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 주요 고전·명저 번역…1996년부터 누적 100만권 판매
50주년 한길사, 3천500여권 펴내…김언호 대표 "AI에 지배당하지 않으려면 책 읽어야"
(서울=연합뉴스) 강종훈 기자 = 한길사의 인문학 고전 총서 '한길그레이트북스'가 출간 30년 만에 200번째 책을 펴냈다.
올해 창사 50주년을 맞은 한길사는 20주년이던 1996년부터 인류문명의 위대한 지적 유산을 집대성한다는 목표로 한길그레이트북스를 선보여왔다. 철학자 앨프레드 노스 화이트헤드의 '관념의 모험'을 시작으로 동서고금 고전과 명저를 번역하고 해설을 붙여 소개했다.
100번째 책은 2008년 나온 미국 미술비평가이자 철학자인 아서 단토의 '일상적인 것의 변용'이었고, 150번째 책은 2016년 펴낸 '함석헌 선집'이었다. 지난달 27일 200권째로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가 출간됐다.
4일 서울 마포구 김대중도서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언호 한길사 대표는 "한길그레이트북스가 200권까지 나오게 된 것은 출판사뿐 아니라 번역자와 위대한 독자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한 출판사 역량이라기보다는 우리 국가사회의 역량"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공지능(AI) 시대에 접어들면서 마치 책을 안 읽어도 AI가 해결해주는 것처럼 이야기하고 독서율도 떨어지고 있다"며 "이대로 가다가는 AI에 지배당하게 되며, AI 시대를 더 창조적으로 일으켜 세우기 위해선 종이책을 다시 읽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출판사를 시작하면서부터 늘 오늘에 필요한 사상이 뭘까를 생각했다"며 "그동안 많은 책을 펴냈지만 함석헌 선생의 책을 좋아하고, 또 추천한다"고 했다
동아일보 기자로 일하다 해직된 김 대표가 1976년 12월 설립한 한길사는 '한 권의 책이 한 인간과 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신념을 내세우며 '오늘의 사상신서'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3천500여권을 출간했다.
인문·사회과학·역사서 시리즈로 잘 알려진 한길사는 한길그레이트북스 외에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 이이화의 '한국사 이야기', 김명호의 '중국인 이야기' 등을 펴냈다.
이와 함께 세계 석학 초청과 각종 특강 등으로 한국 인문학 지평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도 기울였다. 김 대표는 파주출판도시와 예술마을 헤이리 조성에도 앞장섰다.
30년 동안 한길그레이트북스 누적 판매는 100만권에 이른다. 누적 페이지는 7만5천여쪽이며, 총 저자와 번역자는 각각 103명, 127명이다. 번역 언어는 13개다.
200권 가운데 가장 많은 독자가 찾은 책은 제81권인 정치철학자 한나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이다. 아렌트의 '인간의 조건'은 한길그레이트북스 누적 베스트셀러 3위였다.
인류학자 클로드 레비스트로스의 '슬픈 열대'와 '야생의 사고'가 각각 2위와 6위였다. 4위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대가 에릭 홉스봄의 '시대 3부작', 5위는 김부식의 역사서 '삼국사기'로 집계됐다.
이밖에 10위권에는 알렉시 드 토크빌의 '미국의 민주주의', 함석헌이 주석을 단 힌두교 경전 '바가바드 기타', 르네 지라르의 '낭만적 거짓과 소설적 진실', 애덤 스미스의 '도덕감정론' 등이 포함됐다.
아렌트의 '예루살렘의 아이히만'을 번역한 김선욱 숭실대 명예교수는 이날 간담회에서 "AI 시대에 사유의 외주화, 질문의 외주화가 나타나는데 대답할 수 없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견디면서 생각하는 것에 인문학의 가치가 있다"며 AI 시대에 소외되고 있는 인문학에 대한 적극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길그레이트북스 200권째 책 '인류세 시대의 자본주의'는 미국 진보 사회학자 존 벨라미 포스터의 책이다. 인류가 지구 시스템 자체를 바꿔놓은 '인류세'라는 지질학적 시대를 자본주의 논리가 빚은 생태적 위기로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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