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경제정책 집중분석① 공공조달이 산업정책으로 진화한다…AI·혁신기업 성장판 바꾸는 '정부의 첫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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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 경제정책 집중분석① 공공조달이 산업정책으로 진화한다…AI·혁신기업 성장판 바꾸는 '정부의 첫 구매'

폴리뉴스 2026-08-03 19:28:45 신고

지난 3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2026'에서 참가 업체 직원이 자율주행 보안 순찰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3월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코리아 나라장터 엑스포 2026'에서 참가 업체 직원이 자율주행 보안 순찰로봇을 시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부의 산업정책이 달라지고 있다. 과거 공공조달이 공공기관이 필요한 물품을 가장 효율적으로 구매하는 행정 절차였다면, 이제는 혁신기술을 육성하고 기업의 초기 시장을 만드는 산업정책 수단으로 역할이 확대되는 모습이다. 연구개발(R&D)과 실증, 공공구매, 민간시장 진출을 하나의 성장 사슬로 연결하는 정책이 본격화되면서 인공지능(AI), 스마트 제조, 드론, 바이오 등 미래 산업 분야 기업들에게 새로운 기회가 열리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조달청이 최근 수년간 추진해 온 혁신조달 정책은 단순히 공공부문의 구매 방식을 바꾸는 데 그치지 않는다. 기술력이 있지만 초기 판로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중견기업을 지원하고, 공공부문이 혁신제품의 첫 번째 수요자가 돼 시장을 키우겠다는 전략으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정부가 공공조달을 산업 경쟁력 강화와 기술사업화 촉진을 위한 핵심 정책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향성과 맞닿아 있다.

'최저가 구매'에서 '혁신기술 육성'으로공공조달의 역할이 바뀌다

공공조달은 오랫동안 예산 절감과 투명한 계약을 위한 행정 기능으로 인식돼 왔다. 그러나 디지털 전환과 첨단기술 경쟁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가 되면서 공공조달의 개념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산업부가 추진하는 혁신조달 정책의 핵심은 정부가 단순한 구매자가 아니라 혁신기술의 첫 번째 고객이 되는 것이다. 기업이 개발한 기술이 시장에서 검증받기 어려운 초기 단계에서 공공기관이 먼저 사용하고 성능을 확인해 줌으로써 민간시장과 해외시장 진출까지 연결하는 구조다.

실제로 산업부와 조달청은 '공공 혁신수요 기반 신기술 사업화 사업'을 통해 공공기관이 필요로 하는 기술을 발굴하고, 이를 수행할 기업을 선정해 연구개발과 실증을 지원한 뒤 우수조달물품 지정과 공공조달 연계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 단순한 연구개발 지원을 넘어 사업화와 판로 개척까지 이어지는 패키지형 지원 모델이라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7일 서울 중구 펍더문에서 열린 '제3기 2030 청년자문단 발대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지난 7월 7일 서울 중구 펍더문에서 열린 '제3기 2030 청년자문단 발대식'에서 인사말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특히 산업부는 기업들이 보다 쉽게 공공조달시장에 진입할 수 있도록 '공공조달혁신지원단'을 신설해 수요 발굴부터 과제 기획, 연구개발 모니터링, 조달 연계와 사업화 컨설팅까지 전 과정을 지원하도록 했다. 기술 개발과 시장 진입을 별개로 보던 기존 정책에서 벗어나 사업화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데 정책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기술은 있는데 시장이 없다'혁신기업의 가장 큰 고민 해결 나서

혁신기술 기업들이 가장 많이 호소하는 어려움은 기술이 아니라 시장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을 개발해도 이를 처음 구매해 줄 고객을 확보하지 못하면 제품 개선과 후속 투자 유치가 쉽지 않다. 산업계에서 흔히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이라고 부르는 기술사업화의 장벽이다.

산업부 역시 이러한 문제를 정책의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2022년 발표한 '수요기반 조달연계 혁신제품 사업화'는 연구개발과 공공조달을 연계해 기업의 초기 시장 확보를 지원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공공기관이 필요한 제품과 서비스를 제안하면 혁신기술을 가진 기업과 연결하고, 연구개발과 실증을 거쳐 혁신제품으로 지정된 경우 공공부문이 우선 구매하는 구조다. 이후에는 민간시장과 해외시장 진출을 위한 컨설팅, 투자유치 지원까지 이어진다.

이 같은 정책은 기존의 단발성 연구개발 지원사업과 달리 기술개발 이후 시장 진입까지 하나의 과정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실제 사업 절차도 '공공수요 발굴연구개발현장 실증혁신제품 지정공공조달민간시장 진출'로 이어지는 단계별 구조를 갖추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이러한 방식이 특히 AI와 스마트 제조, 산업안전, 디지털 인프라 분야에서 효과를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공공기관이 기술 검증의 첫 무대가 되면 기업은 안정적인 초기 실적을 확보할 수 있고, 이는 민간 고객 확보와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도 중요한 신뢰 자산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부에서 계속)

 

[폴리뉴스 정보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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