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괴담] 아이를 지워간 시간, '김위 아들 유괴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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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괴담] 아이를 지워간 시간, '김위 아들 유괴 사건'

뉴스컬처 2026-08-04 00:00:00 신고

[뉴스컬처 이준섭 기자] 조선 선조 말엽, 16세기 후반에 떠돌던 기이한 일이 있었다. 정식 사서에 남은 것은 아니나, 야담을 통해 끊기지 않고 이어진 기록이다. 개성에 살던 선비 김위의 집에서 벌어진 사건은 당대에도 풀리지 않았고, 세월이 흐른 뒤에도 해석만 덧붙었다.

아이의 자취는 어느 날 갑자기 사라졌다. 흔적은 곧 끊겼고, 뒤쫓을 단서는 남지 않았다. 유괴자는 달콤한 말과 교묘한 수단으로 아이를 꾀어 인가 밖으로 끌어냈다. 길은 점차 험해졌고,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산으로 이어졌다. 마침내 바위가 갈라진 틈에 이르러 아이는 안으로 밀려 들어갔다. 입구는 다시 봉해졌고, 바깥과의 연결은 완전히 끊겼다.

그곳의 어둠은 공허가 아니었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상태가 이어지자, 감각은 안쪽부터 붕괴되기 시작했다. 손을 내밀면 차가운 돌이 닿았고, 외친 소리는 메아리가 되어 되돌아와 귀를 찔렀다. 방향은 사라졌고, 몸의 위치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울음은 점점 거칠어지다가 마침내 끊겼다. 목은 갈라지고 피가 섞인 숨만 새어 나왔다. 응답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며칠이 지나자, 바닥을 긁는 소리와 함께 그릇 하나가 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김이 식지 않은 죽, 묘하게 달콤한 향이 배어 있었다. 아이는 그것을 움켜쥐고 입에 쏟아 넣었다. 혀는 맛을 느꼈고, 위장은 반사적으로 그것을 받아들였다. 그날 이후, 그릇은 일정한 간격으로 드나들었다. 보이지 않는 존재가 넣고, 다시 거두어 갔다. 그 손은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시간이 흐르자 아이는 변해갔다. 처음에는 벽을 긁고 발로 차며 탈출을 시도하던 몸이 점점 굳었다. 소리를 내는 일도 줄어들었다. 어느 순간부터 입은 열리지 않았다. 말은 사라졌고, 혀는 굳어 갔다. 생각은 흩어지고 이어지지 않았다. 머릿속에서 떠오르던 얼굴과 이름은 윤곽을 잃고 부서졌다.

겨울이 닥치면 풀을 엮은 거친 덮개가 들어왔다. 그것은 누군가가 아이의 체온과 생존 상태를 계산하고 있었음을 드러냈다. 죽지 않도록 붙들어 두되, 인간으로 남지 못하게 만드는 방식. 보호가 아니라 정밀한 통제였다. 생명은 이어졌으나, 그 안쪽은 서서히 닳아 없어졌다.

여섯 해가 그렇게 흘렀다. 아이의 몸은 자랐으나, 내부는 텅 비어갔다. 감정은 사라졌고, 기억은 부서졌다. 이름도, 가족도, 바깥의 빛도 모두 희미해졌다. 남은 것은 그릇이 들어오는 때와 그것을 비우는 동작뿐이었다. 반복되는 행위가 유일한 기준이 되었고, 그것이 존재를 대신했다.

닫힌 공간은 뜻밖의 계기로 열렸다. 재령 장수산에서 철광을 캐던 이들이 바위를 파던 중, 예상치 못한 빈 공간을 뚫었다. 그곳에서 발견된 것은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으나, 사람이라 부르기 어려운 상태였다. 눈은 빛을 견디지 못해 감겼고, 팔다리는 힘을 잃어 축 늘어졌다. 피부는 창백하게 들떠 있었고, 입에서는 의미 없는 숨만 흘러나왔다.

아이의 신원은 확인되어 김위의 집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껍데기뿐이었다. 눈은 아무것도 좇지 않았고, 소리는 의미로 이어지지 않았다.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었고, 손을 잡아도 되돌아오는 힘이 없었다. 살아 있으되, 이미 끊어진 상태였다.

김위는 가능한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의원을 불러 약을 쓰고, 밤낮으로 돌봤다. 그러나 무너진 내부는 되돌아오지 않았다. 아이는 서서히 말라갔고, 2년 뒤 숨을 거두었다. 병으로 설명할 수 없는 소멸이었다. 이미 오랜 시간에 걸쳐 진행된 끝이었다.

이 사건에서 가장 섬뜩한 점은 분명한 목적이 드러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죽일 생각이었다면 즉시 끝냈을 터였다. 그러나 범인은 여섯 해 동안 생명을 유지시켰다. 금전도, 원한도 드러나지 않았다. 남은 것은 오직 그 지속 자체뿐이었다.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사진=AI로 생성된 이미지

이후 전해지는 풀이들은 세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금기된 의식의 흔적이라는 견해다. 감각을 차단하고 내부를 비워낸 뒤, 다른 무엇을 들이려는 시도. 죽으로 생명을 유지하며 외부와의 연결을 끊는 방식은 오래된 주술과 닮아 있다. 그러나 발견된 아이의 내부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다른 하나는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시험이라는 해석이다. 극단적인 고립 속에서 정신이 어떻게 붕괴되는지를 지켜보려는 의도. 일정한 음식과 최소한의 보호로 생존만 유지시키는 방식은 치밀한 계산을 전제로 한다. 결과는 기록되지 않았으나, 과정 자체가 잔혹한 실험의 형태를 띤다.

마지막은 설명을 거부하는 집착의 산물이라는 시선이다. 특정한 존재를 세상에서 완전히 분리시켜, 죽이지도 살리지도 않은 채 붙들어 두려는 왜곡된 욕망. 길게 이어진 시간 속에서 인간성을 닳게 만드는 방식이다.

결국 이 사건은 하나의 답으로 묶이지 않는다. 남아 있는 것은 여섯 해 동안 이어진 암흑과, 그 속에서 서서히 지워진 한 생의 흔적이다. 이유가 밝혀지지 않았다는 사실이 공포를 더 깊게 만든다. 인간이 타인을 완전히 소거하는 방법이 실재했음을, 이 오래된 이야기는 침묵 속에서 증명하고 있다.

뉴스컬처 이준섭 rhees@nc.pr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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