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컬처 노규민 기자] '액션'은 더 이상 남자 배우만을 상징하는 장르가 아니다. 탄탄한 근육질 몸과 날렵한 동작으로 빌런을 퇴치하는 모습은 여전히 통쾌하지만, 약해 보일 것만 같은 여리여리한 모습으로 반전의 힘을 드러내며 악을 처단하는 여성 캐릭터에 열광하는 시대가 됐다.
1920년대부터 1930년대까지 한국영화는 신파극의 영향을 받은 작품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은 주로 멜로의 주인공이거나, 억압받고 희생당하는 캐릭터로 그려졌다. 상대와 맞서 싸우는 여성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1950년대, 전쟁 이후 침체됐던 한국영화 산업이 다시 활기를 띠면서 다양한 장르의 작품이 제작되기 시작했고, 특히 활극 장르가 인기를 끌면서 칼을 들거나 총을 쏘는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상 1960년대를 한국 여성 액션영화의 출발점으로 보고 있다. 일본 사무라이 영화와 홍콩 무협물이 국내에서 인기를 끌면서 여성 검객을 주인공으로 하는 작품들이 만들어 졌다. 이런 가운데 영화 '여검객'이 한국영화사에서 가장 이른 시기에 탄생한 여성 액션물 가운데 하나로 전해진다.
특히 이 영화는 기존과 달리 여성 캐릭터가 직접 칼을 들고 악당과 맞서는 서사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다만 '여검객'을 최초의 여성 액션영화라고 단정 짓기는 어렵다. 필름이 유실돼 정확한 기록과 정보가 남아 있지 않아서다. 당시 제작된 수많은 영화 필름이 사라진 점을 고려하면 더 이른 시기의 작품이 존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1963년 개봉한 영화 '검은 장갑' 역시 여성 액션 요소가 담긴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엄앵란, 황수연, 박노식 등이 주연을 맡은 것으로 전해지지만, 필름 보존 여부를 비롯해 공식적인 기록이 제한적이어서 현재 정확한 작품 정보를 확인하기 어렵다.
비슷한 시기 제작된 '삼인의 여검객'(1969)은 현재 비교적 자료가 잘 남아 있는 초기 여성 액션영화로 꼽힌다. 우연히 만난 세 명의 여검객이 힘을 합쳐 복수에 나서는 작품으로, 이대엽, 윤정희, 김성옥, 이수진, 양진희 등이 출연했고 최인현 감독이 연출했다.
여성 캐릭터 세 명을 전면에 내세워 검술 액션을 펼쳤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남성 주인공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이는 당시 여성 액션영화가 가진 한계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이처럼 한국 여성 액션영화의 역사는 오래됐지만, 1980년대까지도 독립적인 여성 히어로는 많지 않았다. 여성 캐릭터 주변에는 더 강한 남성 캐릭터가 존재했고, 여성은 복수의 상징이나 남성 서사를 위한 장치로 소비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한국 여성 액션영화의 판도를 완전히 바꾼 작품이 등장했다. 바로 신은경 주연, 조진규 감독의 '조폭 마누라'다. 신은경은 조직 보스 역할을 맡아 맨주먹 격투부터 총격 액션, 여기에 코미디까지 더하며 신선한 바람을 일으켰다. 특히 안재모, 최민수, 박상면 등 당대 스타들 사이에서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하며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여성 액션 캐릭터를 선보였다.
이 작품은 약 5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여성 액션영화 최초의 메가 히트작으로 기록됐다.
'조폭 마누라' 이후 여성을 전면에 내세운 액션물이 잇따라 등장했고, 캐릭터는 진화했으며 이야기는 더욱 다채롭게 확장됐다.
김옥빈 주연의 '악녀', 김다미 주연의 '마녀', 전도연 주연의 '길복순'까지 한국 여성 액션은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주목받았다. 또한 지난해 개봉한 민규동 감독의 '파과'는 60대 여성 킬러를 전면에 내세우며 장르의 지평을 더욱 넓혔다.
올여름 엄정화 주연 액션 영화 '오케이 마담2'가 기대작으로 주목 받고 있다. 실제 나이 50대 중반인 엄정화는 거칠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액션으로 영화 전체를 이끈다.
엄정화는 '오케이 마담2' 개봉을 앞두고 "톰 크루즈의 '미션 임파서블'처럼 시리즈가 계속 이어지면 좋겠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한국 여성 액션영화의 진화는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제 스크린 속 여성은 단순한 '반전 캐릭터'를 넘어, 그 어떤 존재보다 강렬하고 매력적인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뉴스컬처 노규민 pressgm@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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