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체계를 동시에 손질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거래 활성화보다 거래 위축 가능성에 더욱 주목하는 분위기다.
5일 업계 등에 따르면 정부의 2027년도 세제개편안이 발표된 이후 부동산 시장에서는 정책의 방향성과 실제 시장에서 나타날 결과 사이에 적지 않은 간극이 존재한다는 평가다.
정부는 실거주 중심의 주택시장 재편과 자산 불평등 완화를 목표로 내세웠지만, 시장에선 보유세 강화와 양도세 부담 확대, 여기에 강도 높은 대출 규제까지 동시에 작동하면서 거래 자체가 위축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계에선 이번 개편이 단순히 세 부담 증가를 넘어 시장의 유동성을 떨어뜨릴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거래가 줄어들면 가격 안정 효과보다 매물 감소와 임대차 시장 불안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수도권 인기 지역에서는 실거주 요건과 금융 규제가 동시에 적용되면서 매수와 매도가 모두 쉽지 않은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은 종합부동산세 과세 체계를 기존 주택 수 중심에서 보유 자산가액 중심으로 전환하는 동시에 고가 주택 보유자와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한 세 부담을 높인 점이다. 등록임대주택에 적용되던 일부 양도세 특례도 단계적으로 축소된다.
정부는 일정 기간 유예를 통해 시장 충격을 완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시장에서는 유예기간이 있다고 해서 거래가 자연스럽게 살아나기는 어렵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현재의 금융 환경에서는 집을 팔아도 새로운 주택을 구입하기 쉽지 않고, 반대로 집을 사려는 실수요자 역시 대출 규제로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세제는 거래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설계됐지만 금융 규제가 같은 방향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정책 효과는 제한될 수밖에 없다"며 "현재는 매도자와 매수자 모두 움직이기 어려운 구조"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거래 감소 가능성을 가장 우려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들의 거래량 추이를 보면 대출 규제가 시행된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이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 세 부담 확대까지 더해질 경우 관망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한국에 대해 거래세 부담을 줄이고 보유세 비중을 확대하는 세수 중립적 개편을 권고한 점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보유세 강화 자체보다 거래세 완화를 함께 추진해 주거 이동성을 높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는 보유세 강화가 중심을 이루는 반면 취득세 등 거래 단계의 세 부담은 큰 변화가 없었다.
시장에선 이 같은 구조가 주택 이동을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주택을 처분한 이후 양도세와 취득세, 각종 거래 비용을 감안하면 같은 생활권에서 비슷한 수준의 주택으로 옮겨가는 부담이 이전보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실거주 이전이나 주거 상향 이동보다 현 상태를 유지하려는 심리가 강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임대차 시장도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세 부담 증가가 임대료에 전가되거나 임대 물량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을 제기한다. 특히 비거주 1주택자와 등록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 혜택 축소가 임대 공급 감소로 연결될 경우 전세 물량 부족과 월세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최근 수년간 서울을 중심으로 전세 공급이 감소하고 월세 비중이 꾸준히 확대된 상황에서 이번 세제 변화가 이러한 흐름을 더욱 가속화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다만 임대료는 세제뿐 아니라 금리, 신규 입주 물량, 지역별 공급 상황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함께 받는 만큼 단기간에 일률적인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신중론도 있다.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급매물이 나오는 시기를 활용해 내 집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하는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정부의 추가 공급대책과 시장 반응을 확인한 뒤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제시한다.
이는 현재 시장을 움직이는 요인이 세제 하나에 국한되지 않기 때문이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비롯한 금융 정책과 신규 공급 계획, 금리 방향, 경기 흐름 등이 동시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시장의 향방을 단일 변수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둘러싼 논란도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까지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유도하는 정책을 추진했지만 이번 개편에서는 종부세 과세 기준 자체를 변경했다. 시장에서는 정책 방향이 단기간에 반복적으로 바뀌면 장기 보유 자산인 부동산의 특성상 투자와 실수요 모두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세율 자체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일관성과 예측 가능성"이라며 "부동산은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보유하는 자산인 만큼 과세 원칙이 자주 변경될 경우 시장 참여자들의 신뢰가 약해지고 정책 효과 역시 기대만큼 나타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세제개편의 성패는 세 부담 확대 자체보다 시장이 어떻게 반응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보유세 강화와 실거주 중심 과세라는 정책 목표가 거래 위축과 임대차 불안이라는 부작용을 최소화하면서 작동하려면 세제와 금융, 공급 정책이 같은 방향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성대 기자 / 경제를 읽는 맑은 창 - 비즈니스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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