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5일 대북정책의 어려움을 ‘메아리 없는 함성’에 비유하는 한편, 군의 대비 태세가 느슨해질 가능성을 ‘화살 없는 창고’에 빗대며 남북관계 개선 노력과 군 기강 확립을 동시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 등을 대상으로 업무보고를 주재하고 통일부를 향해 “힘들더라도 (대북정책과 관련해) 평화와 공존의 정책을 계속 해야 한다”고 밝혔다.
북한이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을 두고는 “통일부는 메아리 없는 함성을 지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조금 힘들 것”이라면서도 대화와 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을 멈춰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현재 남북관계에 대해 “전쟁도 치렀고 혈육의 관계이기도 하다. 관계도 좋았다 나빴다 하지만 요새는 매우 나쁜 상태”라고 진단했다.
이어 “사람 관계처럼 정부 간 관계도 쌓이는 게 있다. 업보로 볼 수 있다”며 “적대와 무시, 대결 전략으로 오랜 시간 살아와 좋아지기 어려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이 각자의 길만 고집하는 태도에 대해서는 경계의 뜻을 나타냈다.
이 대통령은 “그렇다고 해서 ‘나는 내 갈 길 가고, 너는 네 갈 길 간다’는 식으로 임하면 결국 국가 공동체에 해악을 끼치게 된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부 전선 최전방 경계를 담당하는 육군 1군단이 수년간 전방 감시초소(GP)와 일반전초(GOP)에서 실탄을 장전하지 않은 채 경계작전을 수행한 사실이 논란이 된 것과 관련해서는, 국방부에 철저한 대비 태세와 군 기강 확립을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국가를 지키는 최종 물리력인 국방이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시되는 일도 있다”며 안보 업무가 느슨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옛날얘기 중 가장 성능이 좋은 뽕나무 화살을 갖다 놨다가 계속 전쟁이 없으니 이를 점차 대나무, 갈대로 바꾸다 정작 전쟁 때는 아무것도 없었다는 얘기가 있다”며 “우리 군이 그렇다는 건 아니지만, 그럴 염려가 있는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부정부패는 많이 줄었으나 군기 문제는 발생하는 것 같다. 최근 삽탄을 하지 않고 경계 근무한 일이 논란이 되지 않았나”라며 “군기 문제에서 하나씩 후퇴하다 보면 화살 창고에 화살이 한 개도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시작전통제권을 비롯한 자주국방 문제에 대해서는 군 지휘권을 스스로 행사하는 것이 국가 주권의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외부의 도움 없이 자신의 힘으로 나라를 지키는 자주국방은 우리의 가장 큰 과제”라며 “당연히 주권의 일부인 군 지휘권도 스스로 행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국군이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의 명령을 받는 국방부 장관의 지휘를 받지 않는다는 게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라며 “정상화가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세 차례에 걸쳐 부처별 업무보고를 받는다.
외교부·통일부·국방부·국가보훈부를 시작으로, 오후에는 교육부·국가교육위원회·문화체육관광부·국가유산청이 업무보고에 나선다.
이어 행정안전부·법무부·국무조정실·법제처·인사혁신처가 마지막 순서로 보고를 진행한다. 이를 끝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두 번째 업무보고’ 일정이 마무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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