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이 빠르게 커지면서 국내 제약·바이오업계도 신약 개발을 넘어 생산 인프라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산 비만신약 출시가 임박한 가운데 생산시설과 공급망 확보 움직임도 본격화하며 국내 바이오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4일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30년 글로벌 비만치료제 시장은 최대 2000억달러(약 286조원) 규모로 성장할 전망이다. 삼일PwC도 '2026 산업전망' 보고서에서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대사질환 치료제 시장이 2030년까지 연평균 20%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 확대에 맞춰 글로벌 제약사들도 신약 개발을 넘어 원료의약품 생산과 공급망 투자까지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국내에서는 첫 국산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한미약품은 연내 비만치료제 '에페글레나타이드'를 출시할 계획이다. 출시 첫해 매출 목표는 1000억원으로 잡았다.
회사는 한국인 임상 데이터 기반 성인 44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 3상에서 투약 40주차에 유의미한 체중 감량 효과를 확인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수입 완제품인 위고비·마운자로와 달리 평택 바이오플랜트에서 직접 생산된다. 국내 생산 체계를 기반으로 공급 안정성과 가격 경쟁력을 함께 확보하겠다는 구상이다.
한미약품은 올해 초 멕시코 제약사 산페르와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며 해외 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만큼 가격 경쟁력과 글로벌 마케팅 전략이 초기 시장 안착의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만치료제 시장 확대는 생산 분야 투자도 끌어들이고 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최근 스위스 글로벌 펩타이드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폴리펩타이드 그룹을 약 2조700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제약·바이오업계 사상 최대 규모 인수·합병(M&A)이다. 이번 인수로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기존 항체의약품과 항체약물접합체(ADC) 중심 CDMO 사업에서 GLP-1 계열 치료제 핵심 원료인 펩타이드 의약품까지 영역을 확대하게 됐다.
SK의 의약품 CDMO 업체인 SK팜테코의 자회사 SK바이오텍은 최근 세종 신공장에 대한 사용 승인을 획득했다. 회사는 지난 2024년 일라이 릴리와 5년간 최대 2조 원 규모의 원료의약품 공급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약 3760억원 규모 투자 계획을 통해 세종 공장 건설을 공식화했으며 앞으로 비만·당뇨 치료제에 필요한 펩타이드 생산에 집중할 계획이다.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는 제약 개발업체들이 기술적 전문성, 상업적 규모 생산 능력, 빠른 시장 출시를 위해 전문 펩타이드 CDMO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경구용 펩타이드와 차세대 GLP-1 치료제 개발이 확대되면서 생산 능력 확충과 펩타이드 합성·정제 인프라 투자도 함께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정윤택 제약산업전략연구원장은 "펩타이드 기반 비만치료제는 뇌질환 등 다른 질환 적응증으로 확대돼 이에 대한 수요도 증가하는 추세"라며 "과거 블록버스터 신약 확보가 경쟁력이었다면 비만약 시장은 전 세계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생산 인프라 자체가 핵심 경쟁력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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