및 경위서 ▲사업 운영·계약·통장 관리가 모두 전남편이었다는 자료 ▲10년 이상 별거 사실 입증 자료 ▲압류 물건이 본인 소유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신속히 확보해야 한다고 짚었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지금 시점에서는 전남편으로부터 실질사업자임을 인정하는 사실확인서, 사업 운영 관련 자료 일체를 받아두고 이를 바탕으로 경찰 조사와 세무서 소명 절차를 병행해서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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