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노태하 기자]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초고압직류송전(HVDC) 변환소 증설 사업을 둘러싼 주민 수용성 갈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감일지구 주민들 사이에서도 대응 방향을 놓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4일 본사 취재를 종합하면, 감일지구 주민들은 현 부지 증설을 저지하고 변환설비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측과 사업 추진을 전제로 소음·저주파·열 등 생활 피해를 줄일 대책부터 확보해야 한다는 측으로 양분돼 있다.
동서울변전소 증설은 동해안에서 생산된 전력을 수도권으로 보내는 500㎸ HVDC 송전망의 종단설비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기존 345㎸ 변전설비를 옥내화해 확보한 부지에 500㎸급 변환설비를 설치하는 것이 핵심이다.
한전과 정부는 수도권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동해안 발전제약을 해소하려면 사업 추진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주민 반발과 인허가 문제 등이 이어지면서 일정은 당초 계획보다 늦어졌다.
이규석 동서울변환소 증설반대 비상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 측은 기존 변전설비의 옥내화에는 동의하지만 현 부지에 새로운 변환설비를 추가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신규 설비를 인근 광암동 등 주거지와 조금이라도 거리를 둘 수 있는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광암동 주민들도 이주 대책 마련을 조건으로 설비 이전에 동의한 만큼 정부와 한전이 대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이 위원장은 “주민들이 할 수 있는 데까지 현 부지 증설을 막고 이전을 요구한 뒤 다음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감일지구 전체를 대상으로 실시한 주민투표에서 참여자의 약 80%가 증설에 반대했다는 점을 들어 비대위의 요구가 다수 주민의 뜻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변전소 인접 5개 단지를 대표하는 이태화 주민대표는 사업이 추진되든 무산되든 주민들은 현지에서 계속 생활해야 하는 만큼 실질적인 피해 대책 마련이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기존 송전탑 철거와 변전설비 옥내화뿐 아니라 옥내화 대상에서 제외된 설비의 처리 방안, 소음·저주파·열 저감 대책 등을 한전과 구체적으로 협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광암동 이전안도 설비를 현 부지에서 수백미터 옮기는 데 그쳐 초인접 단지가 겪는 생활 피해를 해소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본다. 그는 “증설 반대나 이전이라는 구호만으로는 이미 발생한 소음 등 직접적인 피해를 해결할 수 없다”며 “사업이 추진될 가능성까지 고려해 주민들이 실제로 체감할 수 있는 대책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측은 주민 대표성을 놓고도 충돌하고 있다. 비대위는 감일지구 전체 투표 결과를 근거로 다수 주민이 현 부지 증설에 반대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이 대표 측은 인접 단지에서 별도의 정식 투표를 실시한 결과 약 70%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약 80%가 증설을 전제로 한 협의 권한을 자신에게 위임했다고 설명한다.
서로를 바라보는 시선도 곱지 않다. 비대위는 이 대표 측이 한전과 협의하고 사업 필요성을 알리는 활동에 참여하면서 사실상 전력당국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반대로 이 대표 측은 비대위가 변전소에서 상대적으로 멀리 떨어진 주민을 중심으로 구성돼 인접 단지의 생활 피해를 충분히 다루지 않고 있으며 자신들과 다른 의견을 논의 과정에서 소외시키고 있다고 반박한다.
전자파 문제에 대한 인식도 엇갈린다. 비대위는 건강 위험이 과학적으로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았더라도 어린이와 신혼부부가 많은 지역 특성을 고려해 사전예방 차원에서 설비를 주거지로부터 떨어뜨려야 한다고 본다. 이 대표 측은 확인되지 않은 건강 위험이 반복적으로 부각될 경우 초인접 단지가 위험 지역으로 낙인찍혀 주민 불안과 재산권 피해만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같은 내부 갈등은 향후 정부·한전과 주민 간 협의체를 구성하는 과정에서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특정 단체만 주민 대표로 인정할 경우 다른 주민들의 반발이 이어지면서 협의 자체가 난항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도 주민 사이에 의견 차이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 남은 협의 기간 동안 각 단지의 의사를 확인하고 합의점을 찾는 데 집중한다는 방침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관계자는 “하남시가 주민 의견을 확인한 13개 단지 가운데 현재까지 5개 단지가 협의에 동의했고 나머지 단지에서도 논의가 진행되고 있지만 여전히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협의가 성사되지 않을 경우의 대응 방안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앞으로 두 달간 적극적으로 협의하기로 한 만큼 현시점에서 결렬을 전제로 후속 조치를 확정해 말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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