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강규 정치전문기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선거가 ‘박쥐’ 발언을 둘러싼 공방으로 격화되고 있다. 경쟁 후보를 향한 비유적 표현이 ‘일베 문화’ 논란으로까지 번지면서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 낙인과 프레임 싸움이 전면에 부각되는 모습이다.
김영호 최고위원 후보는 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경쟁자인 최민희 후보를 겨냥해 “결국 동료 의원에게 ‘박쥐’라는 표현을 하고, 폄하하고 모멸감을 주는 것이 진짜 일베 문화”라고 비판했다.
김 후보는 “제가 유세에서 ‘당권파 연임 저지를 위해 김민석·송영길 후보와 연대하겠다’고 말했더니 ‘양다리 아니야, 박쥐네’라는 말이 나왔다”며 “사과를 하면서도 ‘못 들었으면 사과할 필요 없다’는 식의 해명을 한 것은 매우 부적절했다”고 주장했다.
논란은 지난 1일 충청권 순회경선 합동연설회에서 시작됐다. 김 후보의 연설 도중 최 후보가 “박쥐”라고 말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되면서다. 김 후보는 이후 방송토론회에서도 “동료 의원에게 어떻게 박쥐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느냐”며 “정말 모멸감을 느꼈다”고 거듭 문제를 제기했다.
반면 최 후보는 “한 사람이 두 후보를 동시에 지지한다고 하니 ‘어떻게 되는 거지’라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말이었다”며 “공개적으로 조롱한 것이 아니라 작은 소리로 한 이야기였고, 그렇게 받아들여졌다면 사과드린다”고 해명했다. 그는 “김 의원을 박쥐라고 단정한 것이 아니라 상황을 두고 나온 표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김 후보는 “혼잣말이라도 그런 표현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며 “공개 여부와 상관없이 그런 언어를 쓰지 않는 것이 정상”이라고 재차 비판했다.
이번 논란은 단순한 말실수를 넘어 민주당 전당대회의 분위기를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최고위원 선거 과정에서 ‘일베’, ‘극우’, ‘계파’, ‘배신’ 등 강한 정치적 낙인이 빈번하게 등장하면서 정책 경쟁보다 상대를 규정하는 프레임 경쟁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박쥐’라는 표현은 정치권에서 오래전부터 기회주의나 줄서기 정치를 비판하는 비유로 사용돼 왔지만, 이를 곧바로 ‘일베 문화’로 연결하는 것은 정치적 의미를 확장한 해석이라는 시각도 적지 않다.
김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부·울·경과 한강벨트를 이기지 못하면 다수당이 될 수 없다”며 중도층 확대와 외연 확장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열린우리당 시절처럼 내부 개혁 노선 경쟁만 계속되면 자중지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집권당은 안정감 있게 전 국민을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차기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과 중도층 확장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전당대회가 정책과 비전 경쟁보다 상대를 향한 강한 언어와 프레임 대결로 흐를 경우 일반 유권자들에게는 내부 갈등만 부각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쥐’를 둘러싼 이번 공방은 한 후보의 표현을 넘어, 집권여당 전당대회에서 어떤 정치 언어가 허용되고 어떤 품격이 요구되는지를 다시 묻는 계기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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