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친구 둘이 만났다. a가 묻는다. "집 어디지? 서울 살아?" b는 답한다. "맞아. 서울 살아." a는 b가 거주하는 곳이 서울인지 궁금했다. 오랜만에 만나 근황을 물으며 관심을 보인 것이다. a가 같은 취지로 조사(助詞)를 붙여 물었다면 이랬을 것이다. "집이 어디에 있어? 서울에 살아?" 그러면 b의 답도 달라졌을 것이다. "응, 서울에 살아. ○○구에 있는 전셋집에서 살아."
조사 '에'와 '에서'의 구별이다. '에'는 무엇이 존재하거나 나타나는 장소임을 보인다. b는 '에'를 써 '서울 거주'를 밝혔다. '에'는 장소와 밀착하여 거기에서 동사 상태가 계속됨을 뜻한다. 있다 계시다 살다 머무르다 거주하다처럼 동작 없는 동사가 '에'의 그런 쓰임을 두드러지게 보여준다. '에'는 다른 동사와도 어울려 존재, 상태 지속, 정적(靜的)인 성질이라는 본성을 드러낸다.
이에 견줘 '에서'는 일이 일어나거나 행동이 이뤄지는 곳을 나타낸다. 그래서 '전셋집에서 살아'의 '살다'는 '거주하다'가 아니라 '생활하다'이다. b에게 서울은 거주지이고, 전셋집은 생활 근거지이다. b는 ○○구 전셋집에서 매일 자고 일어나고 밥해 먹고 빨래하고 책을 읽고 TV를 보고 음악을 듣고 쉬고 일한다. '에서'의 본성은 활동, 동작 지속, 동적(動的)인 성질이다.
두 조사는 분리 여부로는 확연하게 구별된다. 먼지가 옷에 묻었다. 옷에서 먼지를 털어내야겠다. 다래끼가 눈에 났다. 그런데 눈에서 눈물은 왜 나는 것인가. 피부에 점이 생겼다. 피부에서 점을 떼어내야 한다. '에'는 비분리이자 밀착이며 '에서'는 분리이자 이격이다.
'에'와 '에서'의 구별이 어려운 경우가 있다. 서로 강조점만 달라 구별하는 것이 무의미할 때도 많다. 서울에 사는 것과 전셋집에서 사는 것의 구별이 그런 예일 수 있다. 하지만 맥락에 맞춰 골라 써야 말뜻이 사는 것도 사실이다. 미묘한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든다. 서울에 사는 것과 전셋집에서 사는 것의 구별이 그런 예일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남영신, 『나의 한국어 바로 쓰기 노트』, 까치글방, 2009
2. 국립국어원, 『외국인을 위한 한국어 문법2(용법 편)』, 2010
3. 이화여자대학교 국어문화원 국어 상담 게시판 '에서'와 '에'의 차이 - http://eomun.ewha.ac.kr/sub/sub05_01.php?boardid=qna&mode=view&idx=862&sk=차이&sw=a&offset=320&categ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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