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제주의 바다는 여전히 푸르지만, 그 속 이야기는 전과 다르다. 16년이라는 시간은 바다를 바꿨고, 물질로 삶을 이어온 해녀들의 하루에도 깊은 균열을 남겼다.
6일 오후 10시 방송되는 KBS1 '다큐 인사이트' '좀녀의 바당 - 16년의 기록’은 2010년과 2026년을 가로지르며, 사라진 것과 남은 것, 그리고 새롭게 시작되는 이야기를 담아낸다. 가족을 먹여 살리던 손끝의 노동, 그리고 변화하는 바다 속에서 이어지는 생존의 기록이 묵직하게 펼쳐진다.
■ 줄어든 이름들, 그러나 이어지는 숨
한때 제주 전역을 채웠던 해녀의 수는 이제 크게 줄었다. 1970년대 1만 명이 넘던 규모는 수천 명 수준으로 감소했고, 마을 어촌계 역시 빠르게 축소됐다. 법환동 어촌계만 해도 수십 명이 줄어든 현실을 체감하고 있다. 숫자의 감소는 곧 공동체의 위축으로 이어지며, 해녀 문화의 지속 가능성에 적지 않은 부담을 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전히 끊기지 않는 흐름이 있다. 몇몇 젊은 해녀들이 새롭게 합류하며 빈자리를 채워가고 있다. 이들은 외지에서 제주로 건너와 물질을 배우고, 기존 해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새로운 세대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상군 수준의 실력을 갖춘 젊은 해녀의 등장은 공동체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경험 많은 해녀들과 함께 바다에 나서며 기술을 익히고, 세대를 잇는 연결 고리로 자리한다. 줄어든 숫자 속에서도 이어지는 숨비소리는 여전히 제주 바다를 지키고 있다.
■ 변해버린 바다, 달라진 물질의 현실
해녀들이 체감하는 가장 큰 변화는 바다 자체다. 과거에는 쉽게 채취할 수 있던 전복이 자취를 감췄고, 소라는 인공적으로 관리된 구역에서만 안정적인 수확이 가능해졌다. 성게 역시 양은 유지되지만 속이 차지 않는 경우가 늘어나며 상품성이 떨어지고 있다.
이 변화는 어획량 감소를 넘어 생계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해녀들에게 중요한 부수입원이었던 해조류까지 사라지면서 수입 구조가 더욱 불안정해졌다. 감태와 톳이 줄어든 바다는 예전과 다른 생태 환경을 보여준다.
수온 상승 또한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평균보다 높아진 바다 온도는 새로운 해양 생물을 불러왔고, 이는 작업 환경을 더욱 위험하게 만든다. 익숙하지 않은 생물과 변화된 해저 환경 속에서 해녀들은 이전보다 더 많은 긴장 속에서 물질을 이어가고 있다.
■ 16년의 시간, 그리고 다음 세대의 선택
2010년의 바다는 비교적 풍요로운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해산물은 넉넉했고, 물질은 힘들지만 안정적인 삶을 보장하는 일이었다. 그러나 지금의 바다는 다르다. 자원은 줄었고, 작업 환경은 더 거칠어졌다. 해녀의 삶은 점점 더 버티기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다를 향한 선택은 계속되고 있다. 새로운 세대는 과거와 같은 조건이 아님을 알면서도 해녀가 되는 길을 택한다.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삶에 대한 가치, 그리고 공동체 속에서의 연대가 이들을 움직이게 한다.
이들이 그려가는 내일은 과거와 같지 않다. 더 나은 환경을 기대하기보다는 변화된 현실 속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적응해 나가는 방향이다. 바다는 달라졌지만,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지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좀녀의 바당’은 그 시간의 차이를 기록하며, 앞으로 이어질 또 다른 10년을 조용히 비춘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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