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상황 아닌데…엔화부양에 '美국채 담보' 연준 비상대출 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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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상황 아닌데…엔화부양에 '美국채 담보' 연준 비상대출 동원

연합뉴스 2026-08-05 03:56:57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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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환시 개입에 팬데믹 시기 도입한 연준 대출 프로그램 활용

베선트, 연준에 대출한도 향상 요구…WSJ "日보유 미국채 매각 막기 위한 조처"

미 연방준비제도 청사 미 연방준비제도 청사

[로이터 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뉴욕=연합뉴스) 이지헌 특파원 = 엔화 가치 부양을 위해 공동 행동에 나선 미일 외환 당국이 실탄 확보 차원에서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위기대응용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공개적으로 동원하고 나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무엇보다 스콧 베선트 미 재무부 장관은 연준에 해당 프로그램의 한도 상향까지 요청했는데, 이는 미국과 일본 사이의 '우호의 상징'이라기 보다는 미국채 금리 상승을 막기 위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이해관계가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일(현지시간) "2020년 달러 부족 사태에 대응하기 위해 마련됐으나 그동안 거의 활용되지 않았던 연준의 안전장치가 애초 설계 목적과는 전혀 다른 일본의 엔화 방어용 자금 지원에 동원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가타야마 사쓰키 일본 재무상도 3일 담화에서 미일 외환시장 공동개입 사실을 밝히면서 "일본은 향후 연준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기구'(이하 FIMA 레포 기구)를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베선트 장관도 같은 날 엑스(X·옛 트위터) 글에서 FIMA 레포 기구는 중요한 장치로, 향후 수개월 내에 이 규모가 확대되기를 권장한다"고 밝혔다.

이어 베선트 장관은 4일 CNBC 인터뷰에서도 "연준이 레포 규모 확대를 고려하는 것은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나는 이것이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사쓰키 재무상과 베선트 장관이 언급한 연준의 FIMA 레포 기구란 연준이 2020년 팬데믹 대응을 위해 그해 3월 도입한 제도로, 위기 상황에서 외국 중앙은행에 달러화 유동성을 긴급히 공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후 2021년 7월 상시 기구로 전환됐다.

FIMA 계좌를 보유한 외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채를 연준에 담보로 맡기면 연준이 해당 중앙은행에 달러화를 제공하는 구조다.

외국 중앙은행이 자국 통화가 아닌 미국채를 맡기고 달러화를 받는다는 점에서 통화스와프와는 구별된다.

팬데믹 충격으로 신용경색 경고등이 커지면서 각국 중앙은행이 보유한 미국채를 시장에 한꺼번에 내놓을 경우 채권시장 혼란이 더욱 커질 수 있는 점을 고려한 위기 대응 조처였다.

베선트 미 재부장관 베선트 미 재부장관

[로이터=연합뉴스 자료사진. 재판매 및 DB 금지]

미 연준이 엔화 가치 방어의 구원투수로 소환된 배경에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으로 오른 미 국채 금리를 방어하기 위한 트럼프 정부의 노력이 자리잡고 있었다.

WSJ은 FIMA 레포 기구 사용에 대해 "이번 조치는 워싱턴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 즉 일본이 시장 개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미국 국채를 매각하는 상황을 피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입장에선 일본이 방대한 미국채 보유분 일부를 매각해 자국 통화를 지지하는 방식을 택할 경우 이미 상승세인 미 국채 수익률에 추가 상승 압력을 가할 수 있기 때문에 일본의 미국채 매도를 막는 게 급선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일 "일본과 좋은 관계"여서 엔화 공동부양에 나섰다고 말했지만, 실제로는 미국채 금리 상승 방어를 위한 미 정부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었던 셈이다.

미국 주택담보대출의 준거가 되는 30년 만기 미국채 금리는 지난달 31일 5.28%로까지 오르며 2007년 7월 이후 19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바 있다. 미국채 30년물 금리의 추가 상승은 오는 11월 미 중간선거를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공화당에 정치적 부담을 키울 수 있다.

한편 연준이 베선트 장관의 요청에 따라 FIMA 레포 기구의 한도를 상향하는 문제는 연준의 독립성 이슈를 다시 불러일으키고 있다.

FIMA 레포 기구의 한도 상향은 연준의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 사항이다.

머니터리폴리시애널리틱스의 데릭 탱 이코노미스트는 WSJ에 "(미일 공조 개입은) 트럼프 행정부가 주도하는 매우 정치적인 프로젝트로 보이는 게 사실"이라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게 과연 연준의 역할인가라는 질문을 불러일으킨다"라고 지적했다.

케빈 워시 미 연준 의장의 입장도 명확하지 않은 상황이다.

워시 의장은 앞서 미 상원 인사청문회 서면답변에서 통화정책 이외 영역은 연준의 독립성이 상대적으로 덜하다고 말했지만, 최근 의회 청문회에선 외국 중앙은행에 대한 연준의 달러화 대출 계좌가 통화정책의 일환이라고 답변했다고 WSJ은 전했다.

p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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