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인 지원하는 '다시서기' 센터 사회복지사 순찰 동행취재
사람이 너무 많아서·술 못 마셔서 등 이유로 폭염에도 거리에
(서울=연합뉴스) 황재하 기자 = "요즘처럼 더위가 심할 때 노숙인들은 정말 죽지 못해 사는 거에요."(정문영 사회복지사)
서울에 최초로 폭염중대경보가 발효된 지 이틀째인 5일 서울역 앞 광장에 있는 서울시립 '다시서기 서울역희망지원센터'는 퇴근 무렵인 오후 7시에도 '아웃리치'를 위한 준비로 분주했다.
아웃리치는 노숙인들의 안부를 확인하고 이들에게 필요한 음식과 물, 약 등을 지원하는 순찰 활동이다.
노숙인들과 상담하고, 다치거나 아픈 노숙인을 발견하면 병원에 이송해 치료받도록 조치하는 일도 아웃리치의 일부다.
야간 시간대 아웃리치를 맡은 사회복지사들은 오후 7시부터 20분가량 회의를 한 뒤 보냉가방 한가득 얼음물과 빵을 챙겨 7시 40분께 거리로 나섰다.
정문영(57)·임종구(41) 사회복지사는 동행 취재에 나선 기자에게 연신 "엄청 더울 텐데 괜찮겠느냐", "손수건은 있느냐"며 걱정 어린 눈길을 보냈다.
걱정한 대로 거리에 나선 지 몇 분 지나지 않아 옷에 땀이 배어 나오기 시작했고, 머리 꼭대기부터 솟아난 땀이 턱 아래로 흘러내리기까지 20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사회복지사들은 2인 1조로 거리에 있는 노숙인들을 만나 안색과 건강 상태를 살폈다.
특히 이날 서울 일부 지역에서 낮 최고기온이 39도를 넘기고 최저기온도 29도에 육박하는 등 더위가 극도로 기승을 부린 탓에 사회복지사들은 노숙인 건강을 최우선으로 점검했다.
정문영 사회복지사는 "요즘처럼 더위가 극심할 때는 노숙인의 자활 가능성이나 이력을 확인하는 심층 상담은 평소보다 적게 한다"며 "그러는 시간에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임종구 사회복지사는 "각종 질환을 앓는 노숙인이 많은데, 더위가 극심하면 목숨이 위험해지는 일이 더 흔해진다"고 걱정했다.
사회복지사들이 센터에서 가져온 빵과 음료는 금방 동났다.
한 번에 나를 수 있는 양이 한정돼 있어 어쩔 수 없이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해 보이는 노숙인들을 선별해 건넨다고 한다.
이들의 활동은 단순히 안부를 묻는 데서 그치지 않고 폭염에 무방비로 노출된 노숙인들의 생명을 지키는 최후의 안전망인 셈이다.
두 사회복지사는 서울역 앞 광장을 지나 서울역(고속철도역) 대합실에 자리를 잡은 노숙인들을 만난 뒤 서쪽 출구로 역을 빠져나가 청파어린이공원에 들렀다가 서울역 서쪽 노숙인 텐트촌으로 이동했다.
실내인 서울역 대합실을 제외한 곳에서는 더위를 이기기 어려운 듯 웃옷을 벗은 노숙인이 적어도 한 명은 눈에 띄었다.
무료 물 자판기가 놓인 청파어린이공원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더위를 견디기가 못내 어려운 듯 웃옷은 물론 신발도 벗은 채 벤치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이 노숙인은 "자판기에서 사람들이 하도 물을 꺼내서 그런지 물이 미지근하다"고 호소했고, 사회복지사가 건넨 얼음물을 받고 연신 "고맙다"고 말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약 2시간에 걸친 아웃리치를 마치고 센터로 복귀했지만, 일은 끝나지 않았다.
아웃리치에서 마주친 노숙인들 정보를 세세히 기록한 뒤 상대적으로 위험해 보이는 노숙인을 살피러 오후 11시께 다시 길을 나섰다.
밤 12시를 넘긴 시간에도 심야 근무자가 센터에 출근해 앞선 근무자가 남긴 기록을 확인하고 다시 노숙인들을 찾아 밤거리로 나선다고 한다.
"저는 단 한 사람을 위해서 활동합니다. 누군가 지금 위기에 놓였을 수도 있잖아요? 그 단 한 사람, 제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위해서요."(정문영 사회복지사)
희망지원센터는 노숙인을 위한 24시간 무더위 쉼터이자 '응급 잠자리' 역할을 겸하고 있다.
낮에는 4석짜리 벤치 12개가 놓인 대기실에서 더위를 피할 수 있고, 샤워와 빨래도 할 수 있다.
밤에는 대기실과 복도, 상담실에 매트리스가 놓여 잠을 청할 수 있다.
이날 오후 7시께 노숙인 10여명이 센터에서 폭염을 피하고 있었고, 센터 안팎을 오가면서 땀을 식히는 이들도 많았다.
하지만 센터가 관리하는 이 일대 노숙인 중 상당수가 끓는 듯한 열대야에도 이곳에 발을 들이지 않고 밖에서 잠을 청했다.
사회복지사들은 순찰 도중 만난 노숙인들에게 어김없이 "오늘 어디서 주무실 거냐"고 묻고 "더운데 밤에는 센터로 가서 주무시라"고 안내했지만, 노숙인 대부분은 대답을 피했다.
서울역 대합실에서 만난 한 노숙인은 이날 어디서 잠을 청할지 묻는 기자에게 "공원 쪽에서 자려고 한다"며 "센터에도 가 봤는데, 사람이 많으니까 좀 불편하다"고 답했다.
센터 관계자는 "안에서 술을 마시지 못하기 때문에 센터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노숙인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일대 노숙인들을 모두 수용하기엔 센터의 규모가 다소 부족한 실정이다.
센터에 마련할 수 있는 잠자리는 60개에 채 못 미치는데, 이 일대 노숙인은 100명이 훌쩍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곳 서울역희망지원센터는 서울시의위탁을 받아 운영하는 노숙인 종합지원 시설이다.
서울시는 폭염에 대비해 거리 노숙인 총 2천152명을 지원하고 있다.
1천418명에게 급식을 제공하고 320명에게 응급 잠자리를 지원하는 등이다. 거리 상담과 순찰, 즉 아웃리치 활동도 이에 포함된다.
jae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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