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의원 2명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희화화하는 듯한 대화를 나눴다가 거센 비판을 받고 공개 사과했다.
4일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국민의힘 의원 2명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을 언급하며 주고받은 대화가 논란이 됐다.
대화는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 반대 토론회 시작 전 있었다. 이날 토론회는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주최한 행사로, 검찰 수사권 개편과 관련한 의견을 나누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가 시작되기 전 국민의힘 서범수 의원은 같은 당 진종오 의원을 향해 "진종오 의원님, 돌려차기 한 번 하죠?"라고 말했다. 이에 진 의원은 "저는 발보다 손을 잘합니다"라고 웃으며 답했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동훈 무소속 의원 주최로 열린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린다' 긴급 간담회에서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가 발언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4/뉴스1
두 사람은 가벼운 농담처럼 대화를 이어갔지만, 현장에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참석해 있었다. 그는 검찰 보완수사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토론회에 참석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과 온라인에서는 "피해자를 전혀 고려하지 않은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단순한 농담이라 하더라도 피해자에게는 당시의 공포와 고통을 다시 떠올리게 할 수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피해자는 사건 이후 오랜 시간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겪었고, 검찰의 추가 수사를 통해 사건의 실체가 밝혀진 경험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이야기해 왔다. 그런 피해자가 있는 자리에서 사건명을 농담처럼 언급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는 평가다.
논란이 커지자 서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사과문을 발표했다. 그는 "제가 실언을 했다"며 "어떤 변명도 하지 않겠다. 전적으로 저의 잘못"이라고 했다.
이어 "범죄 피해의 고통을 결코 가볍게 입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며 "무엇보다 힘든 시간을 견디고 용기를 내 토론회에 참석한 피해자와 가족에게 머리 숙여 사죄드린다"고 말했다.
진 의원도 별도의 입장문을 내고 "저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상처를 받으신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그는 "공인의 말 한마디가 갖는 무게를 다시 한 번 되새기겠다"며 "앞으로는 더욱 신중하게 행동하겠다"고 덧붙였다.
(왼쪽부터) 서범수, 진종오 국민의힘 의원 / 뉴스1
여전히 끝나지 않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2022년 5월 22일 새벽 부산 부산진구 서면의 한 오피스텔 공동현관에서 발생했다. 당시 귀가하던 20대 여성은 뒤따라온 남성에게 갑자기 머리와 얼굴 등을 여러 차례 가격당하며 의식을 잃었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쓰러진 뒤에도 폭행을 이어갔고, 현장을 빠져나갔다.
사건 당시 CCTV에는 가해자가 피해자를 뒤따라가는 모습과 엘리베이터를 함께 기다리는 장면, 그리고 공동현관 안에서 무차별 폭행하는 모습이 그대로 담겼다. 특히 가해자가 발로 피해자의 머리를 강하게 가격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사회적으로 큰 충격을 안겼다. 이 때문에 사건은 '부산 돌려차기 사건'이라는 이름으로 널리 알려졌다.
초기 수사에서는 살인미수 혐의가 적용됐다. 피해자는 두개골 골절과 뇌진탕 등 중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은 건졌다. 이후 재판 과정에서 살인의 고의 여부를 둘러싼 치열한 법적 다툼이 이어졌다.
사건이 크게 주목받게 된 계기는 검찰의 보완수사였다. 검찰은 경찰에서 송치된 자료만으로 사건을 마무리하지 않고 추가 수사를 진행했다. 휴대전화 기록과 현장 동선, CCTV 영상, 디지털 포렌식 자료 등을 다시 분석한 결과 가해자가 단순 폭행이 아니라 성폭행을 목적으로 피해자를 뒤따랐을 가능성이 높다는 정황을 확인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의복에서 가해자의 DNA를 추가로 확보했고, 범행 직후 가해자의 행동과 이동 경로도 다시 분석했다. 그 결과 가해자가 피해자를 우발적으로 폭행한 것이 아니라 성범죄를 목적으로 접근한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긴급간담회 '보완수사 금지 지옥문이 열린다' 긴급 간담회에 부산 돌려차기 피해자 A씨와 함께 참석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6.8.4/뉴스1
이 과정은 당시 검찰이 직접 보완수사를 할 수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만약 추가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다면 성범죄 목적이 재판에서 충분히 다뤄지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번 검찰 수사권 개편 논의에서도 부산 돌려차기 사건은 보완수사의 대표 사례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재판 결과 가해자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 등이 인정돼 징역 20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과 신상정보 공개·고지, 아동·청소년 및 장애인 관련 기관 취업 제한도 함께 명령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확정하면서 형이 최종 확정됐다.
사건 이후 피해자는 극심한 후유증을 겪었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 신체적 치료뿐 아니라 정신적 충격도 오래 이어졌고, 가해자가 출소한 뒤 보복할 가능성에 대한 불안감도 호소했다. 피해자는 자신의 경험을 공개하며 강력범죄 피해자 보호 제도의 미비점을 알리는 활동을 이어왔다.
특히 피해자는 재판 과정에서 가해자가 자신의 개인정보를 확인할 수 있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제도 개선을 요구했다. 피해자의 주소와 개인정보가 피고인 측에 전달되는 현행 형사사법 절차의 문제점도 사회적 논란으로 이어졌다. 이후 피해자 정보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고, 관련 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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