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한 영화관 / 연합뉴스
A씨는 영화 예매를 쉽게 하려고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매했다. 하지만 판매자는 사전 고지 없이 일방적으로 A씨의 아이디를 해지해 프로그램을 사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A씨가 연락하자 판매자는 “유지보수가 불가능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환불도 거부했다. 억울한 마음에 판매자를 사기죄로 신고하고 싶지만, 불법 프로그램을 구매한 자신도 처벌받을지 몰라 망설여진다.
판매자를 신고해 돈을 돌려받으면서, 처벌은 피할 방법은 없을까?
판매자, 돈만 받고 서비스 중단…'사기죄' 될 수 있나
판매자의 행위는 사기죄가 될 수 있다. 변호사들은 판매자가 처음부터 프로그램을 제대로 제공할 의사 없이 돈만 가로챌 목적이었다면 사기죄 성립이 가능하다고 봤다.
모두로 법률사무소 한대섭 변호사는 “상대방이 유지보수나 환불 불가에 대한 사전 고지 없이 돈만 챙기고 권한을 회수했다면 이는 처음부터 정당하게 프로그램을 제공할 의사 없이 금전만 가로챈 것으로 보아 형법 제347조의 사기죄가 성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사기죄의 고의를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신중론도 나왔다.
디센트 법률사무소 홍푸른 변호사는 “판매 당시부터 처음부터 서비스를 제공할 의사나 능력이 없이 대금만 받아 챙길 목적이 있었다는 정황까지 입증된다면 사기죄로도 문제 삼을 수 있으나, 단순히 사후에 서비스 유지보수를 중단한 것이라면 사기죄보다는 민사상 채무불이행·환불청구 문제로 접근하시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분석했다.
구매자 신고는 '양날의 검'…업무방해죄 위험
문제는 A씨가 판매자를 사기죄로 신고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더 큰 법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구매해 사용하려 한 행위 자체가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경고다.
한대섭 변호사는 “온라인 예매 사이트에서 매크로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다량의 표를 확보하거나 정상적인 서버 운영에 지장을 주는 행위는 형법 제314조의 컴퓨터 등 장애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예매 사이트의 공정한 업무를 방해한 중범죄로 취급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A씨가 사기 피해를 주장하며 경찰에 고소장을 내는 것은, 스스로 매크로를 이용해 예매 사이트의 업무를 방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자백하는 셈이 될 수 있다고 한 변호사는 덧붙였다.
수사기관이 판매자의 사기 혐의와 함께 A씨의 업무방해 혐의도 인지해 피의자로 입건할 수 있다는 의미다.
홍푸른 변호사 역시 “본인이 이를 근거로 판매자를 사기로 신고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매크로 이용 사실이 함께 드러날 가능성은 염두에 두셔야 한다”고 조언했다.
'먹튀' 피해, 고소 말고 다른 방법 찾아야
결국 변호사들은 섣부른 형사 고소는 실익이 없다고 봤다. 자칫 적은 돈을 돌려받으려다 벌금형 이상의 전과 기록이 남는 최악의 결과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대섭 변호사는 “사기당한 몇만원이나 몇십만원을 돌려받으려다가 벌금형 이상의 전과 기록이 남는 치명적인 결과를 맞이할 수 있다는 뜻이다”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은 억울하시더라도 상대방을 형사 고소하기보다는 구매 대행 사이트나 결제 대행사를 통한 분쟁 조정 환불 절차 등을 조용히 밟아보시는 것이 안전하다”고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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