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폭언과 무시를 견뎌온 A씨에게 변호사들은 폭언을 참을 법적 의무는 없으며, 이혼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조언했다. / AI 생성 이미지
남편의 폭언과 무시 속에서도 A씨는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했다. 남편과 다툰 직후에도 밥을 차렸고, 묵묵히 청소와 육아를 했다. 법적으로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서였다.
시간이 갈수록 남편은 A씨를 '호구'나 '바보'로 보는 듯했다. 돈은 마음대로 쓰고 모든 대소사는 독단적으로 결정했다. 평범한 질문에도 화부터 내는 남편과의 대화에 A씨는 '내가 인권 없는 동물인가'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결국 A씨는 살기 위해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당장 직장이 없어 내년쯤으로 계획을 미뤘다. 남편의 얼굴을 볼 때마다 가슴이 두근거리고, 이러다 이혼조차 못할까 봐 극한의 공포를 느끼기도 했다.
A씨는 이혼 준비 기간 동안 남편에게 최소한의 법적 도리만 지키고 싶다고 했다. 책 잡힐 일 없이 소송에서 이기고 양육권과 재산분할도 제대로 받고 싶기 때문이다.
이혼을 준비하는 아내는 폭언하는 남편에게 어디까지 '도리'를 해야 할까?
"호구, 바보 취급"…폭언 남편 앞에서 '착한 아내' 연기한 이유
A씨는 남편의 폭언과 무시, 독단적인 행동을 수년간 참아왔다. '참을 인(忍)' 자를 수천 번 새기며 자아가 사라지는 고통을 느꼈지만, 이혼 소송에서 불리해질까 두려워 아내의 역할을 멈출 수 없었다.
그는 "나도 가출할 줄 알고, 남편을 때리고도 싶고, 다 때려 부수고도 싶다"면서도 "하면 안 되는 행동이라 판단돼서 안 했다"고 털어놨다. 이런 A씨의 행동에도 남편의 비난과 짜증은 날로 심해졌다.
몸에 암이 생기는 느낌이 들 정도로 한계에 다다른 A씨는 이혼을 결심했다. 하지만 이혼 준비 기간에 어떤 행동을 해도 되고, 어떤 행동을 하면 안 되는지 몰라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변호사들 "폭언 견디며 밥 차릴 법적 의무, 전혀 없다"
변호사들은 A씨가 남편의 폭언을 견디며 완벽한 아내 역할을 할 법적 의무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이혼의 책임은 남편에게 있다고 봤다.
법률사무소 더든든의 추은혜 변호사는 "법적으로 약점을 잡히지 않기 위해 밥을 차리고 폭언을 견뎌야 할 의무는 없다"고 단언했다. 추 변호사는 "오히려 폭언과 경제적 통제, 독단적 결정을 해 온 쪽은 남편이며, 유책사유는 상대방에게 있다"고 설명했다.
법률사무소 지우 김지우 변호사 역시 "이혼을 준비한다고 해서 밥을 차리거나 폭언을 감수해야 하는 법적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법무법인 심 심규덕 변호사도 "밥을 완벽히 차리지 않거나 대화를 최소화하는 것 자체로 유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고 짚었다.
오히려 A씨가 지금까지 가사와 육아를 묵묵히 해 온 사실이 소송에서 유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부장판사 출신인 법무법인 신결 신태길 변호사는 "의뢰인님이 지금까지 가사와 육아를 묵묵히 이행해 온 사실은 판단자의 시각에서 유책성을 상대방에게 귀속시키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도 될까? '가출 신고' 걱정되는데
A씨의 또 다른 고민은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갈 수 있는지 여부였다. 남편이 가출 신고를 할까 봐 염려됐다.
변호사들은 아이를 데리고 별거하는 것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조언했다.
케이앤디법률사무소 한수연 변호사는 "아이를 데리고 집을 나와 별거하시는 것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으며, 가출 신고를 하더라도 형사처벌이나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친권자로서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이동한 것이므로 약취·유인죄 등도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만, 별거 방법과 시점은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었다.
법무법인 쉴드 남천우 변호사는 "사전 고지 없이 장기간 아이를 데리고 연락을 끊으면 유아 탈취로 문제가 될 수 있으므로, 가정폭력이나 신체적 위험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면 법적 절차를 먼저 밟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했다.
이혼 승소 위한 '필수 준비물'…해야 할 일 vs 절대 해선 안 될 일
변호사들은 이혼을 결심했다면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증거를 수집하며 법적 절차를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이혼 소송의 승패를 가를 수 있는 핵심 단계다.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남편의 부당한 대우를 입증할 증거를 모으는 것이다. 법무법인 선 고재현 변호사는 "남편의 폭언이나 폭행, 기타 폭력행위는 잘 기록하거나 사진을 찍어서 증거를 최대한 수집하시고, 우울감이 찾아온다면 신경정신과나 상담센터에서 상담을 받으시고 진단서나 상담내역도 확보하시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반대로 절대 하지 말아야 할 행동은 A씨에게 유책사유가 될 수 있는 행동이다. 송명호 법률사무소 송명호 변호사는 "감정적으로 대응하여 상대에게 책 잡힐 빌미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남편에 대한 폭력, 집 안의 물건 파손, 남편 카드의 무단 사용 등은 소송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어 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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