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머니=홍민정 기자] 미국 경제전문매체 블룸버그가 최근 한국 증시의 급격한 변동성을 계기로 "한국이 투자하기 어려운(Uninvestable)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부의 증시 부양 정책과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확산이 시장 왜곡과 투기적 거래를 키우며 투자 신뢰를 훼손했다는 지적이다. 다만 국내외 전문가들은 최근 급락의 원인을 기업 펀더멘털이 아닌 레버리지 상품에 따른 유동성 충격으로 보고 있어, 블룸버그의 평가가 지나치게 일반화됐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블룸버그 칼럼니스트 런슈이(Shuli Ren)는 4일(현지시간) 'South Korea Is Becoming Uninvestable, Too(한국도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 되고 있다)'라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최근 한국 증시 급락 사태를 분석하며 시장 신뢰 훼손의 원인을 정부 정책과 과도한 투기 구조에서 찾았다.
그는 한국 증시가 올해 상반기 인공지능(AI) 투자 열풍과 반도체 랠리에 힘입어 글로벌 주요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지만, 불과 한 달여 만에 급락세로 돌아서면서 투자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겼다고 평가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대표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경쟁력에는 큰 변화가 없었음에도 주가가 급등락을 반복한 것은 기업가치보다 투기성 자금 흐름이 시장을 좌우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런슈이는 정부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와 증시 활성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개인투자자의 공격적인 투자 심리를 자극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도입이 상승장에서는 매수세를 증폭시키고, 하락장에서는 강제 청산과 반대매매를 유발하며 변동성을 키웠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기초자산으로 한 고배율 레버리지 상품에 대규모 자금이 몰리면서 상승 국면에서는 주가를 끌어올렸지만, 하락 국면에서는 대규모 청산 물량이 쏟아지며 낙폭을 확대하는 악순환이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그는 이러한 구조가 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을 왜곡하고 단기 투기 수요를 확대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수급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런슈이는 올해 들어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지속적으로 매수에 나서면서 위험이 개인에게 집중됐다고 분석했다. 일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는 고점 대비 80% 이상 급락했고, 반대매매가 잇따르면서 특히 젊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글로벌 자금이 중국 시장을 기피하게 된 배경으로 정책의 예측 가능성 부족과 잦은 시장 개입을 꼽으며, 한국 역시 비슷한 우려가 제기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급격한 정책 변화와 시장 과열 방치, 뒤늦은 규제 강화가 반복될 경우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 시장을 장기 투자처로 보기 어려워질 수 있다는 것이다.
런슈이는 "시장 친화적 정책과 투자자 보호 정책 사이의 균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한국 증시의 신뢰도와 국제 경쟁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해외 투자자들이 모두 한국 증시에 비관적인 시각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최근 급락으로 국내 주요 기업들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졌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반도체 업종을 중심으로 외국인 자금이 다시 유입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투자기관은 최근 조정을 중장기 매수 기회로 보고 있다.
국내 증권가 역시 블룸버그의 문제 제기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한국 증시 자체가 투자하기 어려운 시장이 됐다"는 평가는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최근 폭락은 기업가치 훼손이 아니라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청산과 수급 붕괴가 맞물린 일시적인 유동성 충격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실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비롯한 국내 반도체 기업들의 실적과 글로벌 경쟁력은 여전히 견조하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해외 기관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최근 조정을 과매도 국면으로 판단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로이터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순매수에 다시 나서고 있으며, 일부 글로벌 펀드는 한국 증시를 저가 매수 기회로 평가하고 있다. 미국계 자산운용사 밸포어캐피털의 스티브 로런스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이번 사태는 실적 위기가 아니라 레버리지 위기"라고 진단했다.
국내 전문가들은 이번 변동성 확대의 근본 원인으로 정부 정책보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의 상품 구조를 지목한다. 금융당국이 최근 해당 상품에 대한 규제를 강화한 것도 시장 전체보다 특정 상품의 구조적 위험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라는 해석이 많다. 다만 상품 도입 과정에서 위험성 검증이 충분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는 정책 당국의 책임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를 한국 증시의 구조적 취약성을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의 균형,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 과도한 레버리지 상품에 대한 관리 체계가 함께 마련돼야 자본시장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 블룸버그의 '한국 투자 부적합' 경고는 단순히 최근 증시 급락을 지적한 것이 아니라 정책 일관성과 시장 신뢰라는 자본시장의 근본적인 과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향후 한국 증시의 경쟁력은 기업 실적뿐 아니라 시장 참여자들이 정책을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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