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한스경제 김유진 기자 | 금융당국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ETP)의 배율을 현행 2배에서 1.5배 수준까지 낮출 수 있는 긴급조치권 도입에 나선다. 최근 증시 변동성을 키운 요인으로 지목된 레버리지 상품의 과열을 진정시키고 시장 안정 효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자본시장법 개정을 통해 시장 안정화가 필요한 긴급 상황에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의 배율을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2배로 고정된 레버리지 배율을 필요 시 1.5배 수준까지 낮춰 과도한 단기매매와 수급 쏠림을 완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는 지난달 기본예탁금 상향(1천만원→3천만원)과 매매단위(1주→20주) 확대, 신규 상장 제한 등 1차 보완방안을 내놓은 데 이어 추진되는 추가 안정화 대책이다. 앞서 금융당국이 지난달 말 기본예탁금을 상향한 이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거래대금은 시행 첫날 직전 거래일의 4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며 과열 양상이 다소 진정되는 모습을 보였다.
▲ 홍콩은 '최대 2배'로 전환…"상품 과열·변동성 완화 기여할 듯"
국내 레버리지 배율 조정 논의와 함께 홍콩의 제도 변화에도 관심이 쏠린다. 홍콩 증권선물위원회(SFC)는 지난달 24일 시장 상황에 따라 발행사가 레버리지 배율을 조정할 수 있는 '유연 레버리지(Flexible Leverage)' 체계를 도입했다. 이에 따라 발행사는 기존처럼 2배를 고정하는 대신 최대 2배 범위 안에서 시장 상황에 맞춰 배율을 조정할 수 있게 됐다.
홍콩 자산운용사 CSOP는 이날(3일)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에 해당 제도를 적용한다. 상품명도 기존 '2배 레버리지'에서 '최대(MAX) 2배 레버리지'로 변경돼 실제 적용 배율이 고정값이 아닌 상한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증권가에서는 홍콩 사례처럼 배율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방식이 시장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배율 하향이 현실화되면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 과열과 변동성 완화에 기여할 것이란 분석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날 8월 증시 전략 관련 보고서를 내고 CSOP가 레버리지 상품 배율을 2배 고정에서 '최대 2배'로 변경한 것에 대해 "한국 내 조치도 시행될 것을 감안하면, 레버리지 투자에 따른 한국시장 변동성은 정점을 통과하고 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둔다"고 평가했다.
하재석 NH투자증권 연구원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최근 반도체 주가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과열 양상을 띠던 단일종목 레버리지의 순자산총액은 이미 감소세로 돌아섰다"며 "당장 3일부터 CSOP가 운용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 레버리지에 이 조치가 적용되며, 매일 공시되는 배율 조정을 통해 과도한 수급 쏠림 현상이 완화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 투자자 의결권 과반수 동의 등 넘어야 할 과제 '산적'
다만 실제 제도 도입까지는 해결해야 할 과제도 적지 않다. 현행 자본시장법상 ETF의 핵심 운용 구조가 변경될 경우 수익자총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즉, 출석 투자자 의결권 과반수와 전체 수익증권의 25%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하는 만큼, 투자자가 수시로 바뀌는 ETF 특성상 현실적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하기는 쉽지 않다.
여기에 거래소 상장 규정도 변수다. ETF의 지수 산출 방식이나 상장 요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거래소 규정 검토도 병행돼야 한다. 또 투자자 입장에서는 기대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배율이 조정되면 상승장에서 기존 2배 레버리지 효과를 온전히 누리지 못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현재 2배인) 배율을 낮출 경우 변동성 완화 측면에서는 효과가 있을 것 같다"면서도 "수익자총회나 투자자 부분을 어떻게 고려할 거냐는 법안 과정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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