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진성 기자] 암세포 주위에 자리잡은 ‘암 연관 지방세포’는 치료 과정에서 적잖은 걸림돌이다. 암의 성장과 생존을 돕고 항암제 효과까지 떨어뜨릴 수 있다. 이런 ‘암세포 주변 지방세포’를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을 국내 연구진이 찾아냈다.
강병헌 울산과학기술원(UNIST) 생명과학과 교수팀은 공선영 국립암센터 교수팀과 공동으로 세포 속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인 ‘TRAP1’이 암세포 주변 정상 지방세포를 ‘암 연관 지방세포’로 변화시키는 과정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4일 밝혔다.
암 연관 지방세포는 암세포 주변에 위치한 지방세포가 암의 영향을 받아 변화한 세포다. 염증 물질과 지방세포 유래 단백질 등을 분비해 암세포의 증식과 생존을 돕고 항암제 효과를 떨어뜨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에 따르면 TRAP1은 세포의 에너지 생산을 유지해 정상 지방세포가 암 연관 지방세포로 바뀌는 ‘엠토르-피파 감마(mTOR-PPARγ)’라는 세포 속 신호 전달 경로에 따라 작동하게 한다. 이렇게 되면 세포 속에선 에너지가 부족할 때 켜지는 에너지 센서 효소 ‘AMPK’에 제동이 걸린다. TRAP1이 에너지 생산을 유지하면서 AMPK가 작동하지 않게 되는 셈이다.
이 원리를 확인하기 위해 연구팀은 실제 유방암 환자 31명의 종양 주변 지방조직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유방암 환자의 TRAP1 발현량은 정상 지방조직 대비 3.03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동물실험을 통해 이 원리를 다시 확인했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생쥐의 TRAP1을 제거하자, 지방세포의 미토콘드리아 기능이 떨어지고 암 연관 지방세포로의 변화 역시 억제됐다. 이에 따라 생쥐의 종양 무게는 최대 56% 감소했으며, 기존 유방암 항암제를 함께 투여했을 때 종양 억제 효과가 더욱 높아졌다.
이 원리는 직접적으로 암 치료에 효과가 있었다. TRAP1을 직접 억제하는 약물 후보물질(가미트리닙)을 항암제(시스플라틴)와 함께 투여한 생쥐는 종양 무게가 76% 감소했다. 연구팀은 먹는 약 형태의 TRAP1 억제제 ‘SB-U015’ 역시 개발 중이며, 이 역시 종양 억제 효과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를 바탕으로 암세포와 주변 환경을 동시에 공략하는 새로운 항암 치료 전략의 가능성을 제시해 나갈 계획이다.
공선영 교수는 “유방암 주변에 자리한 ‘암 세포 주변 지방세포’가 항암제 내성에 미치는 역할을 규명한 연구”라며 “앞으로 난소암, 췌장암, 전립선암 등 지방조직과 가까이서 발생하는 다른 암종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후속 연구를 진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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