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이재명 대통령에게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촉구했다. 정부가 개정안을 4일 국무회의에 상정할 예정인 가운데 나온 압박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 뉴스1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조용술 국민의힘 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국민이 대통령에게 보완수사권 폐지 거부권을 행사하라고 명령하는데 뜸들일 이유가 없다"며 이 대통령의 즉각적인 거부권 행사를 요구했다. 조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해외 순방 후 가장 먼저 마주한 국정 과제는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보완수사권 폐지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라며 "그런데도 이 대통령은 민주당 강경파의 눈치를 왜 계속 보는 것이냐"고 했다.
조 대변인은 이 대통령이 과거 공소시효가 임박한 사건 등 예외적 경우에는 검찰의 보완수사가 필요하다고 여러 차례 밝혔다는 점을 들어 "대통령의 소신이라면서 왜 민주당의 거수기를 자처한다는 비판을 굳이 듣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대통령이 강경파 눈치 보기에 급급해 이 법안을 그대로 공포한다면 자신의 기존 입장을 스스로 뒤집는 자기모순에 빠질 뿐"이라며 "국민과 범죄 피해자의 권리 보호마저 내팽개쳤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조 대변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곽상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반대표를 던지며 "이것은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라고 한 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과 여성단체가 반대 의견을 낸 점 등을 근거로 제시했다.
조 대변인은 "전날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가 취임 이후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고도 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7~31일 전국 18세 이상 250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수행 긍정평가는 45.9%로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정평가는 50.5%로 처음 50%를 넘었으며, 부정평가가 오차범위(95% 신뢰수준에 ±2.0%포인트) 밖에서 긍정평가를 앞선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는 같은 날 오전 9시 30분 국회에서 열린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공소기각 조항의 위헌성과 대통령 재의요구권 행사 촉구 긴급 토론회'에 참석해 거부권 행사를 압박했다. 토론회는 나경원 의원이 마련했다.
장 대표는 "국민들은 거부권 행사가 대통령의 선택사항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반드시 거부권을 행사해야만 하는 국민의 명령이라고 생각한다"며 "이 명령을 거역한다면 결국 보완수사권 폐지가 정권 폐지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정안이 공소기각 사유를 추가한 데 대해 "이재명 죄를 지운다면 국민들은 이제 이재명 정권을 지우기 시작할 것"이라고 했다.
장 대표는 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가 SNS 계정을 개설해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호소한 점을 언급하며 "국가가 지켜주지 못해 죽음의 문턱까지 갔던 국민이 국가를 향해 피해자의 편이 돼 달라고 절규하는 현실보다 이 악법의 본질을 더 잘 보여주는 것이 어디 있겠느냐"고 했다.
민주당이 개정안을 '더 좋은 법'이라고 설명하는 데 대해 장 대표는 "이 대통령을 포함해 범죄자에게만 더 좋은 법"이라고 했다. 공소기각 사유 추가가 판례를 입법화한 것이라는 여당 설명에는 "확립된 판례라면 판례에 맡기면 될 일"이라며 "국민의힘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슬그머니 끼워 넣을 이유가 없다"고 했다.
개정안은 지난달 31일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표결에서 곽 의원과 이주영 개혁신당 의원이 반대, 이소영 민주당 의원이 기권했고 국민의힘 의원들은 표결에 불참했다. 개정안에는 '중대한 위법 수사로 공소가 제기됐을 때', '소추 재량권을 현저히 일탈해 공소가 제기됐을 때' 법원이 공소를 기각할 수 있도록 하는 사유가 추가됐다.
7박 11일간의 미국·남미 순방을 마치고 전날 귀국한 이 대통령은 이날 주재하는 국무회의에서 개정안을 심의·의결한다. 정부는 거부권 행사 대신 경찰 수사의 공정성을 강화하는 보완책을 함께 마련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글에서 언급한 여론조사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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