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8시에도 30도 넘는 폭염 속 수영장·캠핑장 북적
"머리 식히러 왔어요"…도심 속 피서 즐기는 열정 시민
(서울=연합뉴스) 윤민혁 정지수 기자 = 서울에 폭염중대경보가 발령된 5일 밤, 분명 해가 졌음에도 도심의 찌는듯한 더위를 식혀주지 못했다.
오후 8시가 넘었지만 30도를 넘는 기온에 조금만 걸어도 숨이 막히고 땀이 비 오듯 흘러내렸다.
이날 여의도 한강공원에서는 더위를 잊고자 애쓰는 시민들이 저마다의 노하우를 선보였다.
500m 밖에서도 선명히 들리는 쿵쿵거리는 음악 소리와 환호성의 근원지는 여의도 한강수영장이었다.
한강수영장은 소문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기자의 눈에는 물보다 사람이 많아 보일 정도였다. '물반 사람반'이 아니라 사람이 훨씬 많았다.
파티 분위기 속 모두가 따라부를 수 있는 가요가 흘러나오자, 좋아하는 노래가 나온다며 "얼른 가자!"며 너도나도 수영장으로 뛰어들었다.
물속에 있는 사람들 모두가 서로에게 물을 튀기며 뛰어놀았다.
최근 몰래카메라나 수영장 내부 흡연 등 문제가 불거져 한강수영장에 대한 인식이 악화한 상황에서도 대부분 시민은 즐겁게 도심 속 여름밤을 보냈다.
아이와 함께 한강수영장을 방문한 곽인영(41)씨는 "지인이 저녁때 오면 시원하고 신나는 음악을 틀어준다고 해서 왔다"고 말했다.
최근 불법 촬영 등 문제가 불거져 걱정되지 않냐는 질문에 곽씨는 "(아이와 함께 와서) 애들이 좀 위험할까 싶었는데 분위기가 엄청 밝고 무알코올 음료만 팔아서 괜찮은 것 같다"고 웃었다.
남편과 함께 아이를 데리고 물놀이하러 온 유지예(34)씨도 "서울에 이렇게 물놀이할 수 있는 곳이 별로 없는데 가족과 함께 할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역대급 폭염에 한강수영장은 '가성비 워터밤'이라는 별칭까지 붙었기에 남녀노소 구분없이 꽉꽉 들어찼다.
이날까지 한강수영장을 세 번째 방문한다는 박민상(21)씨는 "더운데 물놀이하니 좀 시원해졌다"며 흡족해했다.
박씨는 인파에 치이면서도 "워터파크보다 훨씬 나은 것 같다"며 물결에 몸을 맡겼다.
한강수영장을 나와 서강대교 밑을 지나니 서울시가 운영하는 한강 캠핑장인 '한강 밤핑'(Night+Camping)장이 펼쳐졌다.
이날 10여팀은 밝은 전구로 아늑한 분위기가 조성된 잔디밭 위 텐트 아래 친구·가족·연인과 단란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취준생활을 함께 이겨내고 있는 친구와 함께 치맥을 하러 온 유나은(27)씨는 "머리도 식힐 겸 한강에 왔는데 이런 게 있는지 몰랐다"며 "접근성도 좋고 탁 트인 한강에 있는 이 느낌이 정말 좋다"고 했다.
이들은 물빛무대 앞 광장 옆 분수 쪽에서 물놀이까지 할지 이야기꽃을 피웠다.
물빛무대 앞 광장은 아이들의 웃음소리로 가득했다. 상대적으로 얕은 수심과 넓은 공간으로 가족·연인 단위 시민들이 발을 담그며 더위를 잊었다.
유치원생 아들과 한강공원을 찾은 아버지 유모(39)씨는 "낮에 너무 더웠는데, 지금도 덥긴 하지만 물도 있고 해서 조금은 시원해진 느낌"이라며 "아들도 신나게 노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고 흐뭇해했다.
러닝을 마치고 더위를 식히는 중이었다는 류한(32)씨도 "풍경도 보고 더운데 발도 담글 수 있어 한강이 참 좋다"며 "요새 복잡한 생각이 많았는데 여기 와서 뛰기도 하고 발도 담그고 하니 생각이 정리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자전거를 타던 중년 남성은 서강대교 밑 평상에 누워 휴식을 청했다.
백발이 성성한 노인도 한강이 보이는 벤치에 앉아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여름 바람을 마주했다.
숨이 턱턱 막힐 만큼 뜨거웠던 이 밤 여의도 한강공원은 저마다 더위와 맞서는 사람들로 뜨겁게 분주했다.
수도권 일대에는 전날 오후 서울 노원구와 구로구 기온이 39.2도와 38.9도를 기록하는 등 무더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밤 서울은 오후 10시 기준 32.1도를 기록하며 잠 못 드는 열대야가 기승을 부렸다.
min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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