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을 약속한 남자친구가 유부남임을 알게 된 여성은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를 근거로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다. / AI 생성 이미지
A씨는 1년간 결혼을 전제로 만난 남자친구 B씨가 유부남이라는 사실을 최근 알게 됐다. B씨는 A씨의 가족과 지인들까지 만나며 결혼할 것처럼 행세했다. 배신감에 B씨의 집을 찾아가고 그의 아내에게 모든 사실을 알리자, B씨는 오히려 '스토킹과 주거침입으로 고소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억울한 마음에 B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하고 싶지만, 자신의 행동 때문에 오히려 가해자로 몰릴까 두려운 상황이다. A씨는 B씨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을까?
1년간의 완벽한 거짓말…“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위자료 청구 가능”
A씨는 1년간 B씨와 결혼을 전제로 교제했다. B씨는 자신의 친형과 지인들까지 A씨에게 소개했고, 두 사람은 결혼식에 함께 참석하는 등 미래를 약속했다. A씨의 가족들도 모두 두 사람의 결혼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B씨는 아내와 아이가 있는 유부남이었다. 그는 “친척 동생과 같이 사는데 우울증이 심해 집에 초대하기 어렵다”고 둘러대며 1년간 A씨를 속였다. 그러다 올해 4월부터 “세무조사를 받는다”며 연락이 뜸해졌고, 이를 의심한 A씨가 B씨의 주소지를 찾아가 그의 결혼 사실을 확인했다.
변호사들은 B씨의 행위가 A씨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위자료 청구가 가능하다고 봤다. 법적으로 혼인빙자간음죄는 폐지됐지만, 민사상 손해배상 책임은 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평정 이시완 변호사는 “결혼을 전제로 교제하며 혼인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채 성관계를 유지한 행위는, 상대방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불법행위”라며 “카카오톡 대화, 음성녹음 등은 기망의 고의를 입증하는 핵심 증거가 된다”고 설명했다.
변호사 안영진 법률사무소의 안영진 변호사도 “유부남이라는 결정적 사실을 숨기고 결혼을 약속하며 장기간 성관계를 지속한 행위는 명백한 불법행위로서 민사상 손해배상 청구가 충분히 가능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다만 라미 법률사무소 이희범 변호사는 “혼인 사실을 확인한 뒤 약 2주간 만남을 이어간 부분은 청구액 산정에 불리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 기간에 대해서는 오히려 B씨의 아내로부터 상간 위자료 청구를 받을 위험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복수'는 금물…거듭된 방문과 초인종, '역고소' 빌미 될 수 있어
문제는 A씨의 대응 방식이다. B씨와 완전히 헤어진 뒤 그의 집 주차장을 6차례 방문하고, 친구들과 함께 집을 찾아가 초인종을 누르기도 했다. B씨는 이를 근거로 스토킹과 주거침입 혐의로 A씨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변호사들은 진실을 밝히려는 과정이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결론부터 말하면 A씨가 위자료 소송을 제기할 경우, B씨가 형사 고소로 맞대응할 위험이 실재한다는 것이다.
법무법인 한강 이주한 변호사는 “상대방의 집을 반복 방문하거나 초인종을 누른 행위는 횟수와 경위에 따라 스토킹처벌법 위반 여부가 문제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더 이상의 방문이나 연락은 즉시 중단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특히 친구들이 함께 집을 찾아간 행위는 더 큰 위험을 부를 수 있다. 법무법인 호안의 조선규 변호사는 “친구들이 아파트 내부에 올라가 초인종을 누른 행위는 공동주거침입죄 성립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A씨가 B씨의 아내나 가족, 지인에게 사실을 알린 행위 자체는 사실을 말한 것이므로 명예훼손이 되긴 어렵다. 하지만 이 또한 반복될 경우 스토킹이나 협박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 추가적인 접촉은 피해야 한다는 게 변호사들의 공통된 의견이었다.
법무법인 도모 김상훈 변호사는 “스토킹 및 주거침입 고소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즉각적인 접촉 중단이 필수적”이라며 “민사 청구와 형사 리스크 관리를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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