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에 심상치 않은 문제작이 나타났다. 공개와 동시에 쿠팡플레이 내 인기작 1위, 평점 4.6점 기록. 배우 라인업은 무려 김혜수, 조여정, 김지훈이다. 고작 1, 2회밖에 방영되지 않았는데, 이 작품 벌써부터 ‘띵작’의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지난달 31일 공개된 쿠팡플레이 시리즈 ‘지금 불륜이 문제가 아닙니다’(이하 ‘지금 불륜’)는 행복한 가정을 팔아온 인기 인플루언서 부부와 진흙탕 이혼 소송 중인 이웃집 의사 부부가 ‘불륜’조차 하찮아지는 감당 불가한 비밀로 얽히는 연쇄 추돌 블랙 코미디다.
1화 시작부터 강렬했다. 인플루언서 경희 역의 김혜수가 반지하에 갇혀 “샹”이라는 찰진 욕설로 포문을 열었다. 자수성가했다는 캐릭터 설정답게 “여보야 우리 X라 잘 살자”라는 대사와 함께 화면이 속도감 있게 전환된다. ‘박대장이 간다’ 유튜브 채널로 초대박을 터트린 경희는 마침내 으리으리한 대저택으로 이사한다.
이처럼 1화는 김혜수를 중심으로 빠르게 서사를 풀어냈다. 영화 ‘도둑들’, ‘굿바이 싱글’, 드라마 ‘직장의 신’ 등에서 보여준 특유의 코믹 내공이 역시나 빛을 발했다. 그런 김혜수 옆에서 절묘한 감칠맛을 더하는 건 김지훈이다. 작품 공개 전부터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번 ‘지금 불륜’의 킥은 김지훈”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렸는데, 뚜껑을 열어보니 고개가 절로 끄덕여진다.
‘악의 꽃’, ‘종이의 집: 공동경제구역’, ‘이재, 곧 죽습니다’ 등에서 선과 악의 경계를 넘나드는 입체적 인물을 연기해왔던 김지훈. 특히 지난해 ‘귀궁’에서는 왕 이정 역을 맡아 권위와 인간적 고뇌, 빙의 이후의 극단적 변화까지 한 인물 안에서 완벽히 소화해 내며 호평받은 바 있다. 그랬던 그가 ‘지금 불륜’에서는 코미디와 섹시함, 자식이 저지른 사고에 대한 불안감까지 매끄럽게 오가며 이전보다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2화는 조여정의 독주였다. 그는 피부과 원장 수정을 연기하는데, 같은 피부과 원장이자 남편의 불륜으로 이혼한 뒤 한없이 무너진 인물이다. 겉으로는 더없이 고상해 보이지만, 스트레스가 극에 달하면 옥상으로 올라가 니트릴 장갑을 낀 채 담배를 팍팍 피워대는 확실한 반전 캐릭터다. 이 모든 설정을 완벽하게 살아 숨 쉬게 만드는 주인공이 바로 조여정이다.
조여정이 누구인가. 천만 영화 ‘기생충’에서 순진하고 단순한 사모님 연교 역으로 세계적인 찬사를 이끌어낸 주인공 아니던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오가며 쌓아온 절정의 연기 내공에 과하지 않은 코믹함까지 더해지니, 40분짜리 단편 영화 한 편을 보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특히 회차 시작마다 흘러나오는 여성 나레이션을 인물의 비극적 상황과 의도적으로 대비시켜 특유의 해학적 풍미를 살렸다. 수정이 딸 민서(도영서)를 픽업할 때 자신이 듣던 클래식 음악을 끄고 걸그룹 리센느의 ‘러브 어택’을 트는 장면 역시 이 감독 특유의 위트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괜히 ‘성인 동화 장인’이라 불리는 게 아니다.
여기에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김지연 제작자와 황동혁 감독의 퍼스트맨 스튜디오가 제작에 참여해 작품의 체급을 올려놓았다.
또한 회차마다 주인공의 시점을 바꿔 사건을 조명하는 요즘 OTT 특유의 전개 방식을 취하면서도, 분위기만큼은 미국 드라마 ‘와이 우먼 킬’이나 ‘위기의 주부들’처럼 감각적이고 은밀한 블랙 코미디의 매력을 물씬 풍긴다.
흥미로운 건 이 모든 도파민이 이제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오는 7일 공개되는 ‘지금 불륜’ 3, 4회에서는 경희의 딸 예지(전시현)와 수정의 딸 민서가 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말 그대로 차라리 ‘불륜’이 나았을 법한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진다. 여기에 수정의 전남편 보성(김재철)이 경희와 얽히기 시작한다니, 본격적으로 터져 나올 도파민 폭발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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