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국립의전원은 연간 100명가량을 선발해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지원한 후 졸업하면 일정 기간 공공의료기관에서 의무 복무토록 하는 공공의료 인력 양성기관이다. 정부는 2029년 개교를 목표로 올해 안에 부지를 정한다는 계획이다.
◇‘어디에 세울까’만 남고 교육은 사라졌다
현재 유력한 입지로는 서울 국립중앙의료원 부지와 전북 남원이 거론된다. 남원은 서남대 폐교 이후 지역의 상실감을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상징할 수 있다는 명분이 있다. 그러나 국립의전원은 의대가 없는 지역에 학교 하나를 나눠주는 지역 개발사업이 아니다. 국가가 책임지고 응급·외상·감염병 등 필수·공공의료를 담당할 의사를 길러내는 교육기관이다.
의학교육은 강의실과 건물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다양한 질환과 중증환자를 직접 접하는 임상실습이 핵심이다. 하지만 남원에는 의과대학 부속병원 역할을 수행할 대형 의료기관이 없다. 남원의료원을 대학병원급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지만 지역 인구와 진료 수요를 고려하면 병원을 지속해서 운영할 수 있느냐는 의문이 뒤따른다.
지방의료원 관계자는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남원 설립의 의미가 있다”면서도 “양질의 인력을 길러내는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이어 “남원의료원이 대학병원 수준의 교육·진료 기능을 담당할 수 있는지, 대규모 국비 투입 이후에도 정상적인 운영이 가능한지를 먼저 따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원에 본원을 설치하고 학생들을 수도권 공공병원으로 보내 임상실습을 받게 하는 방식도 거론된다. 하지만 학생들이 기초교육과 임상교육을 위해 남원과 수도권을 오가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서울권 기숙사와 강의실, 이동 지원체계를 새로 마련해야 하고 교수진도 여러 지역을 오가야 한다. 지역균형발전을 명분으로 학교를 분리한 뒤 이를 유지하기 위해 다시 수도권에 시설과 예산을 투입하는 모순이 생길 수 있다.
일각에서는 국립중앙의료원과 국립암센터,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지방의료원 등을 활용하는 분산형 교육모델이 검토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학생들이 여러 공공병원을 순환하며 공공의료 현장을 경험토록 하자는 구상이다. 취지는 좋지만 중심 교육병원 없이 학생들을 여러 기관에 흩어놓는 것과 체계적인 분산교육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국립암센터는 암 진료에 특화돼 있다. 국립의전원이 양성하려는 인력의 핵심 분야인 응급·외상·감염병 등 필수의료 전반을 교육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지방의료원도 기관마다 환자 규모와 진료 역량, 전문인력 수준의 편차가 크다.
의료계 관계자는 “보건소와 지방의료원에서 순회교육을 하는 것으로는 임상교육을 완성할 수 없다”며 “분산형 교육을 하더라도 다양한 중증환자와 임상 증례를 확보한 중심 교육병원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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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료 살릴 해법은 ‘지역’ 아닌 ‘교육’
교수 확보는 더 현실적인 문제다. 기존 의과대학도 기초의학 교수와 필수의료 임상교원을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연구 기반과 대형 병원이 없는 지역에 캠퍼스부터 세운다고 우수 교수진이 따라오는 것은 아니다.
김충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는 “국립의전원은 특정 지역에 학교 건물 하나를 세우는 사업이 아니다”며 “의학교육은 교육과 연구, 진료 기능이 강하게 연결돼있다. 교원과 임상 기반을 떼어놓고 캠퍼스만 세우면 제대로 운영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수진과 교육체계가 부실한 국립의전원을 만들면 공공의료는 수준이 떨어진다는 낙인을 정부가 스스로 강화하는 꼴이 된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입지와 운영방식을 확정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립의전원은 특정 지역에 의대를 하나 신설해주는 수혜 사업이 아니다”며 “국가 전체가 활용할 공공의료 전문가를 양성하는 기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한 곳에 둘지, 두 곳으로 나눌지를 포함해 교육과정과 실습·수련체계를 세밀하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립의전원이 지역 수혜 사업이 아니라는 정부도 실제 논의는 지역 안배에 끌려가고 있다. 설립추진위원회도 교육·수련모델 본격 논의는 하지 못한 채 올해 안에 부지를 정해야 한다는 일정만 앞서가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은 중요한 가치다. 지역의 상실감을 보상하는 수단과 공공의료 인재를 양성하는 국가 교육기관은 구분해야 한다. 지역에 학교 건물을 세우는 것만으로 지역 의료가 살아나지도 않는다. 제대로 훈련받은 의사가 지역과 공공병원에서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국립의전원의 존재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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