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사람 많은 곳'에 설치…번화가 전북대·객사 앞엔 없어
개당 200만원 예산…구청 "필요한 곳 파악하겠다"
(전주=연합뉴스) 정경재 기자 = "폭염에 따른 인명피해를 예방하고 시민 안전을 보호하는 그늘막 설치는 매우 중요한 사업입니다. 그늘막은 횡단보도가 있는 교통섬, 버스정류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에 설치합니다."
전북 전주시가 본격적인 여름을 앞두고 그늘막 설치 사업을 추진하면서 보도자료 등을 통해 매번 밝힌 말이다.
교통신호를 기다리는 동안 따가운 햇빛을 막아주는 그늘을 반기는 시민이 많아서 그늘막 설치는 '세금이 아깝지 않은' 사업으로 큰 호응을 받았다.
그런데 '사람이 많은 장소'에 그늘막을 설치한다는 말은 과연 사실일까.
폭염 중대경보가 내려진 5일 정오에 전주 시내에서 유동 인구가 많기로 손꼽히는 전북대 구정문과 한옥마을 인근 객사 앞 횡단보도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전북대 구정문 앞은 한쪽에만 설치됐고, 구도심인 객사 앞에는 아예 그늘막이 없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방학인데도 취업 준비를 위해 도서관을 찾은 학생들이 대학 구정문 앞으로 쏟아져 나왔다.
상점가가 밀집한 삼각지 쪽에는 그늘막이 드리웠으나 맞은편 정문 쪽에는 '여름엔 얼음이 최고'라고 적힌 큼지막한 얼음 두 덩이만 놓여 있었다.
취업 준비생 박모(26)씨는 "구정문 앞 교통신호 대기 시간이 꽤 긴 편인데 이쪽에도 그늘막을 설치해줬으면 좋겠다"며 "얼음은 보기에는 시원한데 햇빛을 막아주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밝혔다.
전북대에 이어 찾은 객사 앞 횡단보도는 양산 없이는 못 다닐 정도의 말 그대로 땡볕이었다.
시민들은 양산을 드는 것도 버거운지 횡단보도 인근 건물이 선물한 그늘로 들어가 붉은 신호등이 초록빛으로 바뀌길 기다렸다.
조금 더 걸어가면 전주의 명물 초코파이를 파는 제과점 앞 교차로에 그늘막이 설치돼 있긴 했지만, 객사 앞 횡단보도를 건너면 바로 상점가로 들어갈 수 있어서 많은 시민이 작은 그늘에 큰 몸을 욱여넣었다.
강모(63)씨는 "객사 앞이 전주에서 '사람이 제일 많은 곳'이 아니면 어디가 사람이 많다는 건지 모르겠다"며 "(공무원들이) 밖을 좀 돌아봐야 필요한 곳에 제대로 예산을 쓸 텐데 안타깝다"고 했다.
2017년 처음 설치된 무더위 그늘막은 여름철 보행자에게 그늘을 제공해 폭염 피해를 예방한다.
차량 통행이나 보행에 지장을 주지 않게 설계돼 '우리 동네에도 설치해 주세요'라는 내용의 민원이 꾸준하다.
그늘막 하나를 설치하는 데 드는 예산은 200만∼250만원.
전주 시내에는 이날 기준 501개소의 그늘막이 설치돼 있지만, '사람이 많은 곳'이라는 나름의 기준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완산구 관계자는 "객사 앞이나 충경로 주변은 평소에도 오가는 사람이 많아서 제가 생각해도 그늘막 설치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추후 시에서 예산이 내려온다면 그늘막이 필요한 곳을 추가로 파악해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jaya@yna.co.kr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