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벅스코리아가 '탱크데이' 프로모션으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모욕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던 경찰이 5일 스타벅스 본사 압수수색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이 사건을 배당받아 수사에 착수한 지 76일 만의 첫 압수수색이다. 서울청 광역수사단 공공범죄수사대는 이날 오전 8시50분부터 서울 강남구 역삼동 센터필드 빌딩 스타벅스코리아 본사에 수사관 40여명을 투입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스타벅스 매장. 자료사진. / 뉴스1
이번 압수수색은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경찰이 신세계그룹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체 감사' 자료를 검토한 결과 부실 조사 정황을 발견했고,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강제수사에 착수했다는 점이 핵심이다. 임의수사로는 진상 규명에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압수수색 영장에 적힌 혐의는 '모욕'
경찰은 압수수색 영장에 스타벅스가 탱크데이 프로모션으로 박종철 열사 등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를 모욕했다는 혐의를 적시했다. 앞서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와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는 지난 5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등을 5·18 민주화운동 등에 관한 특별법 위반과 모욕,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고소·고발한 바 있다.
다만 혐의 입증 과정이 간단하지만은 않다. 5·18 특별법은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허위사실을 유포했을 때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모욕 혐의의 경우 스타벅스 프로모션에서 모욕 대상자가 특정되지 않아 입증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경찰은 프로모션 내용 중 '책상에 탁'이라는 표현을 박종철 열사 유족에 대한 명예훼손으로 볼 수 있는지를 별도로 검토한 것으로 확인됐다. 1987년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경찰이 내놓았던 해명 문구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 나왔던 표현이다.
한 달 전 반려됐던 영장, 이번엔 발부됐다
수사가 더디게 진행된다는 지적이 이어지던 가운데, 서울청은 지난 6월 8일 서울중앙지검에 스타벅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신청했지만 같은 달 12일 반려됐다. 당시 검찰은 임의수사를 우선 진행하라는 취지로 영장을 돌려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강제수사 없이 자료 제출 요청 등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라는 판단이었다.
이후 경찰은 신세계그룹 측이 제출한 스타벅스코리아 자체 감사 자료를 검토했고, 그 과정에서 감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이 부실 감사 정황이 이번 압수수색영장 발부로 이어진 결정적 근거가 됐다.
스타벅스. 자료사진. / 뉴스1
감사팀장 조사에서도 드러난 '부실 감사' 정황
경찰은 지난 6월 17일 신세계그룹 감사팀장인 양종환 상무를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당시 조사에서도 부실 감사 정황이 일부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세계그룹은 자체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탱크데이 프로모션 담당팀 직원 5명 중 3명이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해 감사에 한계가 있었다고 밝혔는데, 문제는 이 3명 중에 임원이 포함돼 있었다는 점이다. 담당 실무자가 아닌 임원급 인사가 휴대전화 제출을 거부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감사가 실제로 프로모션 기획 과정의 의사결정 라인까지 들여다봤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
경찰이 이번 압수수색으로 확인하려는 것
경찰은 이번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내부 자료를 토대로 스타벅스 관계자들이 5·18 민주화운동 유공자에 대한 모욕의 고의를 갖고 프로모션을 기획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확인할 방침이다. 프로모션 기획 단계에서 오간 내부 문건과 메시지, 담당 임원의 휴대전화 등이 확보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번 사건이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는지를 입증하는 것이 수사의 최종 관건이다.
탱크데이 프로모션을 둘러싼 논란은 발생 이후 넉 달 가까이 이어져 왔다. 그 사이 검찰의 영장 반려, 신세계그룹의 자체 감사, 감사팀장 참고인 조사 등 여러 단계를 거쳤고, 이번 압수수색은 그동안 임의수사에 머물던 사건이 강제수사 국면으로 전환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경찰이 확보하는 자료의 내용에 따라 향후 정용진 회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 조사 여부와 시점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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