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가짜 보증서로 따낸 ‘78억 폐탄피’ 사기극

실시간 키워드

2022.08.01 00:00 기준

<단독> 가짜 보증서로 따낸 ‘78억 폐탄피’ 사기극

일요시사 2026-08-06 09:19:06 신고

3줄요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위조된 보증서를 앞세워 육군과 78억원대 폐탄피 계약을 맺은 민간업체가 2700여톤을 넘겨받고도 대가로 약속한 탄약을 공급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업체가 군에 제출한 보증보험증권은 모두 실제 발급된 적 없는 ‘가짜’였다.

육군 모 부대는 2019년 민간업체 A사와 78억원 규모의 물물교환 계약을 체결했다. 군이 A사에 폐탄피를 넘기면 A사가 그 대가로 탄약을 공급하는 내용이었다. 계약서에 따르면 군이 넘기기로 한 폐탄피는 약 2757톤, 교환가액은 78억8880만원이었다. A사가 공급하기로 한 탄약은 10만1093발이었다.

무게 속임수

폐탄피는 2019년 4월29일부터 같은 해 9월17일까지 수개월에 걸쳐 A사 측에 반출됐다. 그러나 군에 공급하기로 한 탄약은 계약대로 납품되지 않았다. 계약 체결 당시 A사에는 두 종류의 보증보험증권 제출이 요구됐다. 하나는 계약보증보험증권, 다른 하나는 지급보증보험증권이었다.

계약보증보험증권은 A사가 계약을 체결한 뒤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발생하는 손해를 담보하는 서류다. 지급보증보험증권은 군이 폐탄피를 넘긴 대가로 A사가 부담한 탄약 공급 의무를 보증하는 문서였다.

그러나 A사가 군에 제출한 두 증권은 서울보증보험이 실제로 발급한 문서가 아니었다. 서류에는 서울보증보험 명의와 증권번호 등이 기재돼있었지만, 확인 결과 발급 내역이 존재하지 않았다. 즉, 위조된 보증서였다.

위조 증권이 군에 제출된 과정은 이렇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수사기록에 따르면 2019년 4월23일 오전 A사 측은 군에 계약 관련 서류를 보냈다. 하지만 군이 요구한 보증보험증권은 포함되지 않았다.

군 계약 담당자는 A사 측에 보증보험증권을 보내달라고 재차 요구했다. 군 담당자는 같은 날 오후 4시11분께 과거 다른 업체가 제출했던 정상 보증보험증권 견본을 문자메시지로 전송했다.

A사 측은 약 1시간56분 뒤인 오후 6시7분께 두 장의 보증보험증권을 군에 보냈다. 군 담당자가 정상 증권 견본을 보낸 지 2시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오전까지 제출되지 않았던 증권이 군으로부터 정상 견본을 전달받은 뒤 곧바로 제출됐다는 것이다.

군은 증권이 정상적으로 발급된 것으로 알고 폐탄피 반출을 진행했다. 실제 보증계약이 없었기 때문에 A사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더라도 군이 보증기관에 보험금을 청구할 수 없는 상태였다.

수사 결과, 계약을 실질적으로 진행한 인물은 직원 송모씨였다. 송씨는 입찰과 계약서류 제출, 군 담당자와의 연락을 도맡은 것으로 조사됐다.

서류상 대표는 한모씨였지만, 계약 실무에는 송씨와 최모씨 등이 관여했다. 이들은 위조된 보증보험증권을 앞세워 군으로부터 폐탄피를 넘겨받은 뒤 민간업체에 팔았다. 수사 자료에 따르면, 한 민간업체에 넘어간 폐탄피 거래액만 약 57억8943만원으로 파악됐다.

위조 서류로 탄약 공급 계약 맺어
수거 대가로 약속한 납품 미이행

송씨는 위조사문서행사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1심은 송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그가 직접 문서를 위조했다고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검찰은 송씨가 보증보험증권을 위조해 군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보증보험증권이 위조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송씨가 직접 위조했다고 단정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하다고 봤다.

위조 증권이 누구에게서 만들어졌는지를 놓고 송씨와 최씨 측의 주장이 엇갈렸고, 서류를 전달한 사람과 스캔해 보낸 사람에 대한 진술도 일치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런 상황에서 송씨를 직접 위조자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검찰은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는데,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은 달랐다. 재판부는 송씨가 군과의 계약을 전반적으로 주도했고, 위조된 보증보험증권이 제출되는 과정에도 관여했다고 봤다. 항소심 재판부는 송씨가 계약을 정상적으로 이행할 능력이나 의사가 부족한 상태에서 정상적인 보증이 이뤄진 것처럼 군을 속였다고 판단했다.

군은 이를 믿고 폐탄피를 반출했고, 송씨는 넘겨받은 폐탄피를 처분해 판매 대금을 확보했다는 것이다. 재판 과정에서는 폐탄피 판매 대금의 사용처도 밝혀졌다. 송씨는 판매 대금 가운데 약 12억원을 자신이 사용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2024년 6월7일 송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 이후 대법원이 상고를 기각하면서 형은 그대로 확정됐다.

그런데 송씨가 육군 폐탄피 사건으로 재판을 받던 중, 그가 대표로 있던 다른 업체가 공군과 별도의 불용 물자 계약을 체결한 사실도 확인됐다. 공군군수사령부는 송씨가 대표로 있던 업체와 불용 차량 고철 매각 계약을 맺었다. 계약 금액은 18억5580만원이었다.

해당 계약은 법원의 압류 결정에 따라 반출이 중단됐다. 공군이 업체에 보낸 공문에는 송씨를 채무자로 한 유체동산인도청구권 가압류와 채권가압류 결정이 접수돼 계약 물자의 반출을 중단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정상 견본 받은 지 약 2시간 만에 제출
서울보증보험 “발급 내역 없다” 확인

폐탄피 반출 과정에서는 절도 의혹도 제기됐다. 폐탄피를 실어 나른 화물차에 물통을 설치한 뒤 공차 중량을 부풀려 기록상 수량보다 많은 폐탄피를 가져갔다는 내용이었다. 폐탄피 반출량은 물건을 싣기 전 화물차 무게와 적재 후 무게의 차이로 계산된다.

차량에 물을 채운 상태로 공차 중량을 측정한 뒤 물을 버리고 폐탄피를 실으면, 계근표에 기록된 양보다 더 많은 폐탄피를 가져갈 수 있다. 수사기관은 폐탄피 운반 차량에 물통이 설치돼있었던 사실을 확인했다. 일부 차량의 공차 중량이 평소보다 무겁게 측정된 기록도 확보했다.

수사 자료에 따르면 평소 공차 중량이 약 8530㎏이었던 차량이 일부 계근에서는 9740㎏ 또는 1만300㎏으로 측정됐다. 기존 기록보다 1톤 이상 무거운 수치였다. 송씨는 최씨 등과 함께 물을 이용해 공차 중량을 속인 뒤 폐탄피를 더 가져가기로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

반면 최씨 등은 차량 청소를 위해 물통을 설치했을 뿐 중량을 속이는 데 사용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검찰도 물통을 설치한 이유가 석연치 않고, 폐탄피 수거 직전 측정한 공차 중량이 통상적인 무게와 다른 점을 인정했다.

검찰은 물을 이용해 공차 중량을 부풀린 뒤 폐탄피를 추가로 반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다만 물을 넣거나 빼는 장면과 구체적인 추가 반출량은 확인되지 않았다.

채권만 100억

검찰은 부풀려진 차량 중량과 추가 반출량을 정확히 계산할 수 없어 절취 금액을 특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해 증거불충분을 이유로 해당 절도 의혹을 혐의 없음 처분했다.

한편, 군은 형사 절차와 함께 민사소송을 통해 피해 회수에도 나섰다. 민사 판결에서 인정된 반환 원금은 약 64억5300만원이었다. 여기에 이자가 붙으면서 군이 고지한 국가채권은 100억원을 넘어선 상태다. 송씨와 최씨, 한씨는 공동 채무자로 이름을 올렸다.

<imsharp@ilyosisa.co.kr>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키워드

  1.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0000.00.00 00:00 기준

이 시각 주요뉴스

알림 문구가 한줄로 들어가는 영역입니다

신고하기

작성 아이디가 들어갑니다

내용 내용이 최대 두 줄로 노출됩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이 이야기를
공유하세요

이 콘텐츠를 공유하세요.

콘텐츠 공유하고 수익 받는 방법이 궁금하다면👋>
주소가 복사되었습니다.
유튜브로 이동하여 공유해 주세요.
유튜브 활용 방법 알아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