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이슈] 8·3 세제개편② "시장이 계산하는 것은 세율 아닌 세제 수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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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이슈] 8·3 세제개편② "시장이 계산하는 것은 세율 아닌 세제 수명"

폴리뉴스 2026-08-05 22:21:25 신고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6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16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열린 '부동산 세제 국민 의견 경청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7.16 [사진=연합뉴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지난달 30일 사전 브리핑에서 내건 원칙은 간명했다. 집은 사는 것(Buying)이 아니라 사는 곳(Living)이라는 것이다.

이 한 문장이 개편안 전체를 설명한다. 지금까지 종부세(종합부동산세, 일정 금액 이상 부동산을 가진 사람이 재산세와 별도로 내는 세금)는 '집을 몇 채 가졌나'를 기준으로 세율을 매겼다. 앞으로는 '집이 얼마짜리인가'로 바뀐다. 2027년 과도기를 거쳐 2028년부터는 모든 주택이 0.5~5%짜리 하나의 세율표 위에 놓인다.

8ㆍ3 세제개편 효과

첫 번째. 1세대 1주택의 종부세 과세 기준 공시가격이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올라간다. 정부 환산으로 시세 약 20억원이다.

여기서 눈여겨볼 것은 정부가 '세금을 낼 대상인지 가리는 기준'과 '기본공제'를 따로 떼어놨다는 점이다. 공시가 14억원 이하라면 그 집에 살지 않아도 종부세를 내지 않는다. 그러나 14억원을 넘는 순간 기본공제가 달라진다. 실제로 살면 14억원, 살지 않으면 9억원이다.

이 구조는 문턱이 아니라 절벽이다. 시세 20억원을 갓 넘긴 1주택자의 세금은 직접 살면 사실상 0원, 살지 않으면 약 185만원이다. 같은 집, 같은 값인데 '사는가'라는 질문 하나로 세액이 0에서 185만원으로 점프한다.

다주택자의 기본공제도 '4억원 + 5억원 × 거주주택 가액 비중'으로 바뀐다. 본인이 사는 집이 없으면 공제는 4억원까지 떨어진다는 뜻이다.

두 번째. 과세표준(세율을 곱하는 기준 금액) 6억원, 공시가 약 23억원, 시세로 약 32억원을 넘는 구간부터 세율 자체가 오른다.

  • 2027년 : 과표 6억~12억 구간이 1.0% → 1.3%
  • 2028년 : 단일세율표가 완성되면 7개 구간 중 5개의 세율이 지금보다 높아진다
    • 12억~25억 구간 : 1.5% → 2.0%
    • 50억~94억 구간 : 2.7% → 4.0%

여기에 곱셈이 붙는다. 공정시장가액비율(공시가격 중 몇 %를 과세 기준으로 삼을지 정하는 비율)이 윤석열 정부에서 60%까지 낮아졌는데, 2027년 일괄 70%로 오른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1세대 1주택자 제외)는 2028년 80%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그동안 세금 급증을 막아온 안전판도 헐거워진다. 세부담 상한(올해 세금이 작년의 몇 배를 넘지 못하게 막는 장치)이 150%에서 200%로 상향된다. 세율·공정시장가액비율·상한이 동시에 움직인다는 뜻이다.

세 번째. 언론이 세 부담 시뮬레이션의 기준선으로 잡은 지점은 40억원이지만, 정부가 스스로 밝힌 설계는 더 촘촘하다. 거주하는 1주택 기준으로 보면

  • 시세 20억~30억원 : 세금이 줄어든다
  • 30억~40억원대 : 변동을 제한한다
  • 40억~50억원 초과 : 여기서부터 '정상화'가 시작된다

시세 약 45억원(공시가 약 31억원)을 넘으면 2028년부터 다주택자와 같은 세율을 적용받는다. 문제는 이 선들이 회피의 지도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시세 30억원대 이하 실거주 1주택의 세 부담은 오히려 줄거나 그대로다. 최근 상승을 주도한 마포·용산·성동 상당수가 과세 강화를 비켜간다. 김학렬 스마트튜브 부동산조사연구소장의 진단도 같다. 맞벌이 중산층이 사는 한강벨트가 이미 30억원대에 진입했다는 것이다.

숫자가 이를 뒷받침한다. 이번 개편으로 종부세를 내야 하는 공동주택은 48만6719호(상위 3.07%)에서 36만2998호(상위 2.29%)로 줄어든다. 약 12만호가 과세권 밖으로 빠져나간다. '증세안'으로 불리는 개편이 실제로는 세금 낼 사람 수를 줄이면서 상위 구간의 세액만 키우는 구조인 것이다.

정부는 시세 40억원 초과 주택을 약 6만5000호, 전국 공동주택의 0.4%로 추산했다. 사실상 상위 0.4%를 겨눈 핀셋인 셈이다. '초고가 과세 정상화'라는 명분이 정확한 만큼, 그 명분이 닿는 범위도 정확하게 좁다.

'똘똘한 한 채'를 완화하겠다는 취지로 만든 기준선이, 절세를 위한 새로운 '똘똘한 한 채'의 좌표를 시장에 알려준 셈이다. 이것이 8·3 개편안이 통과해야 할 첫 번째 역설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 규모, 세계 최저 수준의 실효세율

한국의 보유세를 두고 정반대의 진단이 동시에 통용된다.

  • 한국지방세연구원 「부동산 보유세 부담의 국제비교」(2022) : 총조세 대비로도, GDP 대비로도 한국은 OECD 평균을 웃돈다. 최근 10년간 증가 폭은 OECD 최고였다.
  • 토지+자유연구소 「OECD 주요국의 부동산 가격 및 보유세 추이」(2021) : 한국의 실효세율(부동산 값어치 대비 실제로 내는 세금 비율)은 2019년 기준 0.17%, 미국의 8분의 1에서 11분의 1 수준이다.

둘 다 사실이다. 갈라지는 것은 분모다. 나라 경제 규모(GDP)나 전체 세금으로 나누면 높게 나오고, 부동산 자산가치로 나누면 낮게 나온다.

이유는 하나다. 한국의 부동산 자산이 비정상적으로 거대하기 때문이다. 같은 보고서에서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가격은 786%, 비교 대상 15개국 중 1위이며 2위보다 200%포인트나 높다.

세계 최고 수준의 자산 규모, 세계 최저 수준의 실효세율. 이 극단의 불균형이 한국 부동산 세제의 진짜 좌표다.

그렇다면 8·3 세제개편안은 이 좌표를 얼마나 움직이는가. 정부가 밝힌 이번 세제개편안 전체의 세수효과는 3조4430억원이다. 이 가운데 종부세 증가분이 2조1815억원, 누적으로 따지면 2027~2031년 5년간 9조3000억원이다. 1년 단위로 환산하면 GDP의 0.1% 안팎이다.

실효세율의 '정상화'라기보다 '미세 조정'에 가까운 규모다. 여기에 과세 대상 12만호 축소까지 겹치면, 8·3 세제개편안이 겨눈 것은 보유세의 총량이 아니라 보유세의 배분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진다. 조세 형평성 개편이지 보유세 강화가 아니다.

정부가 개편의 명분을 '집값 안정'이 아니라 '과세 정상화'로 잡은 것은, 어쩌면 이 규모를 스스로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세제는 반쪽의 답

국토연구원의 「부동산세제의 시장 영향력과 향후 정책방향 연구」(2023)는 세제 만능론을 정면으로 부정한다.

"국내 분석 결과, 재산세의 변화는 매매거래, 매매가격, 전세가격에 유의한 영향을 미치지 않음. 종합부동산세는 임차인 전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세제 강화 효과가 발생하지 않음."

여기서 조심스럽게 읽어야 할 대목이 있다. 이 문장은 흔히 '보유세 무용론'의 근거로 인용되지만, 문장 자체가 밝히고 있는 인과는 다르다. 종부세의 효과가 사라지는 이유는 세금이 약해서가 아니라 세입자에게 떠넘겨지기 때문이다. 즉 떠넘길 통로가 열려 있는 주택, 다시 말해 남에게 세를 준 주택에 해당하는 진단이다.

그런데 8·3의 표적이 정확히 그 주택이다. 비거주 1주택과 다주택. 국토연구원의 결론을 8·3에 적용하면 "세금을 올려도 소용없다"가 아니라 "이번 개편은 세입자에게 떠넘겨질 위험이 특히 크다"가 된다. 정부에 불리한 증언인 것은 같지만, 불리한 방향이 다르다. 가격은 안 잡히고 임대료만 오른다는 쪽이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공시가격 현실화 연구도 같은 방향을 가리킨다. 부담이 전세가격으로 옮겨가 정책 목표와 반대의 부작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토연구원은 그 인과를 부동산 경제학의 고전인 DiPasquale-Wheaton의 4사분면 모형(주택 매매시장과 임대시장, 신규 건설과 재고를 하나로 연결해 설명하는 30년 된 이론)으로 설명한다.

"보유세 강화 → 주택가격 할인율 증가 → 주택가격 하락 → 신규공급 감소 → 주택재고 감소 → 임대공급 감소 → 임대료 상승"

보유세만 강화하면 공급이 줄고, 줄어든 공급이 임대료를 밀어 올린다. 세제가 반쪽의 답인 이유를 30년 전 이론이 이미 말해두고 있었다.

물론 해외의 증거는 다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OECD 16개국의 1995~2019년 자료에서 GDP 대비 보유세가 1%포인트 오르면 실질주택가격 상승률이 1.151%포인트 하락한다는 결과를 얻었다.

다만 이 숫자를 8·3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 된다. 한국의 보유세는 GDP 대비 1% 안팎이다. KIEP가 말하는 '1%포인트 인상'은 보유세를 두 배로 늘리는 충격이다. 반면 8·3의 종부세 증가분은 연 수천억~1조원대, GDP의 0.05% 수준이다. KIEP 계수를 그대로 쓰면 8·3의 가격 효과는 0.05%포인트대에 그친다. 반올림하면 0이다.

국내와 해외의 간극은 한국의 보유세가 '진짜 보유세'로 작동한 적이 없었음을 반증한다. 그러나 8·3 역시 그 간극을 메우기에는 작다. 이것이 두 번째 역설이다. 정부는 집값을 잡겠다고 말한 적이 없지만, 설령 잡으려 했더라도 이 크기로는 불가능하다.

시장이 계산하는 것은 세율이 아닌 수명

그리고 여기에 또 하나의 숫자가 있다. 28번. 2005년 제정 이후 종합부동산세법이 개정된 횟수다.

문제는 시장이 이 리듬을 학습했다는 점이다. 지금은 올랐지만 다음 정권에서 내려간다.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지 않은 것은 세금이 가벼워서가 아니라, 세금이 오래가지 않으리라 믿었기 때문이다. 이준구 서울대 명예교수의 진단은 냉정하다. 소나기를 피하듯 보수정당의 집권만 기다리며 버텨왔다는 것이다.

한국의 종부세를 무력화한 것은 낮은 세율이 아니라 낮은 신뢰였다. 시장은 세금의 크기가 아니라 세금의 수명을 계산한다.

이 관점에서 8·3에는 스스로 심어둔 시한폭탄이 셋 있다.

첫째, 양도세 중과의 이력

2022년 5월부터 이어진 다주택자 조정대상지역 양도세 중과(세율을 얹어 매기는 것) 유예는 올해 5월 9일 종료됐다. 5월 10일부터 2주택자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에 30%포인트의 중과가 재개됐다. 그리고 석 달 만에, 8·3은 이를 다시 낮춘다.

'유예'가 아니라 '차등 인하'다.

  • 2027년 양도분 : 2주택자 5%포인트, 3주택 이상 10%포인트
  • 2028년 : 각각 10%포인트, 15%포인트
  • 2029년부터 : 원상복귀

늦게 팔수록 불리하도록 시간표를 계단으로 깎아, 2년짜리 매도 창구를 여는 설계다. 여기에 올해 5월 10일 이후 이미 중과세율로 신고·납부한 양도분에도 2027년 세율을 소급 적용해 내년 5월 확정신고 때 차액을 돌려준다.

설계 자체는 정교하다. 그러나 소급 환급까지 붙은 이 조치가 시장에 보내는 메시지는 하나다. 버티면 깎아준다. 재개 석 달 만에 뒤집힌 중과는, 앞으로도 뒤집힐 수 있다는 가장 최근의 증거가 됐다.

둘째, 임대시장의 퇴로가 동시에 닫힌다

이 개편안이 손대는 것은 보유세만이 아니다.

  • 조정대상지역 매입임대 아파트의 양도세 중과 배제 : 2027년 12월 31일 양도분까지로 시한이 그어졌다. 2028년에는 중과세율의 절반만 적용되고 장특공제 우대도 50%에서 30%로 깎인 뒤 사라진다.
  • 상생임대주택 특례(임대료를 적게 올린 집주인에게 주는 세제 혜택) : 요건이 강화된다. 직전 임대기간 1년 6개월이던 문턱이 2년으로 올라가고, 양도기한도 새로 생긴다.
  • 조정대상지역 일시적 2주택자의 종전주택 처분기한 : 3년에서 2년으로 줄어든다.

방향은 일관된다. 등록임대라는 우회로를 닫고, 세를 주며 버티는 선택의 값을 올린다. 논리적으로는 매물을 시장에 나오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는 임대주택으로 시장에 나와 있던 물량의 퇴출 시한을 못 박은 것이기도 하다. 앞서 인용한 DiPasquale-Wheaton의 연쇄에서 '임대공급 감소'라는 항목이, 이론이 아니라 조문으로 개편안 안에 들어와 있는 셈이다.

셋째, 이 개편안은 아직 법이 아니다

8월 입법예고와 부처 협의, 법제처 심사를 거쳐 8월 말이나 9월 초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뒤, 9월 3일 이전 정기국회에 제출된다. 기획재정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심사를 지나 11~12월 본회의에서 처리돼야 하고, 시행령은 2027년 초에나 나온다.

국민의힘은 이번 안을 '조세 강탈'로 규정하며 전면전을 예고했다. 확정까지의 정치적 마찰이 클수록, 시장이 읽는 이 세금의 예상 수명은 짧아진다.

민간 부동산 책사들의 균열…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실수요자들께 사과드린다"

발표를 사흘 앞두고 진영 내부에서 파열음이 터졌다. '민간 부동산 책사'로 꼽혀온 한문도 서울디지털대 교수다.

"공급이 받쳐주지 않는 조세 정책은 해외 사례를 봐도 전부 실패했다. 현재까지 패턴으로 가면 문재인 정부 시즌2만도 못하다. 국민들, 특히 청년과 신혼부부 실수요자들께 사과드린다."

개편안의 구체적 내용이 공개되기 전에 나온 발언이다. 즉 8·3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8·3이 나올 것을 알고 미리 내놓은 경고에 가깝다. 그러나 바로 그 점에서 무게가 있다. 정책의 내용을 보지 않고도 실패를 예감할 만큼, 세제 단독 접근의 한계가 진영 내부에서도 자명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광수 광수네복덕방 대표,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장 등 민생연석회의 자문진은 조세 형평성의 관점에서 정부 기조를 지지한다. 경실련은 원인 진단 없는 땜질식 대책이라며 공급 로드맵의 부재를 지적했다.

시장 전문가들의 시선은 또 다르다. 박합수 건국대 겸임교수는 강남권 고령층 일부 매물을 예상하면서도 확산은 어렵다고 봤고, 함영진 우리은행 리서치랩장은 거주 요건 강화가 오히려 중저가 '똘똘한 한 채'의 실거주 수요를 굳힐 것으로 분석했다.

지지와 비판이 갈리는 지점은 하나로 수렴한다. 세제가 아니라 공급이다.

[폴리뉴스 박수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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