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리포트=강지호 기자] 홀로 있을 때는 보잘것없지만 함께 모이면 누구보다 강한 힘을 발휘하는 사람들. 영화 ‘비광’은 추락한 가족이 서로를 외면하지 않고 다시 손을 맞잡는 과정을 통해 진한 연대의 의미를 전한다.
5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는 영화 ‘비광’ 제작보고회가 열렸다. 이날 현장에는 이지원 감독과 배우 류승룡, 하지원, 김시아, 김선영, 김영민이 참석했다. 진행은 방송인 재재가 맡았다.
‘비광’은 톱스타 부부 중구(류승룡)와 남미(하지원)가 갑작스럽게 나타난 중구의 딸 동주(김시아)로 인해 파경을 맞은 뒤, 8년 후 충격적인 사건에 휘말린 동주를 구하기 위해 마지막 남은 모든 것을 걸고 진실을 파헤치는 가족 연대기다.
이날 이지원 감독은 가장 먼저 제목 ‘비광’에 담긴 의미를 직접 소개했다. 그는 화투패 ‘비광’의 유래를 찾아보다 영화를 관통하는 핵심 이미지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은 “비가 많이 오는 날 개구리가 살아남기 위해 수양버들 가지를 붙잡으려고 뛰어오르는 모습을 보고 한 서예가가 깊은 뜻을 얻어 그린 그림이라고 하더라”며 “개구리도 저렇게 열심히 살아남으려고 발버둥 치는데 나도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작품의 또 다른 의미도 덧붙였다. “비광은 광패 가운데서도 제대로 된 광 취급을 받지 못하지만 다른 광들과 모여 다섯 장이 되면 엄청난 점수를 내며 위력을 발휘한다”며 “혼자 있을 때는 보잘것없어 보여도 함께 모였을 때 큰 힘을 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 고군분투하며 서로 연대하는 인물들과 가장 잘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전작 ‘미쓰백’에서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여성과 아이의 연대를 그렸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는 그 범위를 가족으로 넓혔다. 이 감독은 “미쓰백에서는 한 여성과 아이가 서로를 구하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가족들이 함께 어려움을 뚫고 서로를 지켜내는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다”고 작품의 출발점을 소개했다.
배우들 역시 작품을 선택한 가장 큰 이유로 이지원 감독을 꼽았다.
류승룡은 “제목부터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궁금증을 갖고 시나리오를 읽었는데 성공을 맛봤던 사람들이 추락한 뒤 서로를 버려두지 않고, 흩어져 있을 때는 보잘것없지만 함께 모이면 힘을 발휘하는 가족의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지원 감독의 연출 방식에 대해서도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류승룡은 “감독님은 씬 전체를 나노 단위로 알고 계신다. 사람의 심리와 장면의 목적, 심연까지 모두 이해하고 배우들과 깊고 진지한 대화를 나눈다”며 “어디로 가야 하는지, 지금 어디에 있는지까지 세심하게 짚어주셔서 그 과정들이 결과물에도 그대로 담긴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넓은 꽃밭을 달리면서도 하나도 놓치지 않는 도베르만 같은 감독”이라며 “배우들의 의상 무늬 하나까지 직접 신경 쓸 정도로 디테일하다”고 치켜세웠다.
여기에 더해 류승룡은 “그래서 이지원 감독을 ‘감독계의 MRI’라고 표현하고 싶다. 모든 것을 스캔해서 배우에게 처방해 주는 감독”이라며 “배우로서는 정말 편했다. 감독님은 나보다 나를 더 잘 아는 사람 같다. 나에게 MRI이자 꽃밭을 달리는 도베르만 같은 감독”이라고 능청스레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하지원도 작품에 대한 첫인상을 전했다. 그와 이 감독은 이후 드라마 ‘클라이맥스’에서도 재회하며 좋은 호흡을 선보인 바 있다.
“시나리오를 읽자마자 작품 속 인물들이 모두 살아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밝힌 하지원은 “남미를 비롯한 가족들이 추락과 구원을 함께 겪는 과정이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 삶 안으로 직접 들어가 표현해보고 싶었다”고 밝혔다.
김선영은 “‘미쓰백’을 함께할 때 작업 과정이 정말 즐거웠다”며 “감독님이 저를 버리지 않는 이상 앞으로도 계속 함께하고 싶다”고 너스레를 떨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이지원 사단’이라고 불려도 충분할 배우들과의 재회를 감독은 ‘연애’ 같다고 비유했다.
이 감독은 “첫 작품에서는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이 길다. 배우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알아야 그에 맞는 연출도 가능하다”며 “두 번째 작품은 이미 서로를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더 다양한 모습을 끌어낼 시간이 생긴다. 그래서 한 번 작업했을 때 좋았던 배우들에게 자연스럽게 다시 연락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5년의 시간이 흐른 만큼 눈에 띄게 성장한 모습으로 나타난 김시아는 유독 남다르게 다가왔을 이지원 감독과의 재회에 소회를 밝혔다.
김시아는 “대본도 너무 좋았지만 ‘미쓰백’ 때보다 성장한 모습으로 감독님과 다시 만나고 싶었다”며 “설레는 마음으로 작품에 참여했다”고 미소 지었다.
극 중 동주는 비극적인 사건의 중심에 놓인 인물이다. 김시아는 감정적으로 쉽지 않은 역할이었지만 촬영 현장은 오히려 편안했다고 돌아봤다.
그는 “동주가 처한 상황 자체가 굉장히 비극적이라 쉽지 않은 신들의 연속이었다”면서도 “감독님께서 ‘미쓰백’ 때부터 항상 심리를 잘 안정시켜 주셨다. 덕분에 정말 아무렇지 않게 즐겁게 촬영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스태프분들도 제가 연기에만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어주셨다”며 “크게 힘든 점 없이 촬영했던 기억이 난다”고 웃어 보였다.
이에 대해 이지원 감독 역시 김시아의 성장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처음 ‘미쓰백’을 할 때는 연기 경험이 거의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설명해줬다”며 “이번에는 말하지 않아도 서로 통하는 부분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김시아 배우가 정말 많이 성장했다. 굉장히 영민하고 사람의 마음을 잘 읽는 배우”라며 “길게 설명하지 않아도 스스로 잘 표현해줘 정말 믿음직스러웠다”고 칭찬했다.
2021년 촬영을 마친 ‘비광’은 코로나19와 극장 시장 침체 등의 영향으로 개봉이 여러 차례 연기됐다. 약 5년 만에 관객과 만나게 된 만큼 ‘오래된 영화’라는 시선도 있었지만, 제작진은 오히려 시간이 작품을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지원 감독은 “감독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개봉 전까지 작품을 절대 놓지 않는 편”이라며 “편집과 색보정, 음악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계속 손을 본다”고 말했다.
개봉이 늦어진 시간도 작품을 다듬는 과정이었다고 했다. 그는 “오랜 시간 후반 작업을 거치며 계속 영화를 손봤다”며 “오래된 영화라는 편견이 있을 수 있지만 극장에서 보시면 영화의 문제가 아니라 당시 시장 상황 때문이었다는 걸 느끼실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어 “정말 간이고 쓸개고 온갖 내장을 영화에 다 내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며 “편견 없이 영화 자체를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약 5년의 기다림 끝에 세상 밖으로 나온 ‘비광’은 오는 9월 2일 개봉한다.
강지호 기자 / 사진= 영화 ‘비광’
Copyright ⓒ TV리포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