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한정용 기자] 노사 자구책과 긴급운영자금을 발판으로 영업 재개에 나서는 홈플러스가 잃어버린 신용을 되찾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곳곳에 산재한 암초들로 인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당장 해결해야 하는 납품사에 대한 신뢰 개선 문제와 같은 당면 과제들부터 유통망 회복과 같은 장기적 경쟁력 구축 문제까지 실제 영업 회복으로 이어지기까지의 각종 요구와 주문이 빗발치는 중이다.
3일 홈플러스에 따르면 홈플러스 양대 노동조합과 한마음협의회는 지난달 29일 임금 순연과 정기상여금·전환근무 위로금 분할 지급 등 한시적 자구 조치에 합의했다. 홈플러스는 2000억원 규모의 회생기업 운영자금(DIP)을 향후 상품 대금과 급여, 팔수 운영비에 우선 투입해 임시 휴업중인 67개의 핵심 점포부터 영업을 재개할 계획이다.
◇본업 수익성, 회복될까
홈플러스는 그동안 점포와 부동산 매각을 통해 유동성 문제에 대응해왔으나, 자산 처분만으로는 지속된 부담과 이익 감소로 정상 영업 전환이 어려운 상황에 이르렀다. 이에 가장 먼저 운영비와 금융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수익 구조 구축이 가장 우선시되는 선결과제로 꼽힌다.
홈플러스가 택한 방식은 선택과 집중이다. 복층 직영 매장을 약 1000평 규모의 단층으로 줄이는 한편 식품과 PB(자체 브랜드), 고회전 생필품에 발주를 집중하며 효율성 개선에 착수했다. 제한된 자금을 매출 발생 가능성이 높은 상품과 공간에 투입해 영업현금흐름부터 되살리겠다는 전략으로, 당장의 생존을 위한 안전망을 마련하겠다는 대응으로 보인다.
영업 정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공급망 회복은 품목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영업 중단 직전까지 거래를 이어온 신선식품과 PB 협력사는 납품 재개 논의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가공품 등을 맡고 있는 중·대형 제조사의 경우 기존 미수금과 대금 회수 위험을 떠안은 탓에 발 빠른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들은 홈플러스 측에 신규 공급 조건으로 선입금 등 추가 조건 등을 제시하고 있어 NB(제조사 브랜드) 상품 구성을 복원하는 데는 시간이 더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대형마트는 통상 상품을 판매해 확보한 자금으로 납품대금을 지급한다. 신규 물량을 선결제하는 것은 제한적인 예산으로 인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NB 공급이 충분히 돌아오기 전까지 홈플러스 시그니처와 심플러스 등 기존 PB가 매대 공백을 메우는 차선책이자 가장 실행 가능한 선택으로 꼽힌다.
PB로 기본 매대를 복구한 뒤에는 협력사가 기존 거래 방식으로 돌아올 만큼 지급 신뢰를 증명해야 한다. 점포당 생산성과 상품 수익성을 끌어올려 영업이익으로 금융비용과 운영비를 감당하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신선식품·시간대 배송 결합…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상대적으로 공급 복구가 빠른 신선식품은 영업 재개 이후 경쟁력을 다시 세울 수 있는 기반이다. 납품사는 주요 판로를 유지할 수 있고 홈플러스도 신선 매대를 채워야 오프라인 점포의 장점을 살릴 수 있어 양측의 이해가 맞닿아 있다는 설명이다.
점포를 활용한 시간대 배송도 홈플러스가 활용할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의 강점이라는 분석이다. 대형마트는 영업시간 동안 매장에서 상품을 출고할 수 있어 고객이 원하는 시간대에 신선식품과 생필품을 받을 수 있다.
초기에는 기존 상권에 상품을 다시 채워 고객 신뢰를 회복하는 작업이 우선이다. 이후 지역별 수요에 맞춘 신선식품과 간편식, 홈플러스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PB를 확보하고 점포 구색과 시간대 배송을 결합해야 단순 배송 거점을 지역 생활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다.
홈플러스가 비교 대상으로 제시한 미국 트레이더 조도 높은 PB 비중만으로 고객을 모은 것은 아니다. 자체 상품을 꾸준히 발굴해 방문 목적을 만든 뒤 취급 품목을 압축했다. 기존 PB로 매대를 채우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고객이 다시 찾을 독자 상품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생존 위해 모인 노사…다음은 성장 비전
노사는 당장의 생존을 위해 임금 순연과 수당 분할 지급에 합의했다. 홈플러스도 현재는 장기 전략보다 DIP 집행과 점포 운영 정상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점포 매각과 인력 감축에 따른 불안이 남은 만큼 영업 재개 이후에는 남길 점포와 집중할 상품, 투자할 사업과 인력 운영 방향을 담은 성장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 대주주와 경영진이 장기 운영 의지를 분명히 밝혀 구성원과 납품사, 소비자의 신뢰를 함께 되살리는 작업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소비자와 공급업체의 신뢰가 동전의 양면처럼 얽혀 있다”며 “대주주나 최고경영자가 홈플러스를 정상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고 무엇을 바꿀지 분명히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이뉴스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