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짐을 나르는 택배기사들을 위해 공동현관과 가장 가까운 주차 공간을 별도로 내준 한 아파트가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출입구와 가까운 주차 공간에 설치된 ‘택배 차량·특수차량 배려 구역’ 안내 표지판. / 보배드림 캡처
지난달 31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택배기사님께 명당자리 양보한 아파트’라는 제목의 게시물과 사진이 올라왔다.
공개된 사진에는 아파트 지하주차장 공동현관 바로 옆 주차 공간에 주황색 안내 표지판이 설치된 모습이 담겼다. 표지판에는 ‘택배 차량·특수차량 배려 구역’, ‘특수 목적 적용’이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해당 공간은 입주민 차량이 아닌 택배 차량이나 특수 목적 차량이 우선 이용할 수 있도록 마련한 구역으로 보인다. 출입구와 가까워 무거운 물건을 여러 차례 옮겨야 하는 택배기사들의 이동 거리와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는 자리이다.
게시물 작성자는 “한 아파트에서 무거운 짐을 나르는 기사님들을 위해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명당자리를 택배기사님에게 양보해 줬다고 한다”고 전했다.
통상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출입구와 가까운 자리는 입주민 사이에서도 선호도가 높은 ‘명당’으로 꼽힌다. 해당 아파트는 이 자리를 택배 차량 등을 위한 공간으로 비워두면서 작은 배려가 공동체의 품격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진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게 진짜 명품 아파트다”, “가격이 비싸다고 명품이 아니라 주민 의식이 좋아야 명품이다”, “택배차 진입을 막는 아파트 이야기는 많이 봤는데 전용 구역을 마련한 곳은 처음 본다”, “기사님들도 힘이 날 것 같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일부는 “주차 공간이 부족한 아파트에서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누군가 민원을 넣어 배려 구역이 사라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의견도 내놨다.
택배 차량의 단지 진입을 막거나 택배기사에게 도보 배송을 요구해 논란이 된 사례들과 비교된다는 반응도 이어졌다. 누리꾼들은 무거운 짐을 옮기는 노동자의 현실을 고려한 작은 양보가 입주민과 배송기사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평가했다.
2023년 택배 차량의 지상 통행을 전면 금지한 한 대단지 아파트 정문에 배송되지 못한 택배 물품이 쌓여 있다. / 뉴스1
이번 사례는 택배 차량의 아파트 출입을 둘러싼 갈등이 심심찮게 벌어지는 상황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다. 안전사고와 시설물 파손, 지상 공원화 등을 이유로 택배 차량의 지상 진입을 막거나 지하주차장만 이용하도록 요구하는 사례가 계속해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택배 차량은 일반 승용차보다 차체가 높아 지하주차장에 들어가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경우 택배기사는 단지 입구에 차량을 세운 뒤 수십 개의 물품을 손수레에 옮겨 담아 각 동과 세대를 돌아야 한다. 대단지에서는 이동 거리와 배송 시간이 크게 늘어나 기사들의 부담도 가중된다.
이 같은 출입 제한에 반발한 택배기사들이 해당 아파트에 대한 배송을 중단하거나 택배 물품을 단지 입구에 일괄적으로 내려놓으면서 입주민과 충돌한 사례도 있었다. 아파트 측이 저상 택배 차량으로 바꿀 것을 요구했지만 차량 개조 비용과 적재량 감소 문제로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경우도 있다.
오토바이 배송기사에게 헬멧을 벗고 출입하라고 하거나 일반 승강기 대신 화물용 승강기만 이용하도록 한 규정, 배송을 위해 잠시 세운 차량의 정차 시간을 문제 삼은 민원도 논란이 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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