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트로픽, AWS·구글과 계약해도 AI칩 설계팀 꾸린다 / AI 생성 일러스트(삽화)
앤트로픽(Anthropic)이 AI 모델 클로드(Claude)를 구동할 자체 반도체를 설계하기 위한 전담팀을 꾸리고 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가 이 소식을 처음 보도했고 앤트로픽은 테크크런치(TechCrunch)에 사실을 확인했다. 앤트로픽은 하드웨어와 모델을 함께 설계(co-design)해 클로드를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구동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미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엔비디아, AMD와 손잡고 AI 연산 하드웨어를 확보해온 앤트로픽이지만 클로드 수요가 급증하면서 외부 의존만으로는 한계에 부딪힌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에는 디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이 앤트로픽이 삼성을 반도체 제작 협력사로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채용공고로 드러난 ‘커스텀 실리콘팀’
채용 공고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반도체 설계 경험을 보유한 엔지니어를 모집 중이다. 공고에는 이 조직이 “커스텀 실리콘팀(custom silicon team)”으로 명시돼 있다. 하드웨어와 모델을 동시에 설계하는 co-design 접근은 특정 워크로드에 맞춰 칩 구조를 최적화해 연산 효율을 끌어올리는 전략이다.
앤트로픽은 지금까지 구체적인 자체 반도체 제조 계획을 공식화한 적이 없었다. 다만 삼성을 제작 파트너로 검토했다는 보도가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자체 칩 설계팀 채용 사실이 확인되면서, 회사가 하드웨어 자립을 향해 구체적인 걸음을 떼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미 4곳과 계약했는데도 부족한 이유 / AI 생성 이미지
이미 4곳과 계약했는데도 부족한 이유
앤트로픽은 AWS, 구글, 엔비디아, AMD와 AI 컴퓨팅 하드웨어 확보 계약을 맺어왔다. 그런데도 자체 칩까지 준비하는 건 클로드 수요가 계속 늘고 AI 기업들이 저마다 인프라 확보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자금 조달 구조에서도 드러난다. 앤트로픽은 신용등급이 없어 은행에서 대규모 자금을 빌리기 어렵다. 이 때문에 구글은 브로드컴(Broadcom), 아폴로(Apollo), 블랙스톤(Blackstone), 모건스탠리(Morgan Stanley)와 손잡고 앤트로픽에 칩을 조달하는 별도 금융 구조를 마련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inancial Times)가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이를 “역사상 최대 규모 인프라 금융 프로그램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 구조는 6월 컴퓨트 SPV(Compute SPV)라는 특수목적법인이 구글의 텐서프로세싱유닛(TPU) 약 1기가와트 규모, 대략 100만 개를 350억달러에 사들이며 처음 가동됐다. 아폴로와 블랙스톤 등 외부 투자자가 자금을 댔고 모건스탠리가 이 구조를 설계했다. 브로드컴은 앤트로픽이 임차료를 내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 매입 금액 중 약 300억달러를 보증한다.
이 구조는 이후 더 큰 거래의 틀이 됐다. 지금까지 최대 규모는 4월 체결된 계약으로 구글이 TPU 3.5기가와트 규모를 브로드컴을 통해 앤트로픽에 공급하는 내용이다. 브로드컴의 재무 보고서에는 2028년까지 1,280억달러 규모의 구매 약정이 잡혀 있는데 파이낸셜타임스는 그중 거의 전부가 구글 TPU와 관련된 것이라고 전했다.
크립토 마이너까지 동원된 전력·데이터센터 조달
칩을 조달해도 이를 가동할 전력과 데이터센터가 없으면 소용없다. 구글은 이미 대규모 전력을 확보한 크립토 마이너들과 손잡고 이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테라울프(TeraWulf)는 구글의 보증을 처음 받은 업체로 뉴욕에 360메가와트 규모 데이터센터를 짓는다. 모건스탠리는 이 보증을 32억달러 규모 건설 채권으로 구성했고 구글은 그 대가로 테라울프 지분을 받았다. 같은 방식이 Cipher Digital, Hut 8 등 다른 크립토 마이너로도 확대됐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은 지금까지 총 2.4기가와트 규모 프로젝트 10건을 이런 방식으로 지원했다.
이 구조에서 모든 임대가 부실화되면 구글이 최대 440억달러 규모 의무를 떠안을 수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는 전했다. 그러나 구글이 재무제표에 반영한 부채는 8억1,500만달러에 불과해 위험 대부분이 회계상 노출되지 않은 셈이다.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구글이 지원하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는 평균 7.1%의 이자율로 자금을 조달했다.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는 네오클라우드 업체들의 9.3%보다 낮은 수준이다. 제프리스(Jefferies) 애널리스트들은 이를 엔비디아 생태계 기업들이 겪는 “구조적 자본비용 열위”라고 평가했다.
오픈AI·구글·메타도 이미 자체 칩 경쟁 중
앤트로픽이 처음으로 자체 칩을 준비하는 AI 기업은 아니다. 오픈AI는 6월 브로드컴과 함께 만든 추론 전용 칩 ‘할라피뇨(Jalapeño)’를 공개했다. 구글 딥마인드는 오래전부터 알파벳의 TPU를 자사 AI 모델 구동에 활용해왔고 메타는 자체 가속기 ‘MTIA’를 개발 중이다.
구글의 TPU는 브로드컴과 2016년부터 함께 개발해온 반도체로 원래 구글 자체 데이터센터용으로 만들어졌지만 이제는 외부 고객에게도 판매되며 엔비디아의 시장 지배력에 도전하고 있다. 구글은 이 칩을 수천 개씩 연결한 서버랙 단위인 ‘팟(Pods)’ 형태로 판매한다.
이런 흐름 속에서 앤트로픽의 자체 칩 설계팀 신설은 특정 회사에 대한 의존을 낮추고 모델과 하드웨어를 함께 최적화하려는 업계 공통의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2,000억달러 클라우드 베팅, 성장 못 미치면 흔들릴 구조
앤트로픽이 짊어진 부담은 자금 구조 곳곳에서 드러난다. 디인포메이션의 앞선 보도에 따르면 앤트로픽은 5기가와트 규모 서버 용량을 확보하는 대가로 5년간 구글클라우드에 약 2,000억달러를 지출하기로 약정했다. 이는 구글이 확보한 미래 클라우드 매출 약정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규모다.
오픈AI와 함께 앤트로픽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오라클의 클라우드 수주 잔고(backlog) 2조달러 가운데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2029년까지 매출이 20~30배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 성장세가 둔화하거나 멈추면 전체 구조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앤트로픽에 결부된 계약 규모만 2,000억달러에 이르는 만큼 구글은 투자자와 칩 공급자 지위를 동시에 갖는 셈이다. 이런 구조에서 앤트로픽이 자체 반도체 설계 역량을 확보하려는 시도는 단순한 성능 개선을 넘어 특정 공급망 의존을 줄이려는 전략적 선택으로도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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