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석지헌 기자] “학생들이 말끝마다 ‘~노’를 붙이거나 ‘운지’, ‘부엉이바위’ 같은 표현을 과제물에 사용하는 건 일상이에요.”
5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인권존중 학교를 위한 혐오차별 대응 토론회’에서는 학교 현장에 퍼진 혐오표현의 실태에 대한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이들은 혐오 표현이 놀이처럼 소모되고 있는데, 이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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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가 놀이처럼 소비…왜 문제인지 가르쳐야”
국가인권위원회와 더불어민주당 고민정 의원실, 서울시교육청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는 지난 6월 말 배재고 야구부 학생들이 광주제일고와의 경기 도중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는 구호를 외친 사건을 계기로 마련됐다.
고 의원은 “학생 선수들이 정식 경기에서 역사 부정과 지역 비하 표현을 공공연히 사용했다”며 “학교 교육이 민주시민으로서의 기초 소양을 충분히 길러주지 못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고 의원은 학교 인근 혐오시위를 규제하는 교육환경보호법 개정안과 학교민주시민교육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홍승희 서울미동초 교사는 성소수자와 여성, 정치인 등을 겨냥한 혐오표현이 학교에서 놀이처럼 소비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홍 교사는 “일부 정치인의 현수막에는 혐오와 조롱이 담겨 있고, 일부 인플루언서는 혐오를 연료로 돈을 번다”며 인권·성평등·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확대와 혐오표현에 대한 제도적 대응을 주문했다.
신지혜 공항고 학생은 △혐오표현 예방교육 의무화 △정기 실태조사 △학교 대응 매뉴얼 법제화 △학생 참여형 정책 지원 △‘혐오표현 없는 학교’ 인증제를 제안했다. 신 양은 “혐오표현 사건이 얼마나 발생하는지 보여주는 정확한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쓰지 마라’는 경고가 아니라 왜 그 말이 문제인지 이해할 수 있는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여미애 학부모는 ‘청소년 극우화’처럼 특정 세대 전체를 문제 집단으로 규정하는 표현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여 씨는 “낙인은 없던 진영을 만들고 결속을 강화해 대화의 문을 닫게 한다”며 처벌보다 사회적 상식과 규범을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과정 통합형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과 학교·지역 간 교류 확대, 교사를 민원으로부터 보호하는 절차 마련도 제안했다.
◇학생 51.6% 혐오표현 경험…교사 75%는 대응 어려움
조백기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2021년 서울 학생 3831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51.6%가 차별·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밝혔다. 경험률은 초등학생 28.9%에서 고등학생 64.2%로 학교급이 올라갈수록 높아졌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의 2026년 조사에서는 교사의 80.2%가 학생의 혐오표현을 목격했다고 답했다. 75.2%는 대응에 어려움을 느꼈고, 이 가운데 59.9%는 그 이유로 ‘실질적인 조치가 불가능해서’를 꼽았다.
조 옹호관은 “교사 개인의 의지보다 판단 기준과 지원 체계가 부족한 것이 문제”라며 학교 현장용 가이드라인과 단계별 대응체계 마련을 촉구했다.
이어 교육부에는 국가 차원의 예방·대응 원칙과 전국 사례 공유체계를 마련하고, 혐오표현을 지도한 교사가 정치적 중립성 논란에 휘말리지 않도록 보호 장치를 갖춰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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