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파산으로 아파트 매매계약이 파기된 A씨는 위약금을 받고자 다른 부동산 경매에 참여하려 했다. / AI 생성 이미지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고 이사까지 마쳤지만, 집주인이 잔금일에 나타나지 않았다. 알고 보니 집주인은 은행 대출 문제로 거래를 이행할 수 없는 상태였다.
당장 갈 곳이 없던 A씨는 어쩔 수 없이 집주인의 제안을 받아들여, 사려던 그 집에 월세 계약을 맺고 들어갔다.
얼마 후 집주인은 파산 신청을 했다. A씨는 매매계약 파기에 따른 위약금을 받기 위해 집주인의 다른 부동산 경매 절차에서 우선변제권을 신청했다.
그러자 법원의 파산조정관으로부터 “다른 채권자가 사기죄로 소송을 걸 수 있으니 권리를 포기하라”는 권유를 받았다. 피해자일 뿐인데 사기죄에 휘말릴 수 있다는 말에 A씨는 혼란에 빠졌다.
자신의 돈을 돌려받기 위한 정당한 권리행사가 정말 사기죄가 될 수 있는 걸까?
매매 잔금일에 잠적한 집주인, 두 달 뒤엔 '파산'
A씨는 작년 4월 한 아파트의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이사 날인 작년 8월, 소유권 이전을 마무리하기로 했지만 집주인 B씨는 약속 장소에 나타나지 않았다.
이미 이삿짐은 새집으로 옮겨진 상태였다. 몇 시간 뒤 연락이 닿은 B씨는 “은행 대출 잔금이 정리되지 않아 거래를 할 수 없다”고 통보했다.
당장 전입신고가 급했던 A씨는 B씨와 부동산의 제안에 따라, B씨의 관리비 미납금을 대신 내주는 조건으로 해당 아파트에 대한 월세 계약을 체결했다.
동시에 A씨는 매매계약 위약금과 계약금을 돌려받기 위해 B씨 소유의 다른 부동산에 가압류를 신청했다. B씨는 한두 달 안에 문제를 해결하고 매매계약을 마무리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두 달 뒤 A씨가 받은 것은 B씨의 파산 신청 통지서였다.
“우선변제 포기하라” 파산조정관의 경고, 법적 근거 있나
결론부터 말하면 A씨의 행위 자체를 사기죄로 보기는 어렵다. A씨가 자신의 채권을 지키기 위해 벌인 일련의 법적 조치에 상대를 속이려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법적으로 사기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를 속여 재산상 이익을 얻으려는 고의가 있어야 한다. A씨가 매매계약 불이행 후 임시로 월세계약을 맺고, 위약금 채권을 확보하기 위해 B씨와 합의하에 가압류를 신청한 것은 채권자로서의 정당한 권리 행사로 해석될 수 있다.
따라서 파산조정관이 다른 채권자의 사기죄 고소 가능성을 언급하며 우선변제권 포기를 권유했더라도, 이는 법적 의무가 아니다. 파산조정관은 파산재단의 전체 이익을 관리하는 역할을 하므로, 특정 채권자인 A씨에게 권리 포기를 강요할 권한은 없다.
‘우선변제권’의 진짜 의미…어떤 돈을 어디서 받을 수 있나
다만 A씨가 신청한 ‘우선변제권’의 법적 근거가 무엇인지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다. 파산조정관의 경고는 여기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있다.
만약 A씨가 ‘임차인’의 자격으로 B씨의 ‘다른 부동산’ 경매에서 우선변제권을 주장했다면 이는 법적 근거가 없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임차인의 우선변제권은 자신이 거주하는 ‘임차주택’의 경매에서만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A씨가 ‘가압류 채권자’의 자격으로 B씨의 다른 부동산 경매대금에 대한 배당을 요구한 것이라면 이는 적법하다. 가압류 채권자는 우선변제권은 없지만, 다른 일반 채권자들과 함께 채권액에 비례해 돈을 나눠 받는 ‘안분배당’을 받을 수 있다.
결국 A씨는 사기죄를 우려해 권리를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만 B씨의 다른 부동산 경매에서는 ‘임차인’이 아닌 ‘가압류 채권자’로서 배당에 참여해야 한다. B씨에 대한 파산 절차에서 매매계약 위약금 등을 파산채권으로 정식 신고하고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중요하다.
Copyright ⓒ 로톡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